H마트를 아십니까?...미국인 삶에 파고들어 1조6천 매출
뉴욕타임스, 푸드섹션 프런트 기사로 H마트 다뤄
한국계 미국인이 쓴 'H마트에서 울다' 베스트 셀러 올라
한국 식문화에 대한 인식 갈수록 좋아져
1990년대 유학할 때 한국마트는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의 창구였다. 가장 기다리던 건 한국 드라마. ‘모래시계’와 ‘남자 셋 여자 셋’을 빨리 보려면 마트 주인과 연줄이 있어야 했다. 어른들은 ‘사랑이 뭐길래’ 같은 주말 연속극을 봤다. 한국 드라마 비디오를 빌리러 간 김에 김치를 샀다. 비싸서 자주는 못 사먹었다. 새우깡이나 신라면은 종종 샀던 것 같다. 나오는 길에 한국 신문도 들고 나왔다.
당시 한국마트의 이미지는 허름했다. 냄새도 나고 청결과는 거리가 있었다. 그래도 동포들에겐 한국과의 유일한 연결고리나 다름이 없었다.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은 너무도 느렸고 우편은 상당히 비싸고 오래 걸렸다. 당시에는 인식하지 못했지만 가끔 한국마트에 갈 때마다 내가 한국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곤 했다. 한국마트에 가는 건 성지순례나 다름이 없었고 타향살이의 외로움 속에 활력이 되는 일이었다. 그래서 한국마트에 갈 때는 약간의 설렘이 항상 함께 했던 것 같다.
30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한국마트에 간다. 변한 것도 많다. 친구들과 가는 게 아니라 가족과 함께 간다. 딸들은 과자 섹션에서 떠날줄 모르고 아내는 한국마트가 아니면 살 수 없는 미역과 참기름, 어묵, 떡 등을 산다. 많은 남자들이 똑같겠지만 나의 역할은 주로 '카트 끄는 남자'다. 이제는 한국 드라마 비디오는 없다. 한국 신문은 여전히 있지만 집어 들지는 않는다. 인터넷으로 보니까.
한국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거의 다 찾아볼 수 있다. 꼬북칩 쵸코츄러스 맛이 인기라는 기사를 얼마 전에 본 것 같은데 벌써 들어와 있다. 허니버터칩은 이제 인기가 없는지 세일 중이다. 불닭볶음면은 종류별로 다 있고 한국 맥주는 물론 소주도 있다. 온갖 종류의 김치와 쌀, 두부를 다 판다.
가장 큰 변화는 마트가 청결하고 넓으며 쾌적해 졌다는 점이다. 과거의 허름함은 찾아 볼 수 없다. 이런 한국마트의 이미지를 바꾼 건 H마트다. 작은 한국마트들은 거의 다 사라졌고 미국의 웬만한 중소도시까지 H마트가 들어섰다. 이젠 한국마트라고 하지 않고 H마트에 간다고 한다.
H마트는 이제 더 이상 한국 사람만 가는 비주류 그로서리 스토어가 아니다. 최근 이를 뒷받침하는 2가지 일이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푸드섹션 프런트 기사로 ‘H마트의 유혹(The Lure of H Mart)’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또 한국계 미국인이 쓴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라는 책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차례대로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