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가 자동차 제조방식을 완전히 재설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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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 권순우 2025.08.16 16:48 PDT
포드가 자동차 제조방식을 완전히 재설계한 이유
짐 팔리 포드 CEO가 포드의 저가 전기픽업트럭 생산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출처 : 포드)

[글로벌 제조업 혁명] 2025년 포드의 4대 혁신
✅ '모델T'급 혁신"... 유니버설 EV 플랫폼
✅ 부품 20% 줄여... 제조업에 복잡성은 '관리' 아닌 '제거' 대상
✅ SDV, OTA 등 플랫폼 모델 전면 적용 .. 공급망 내재화도 추진
✅ 내부 혁신팀 '스컹크웍스'에서 변화 주도 ... 조직 역량과 시장의 수용성에 성패 달려

분업형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으로 20세기 '공장의 시대'를 연 포드가 이번엔 ‘조립 트리’라는 새로운 생산 방식을 들고 나왔다. 전기차 대중화를 앞당기고 중국산 저가 전기차에 맞서기 위해서다. 2027년 3만 달러대 전기 픽업트럭을 시장에 내놓을 계획인 포드는 자체 기술 혁신으로 비용을 낮추며 제조업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포드는 11일(현지시간) 켄터키 루이빌 공장에서 차세대 전기 픽업트럭을 2027년부터 양산한다고 밝혔다. 가격은 3만 달러(약 4100만 원) 선으로, 부품 수를 20%, 조립 공정을 15% 줄인 ‘범용 전기차 플랫폼’과 새로운 제조 방식을 적용해 수익성 개선을 꾀한다.

핵심은 제조 공정이다. 120여 년 전 모델 T로 상징되던 단일 조립 라인에서 벗어나, 여러 라인을 동시에 진행한 뒤 마지막에 합치는 ‘조립 트리(assembly tree)’ 방식을 도입했다.

새롭게 선보인 범용 플랫폼은 트럭·밴·SUV 등 다양한 차종에 확장 적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 software-defined vehicle)으로 설계돼 OTA(Over-the-Air) 업데이트를 통해 기능 향상이 가능하다. 배터리는 내구성과 충전 속도를 높이면서 가격을 낮춘 LFP(리튬인산철) 방식을 채택했다.

이번 플랫폼과 제조 공정은 포드가 3년 전 실리콘밸리에 만든 '스컹크웍스(skunkworks)'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기존 공정을 전면 폐기하고 백지 상태에서 새롭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

포드는 이번 프로젝트를 "모델 T에 비견되는 혁신"이라고 강조했다. 더그 필드 포드 최고 EV·디지털·디자인 책임자는 "세계 최고 경쟁자들과 겨루기 위한 대담하고 어려운 도전"이라며 "복잡성을 제거하고 진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기 위해 백지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포드가 '상징'과도 같은 '컨베이어 벨트식' 생산방식을 버린 것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 때문이다. 단순히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의 기술적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가치 창출 구조, 경쟁 역학, 그리고 지정학적 균형을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변화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부상은 이러한 변화의 핵심이다. BYD와 같은 중국 업체들이 달성한 가격 경쟁력은 단순히 낮은 인건비의 결과가 아니다. 이들은 전기차 시대에 최적화된 완전히 새로운 제조 철학과 공급망 구조를 구축했다. 중국에서 신차 가격이 매년 하락하는 현상은 전통적인 자동차 산업의 경제학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신호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드가 직면한 도전은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산업의 새로운 룰에 맞는 완전히 다른 경쟁 모델을 창조해야 하는 생존의 문제였다. 포드가 올해 전기차 부문에서 55억 달러의 손실을 예상한다는 사실은 기존 제조 방식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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