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로봇 산업 출발점”... 젠슨 황 CEO가 밝힌 3대 미래 전략
전략①: 로봇·자율주행 시장 포커스… “물리 AI 기초 모델 필요”
전략②: “우리는 기술 플랫폼 회사”... AI 에이전트용 생태계 만든다
전략③: 엔비디아는 시장 만드는 기업… “점유율 뺏는 싸움 안 해”
전망: “모든 움직이는 것 자율주행 기능 갖출 것”... AI 발전 한계 없다
“코스모스(Cosmos)는 미래에 다가올 거대한 로봇 산업의 출발점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7일(현지시각)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진행한 미디어 대상 질의응답 세션에서 “코스모스를 통해 로봇공학이 실현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코스모스는 황 CEO가 전날 CES2025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물리(physical) AI’ 개발 플랫폼이다. 물리 AI 개발에 활용하는 기초 모델(foundation model)인 ‘코스모스 WFM(월드 파운데이션 모델)’, 비디오 처리 파이프라인 등으로 구성됐다.
물리 AI란 로봇, 자율주행차처럼 물리 법칙의 적용을 받는 환경에 사용하기 위한 AI 시스템을 말한다.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이며 생성형 AI 혁명을 일으킨 것처럼 코스모스로 로봇·자율주행차 산업을 선도한다는 비전이다.
전략①: 로봇·자율주행 시장 포커스… “물리 AI 기초 모델 필요”
황 CEO는 “아이들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과 다른 방식으로 마찰, 관성, 중력, 공간 같은 물리적 세계를 배운다”며 “그래서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기초 모델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기계가 사람처럼 말하는 걸 넘어 사람처럼 걷고, 운전할 수 있게 만들려면 물리 AI 기초 모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초 모델은 오픈AI의 GPT, 메타의 라마(Llama), 구글 제미나이(Gemini)처럼 다른 AI 모델 및 AI 제품, 서비스 개발을 위한 기반이 되는 모델을 말한다. 자연어 이해 및 생성에 특화된 LM(언어 모델)과 달리 월드모델(WM)은 이미지, 비디오에 특화됐다는 게 차이점이다.
AI가 물리 법칙을 이해하고 재현하려면 ‘높은 곳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 같은 자연계 현상을 학습하는 게 중요한데, 여기에 주로 사용되는 게 이미지, 비디오 데이터다. 자동차에 부착된 카메라로 촬영한 도로 주행 영상 데이터를 떠올리면 된다.
문제는 방대한 양의 실제 데이터, 테스트가 필요하다 보니 물리 AI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코스모스 WFM를 활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방대한 양의 물리 기반 합성 데이터를 쉽게 생성할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 측 주장이다. 코스모스 WFM은 2000만 시간 분량의 영상을 14일 만에 파악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다.
젠슨 황 CEO는 “로봇공학을 위한 챗GPT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며 “물리 AI를 대중화하고, 모든 개발자가 로보틱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코스모스를 만들었다”고 했다.
엔비디아에 따르면 글로벌 차량 공유 업체 우버,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XPENG)을 비롯해 혁신적인 로봇 기업으로 꼽히는 1X, 어질리티(Agility), 피규어 AI(Figure AI), 갤봇(Galbot) 등이 코스모스를 도입했다. 글로벌 1위 완성차 업체 도요타와 협력, 자율주행 시스템 및 칩을 제공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전략②: “우리는 기술 플랫폼 회사”... AI 에이전트용 생태계 만든다
엔비디아는 코스모스 오픈 모델 제품군을 발표하며 “WFM을 필요에 맞게 맞춤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오픈 모델 라이선스로 코스모스 WFM을 제공, 로보틱스 및 자율주행 생태계 및 커뮤니티를 키운다는 목표다. 자율주행차나 로봇의 움직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 생태계를 확장함으로써 관련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코스모스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구체적 활용 사례도 제시했다.
‘눈 내리는 장면’ 같은 특정 비디오 데이터를 검색하거나 물리 법칙에 기반한 사실적 합성 데이터 생성에 활용하는 식이다. 물리 AI 모델의 잠재적 행동의 결과를 예측해 최적의 행동, 최선 경로를 선택하도록 지원할 수도 있다.
엔비디아의 이런 생태계 중심 접근 방식은 쿠다(CUDA, 엔비디아 GPU 사용을 위한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생태계를 구축해 AI 반도체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 것과 비슷한 전략이다.
WFM 모델을 오픈하고,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 툴킷(toolkit, 도구 모음), 라이브러리를 제공함으로써 물리 AI 모델, AI 에이전트 서비스 산업의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당연하게도 엔비디아 칩에 최적화돼 있다.
황 CEO는 “엔비디아는 AI 서비스 개발을 위한 툴킷, 라이브러리, AI 모델 등 모든 기술 계층을 만드는 기술 플랫폼 회사”라며 “쿠다를 제공하는 것처럼 기업들이 더 편하게 AI 에이전트와 맞춤형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NIMs(엔비디아 추론 마이크로서비스)’, ‘NeMo’ 프레임워크를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③엔비디아는 시장 만드는 기업… “점유율 뺏는 싸움 안 해”
“우리는 시장 점유율 추격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시장을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모바일 기기용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처리장치) 출시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황 CEO의 답이다. 그는 “이미 존재하는 시장에 뛰어들어 점유율을 뺏으려 노력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퀄컴, 미디어텍, 애플 등 모바일 칩 설계 강자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에는 당분간 진출할 계획이 없다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스마트폰 등 작은 배터리로 작동하는 모바일 기기는 저전력 설계가 중요하기 때문에 암(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CPU, GPU, NPU(신경망 처리장치)가 발전돼 왔다.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애플의 A 시리즈 칩이 대표적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다소 전력 소모가 있더라도 강력한 연산 능력을 가진 칩 설계에 강점을 나타내 왔다. 특히 AI 가속기라고도 불리는 데이터센터·서버용 GPU 시장은 엔비디아가 전 세계 시장 점유율 98% 차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다른 기업이 하는 것을 하지 말고, 우리만 할 수 있는 걸 하자”는 게 엔비디아의 DNA라는 설명이다. 그는 ‘프로젝트 디지츠(Project DIGITS)’가 엔비디아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예라고 강조했다.
프로젝트 디지츠는 엔비디아가 CES2025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슈퍼컴퓨터다. 엔비디아의 최신 GPU인 블랙웰과 그레이스 CPU 아키텍처 기반의 슈퍼칩 ‘GB10’을 탑재했다.
이 슈퍼컴퓨터를 사용하면 개인 개발자도 최대 2000억개 매개변수를 가진 LLM을 실행할 수 있다. 고가의 서버용 AI 칩을 구매하거나 클라우드 서비스 비용을 들이지 않고, AI 모델 테스트,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시험 개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는 5월 판매되며 가격은 3000달러로 책정됐다.
대기업뿐 아니라 개인 데이터 과학자, AI 연구원, 학생 등도 AI 애플리케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황 CEO는 “프로젝트 디지츠는 엔비디아가 만들지 않으면 전 세계 어느 기업도 만들지 않을 제품”이라며 “아무도 하지 않았을 일이기 때문에 디지트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전망: “모든 움직이는 것 자율주행 기능 갖출 것”... AI 발전 한계 없다
황 CEO는 이날 산업 미래 전망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2025년 이후 다가올 기술 혁신으로 자율주행의 보편화를 전망한 것이다.
황 CEO는 “미래에는 움직이는 모든 것이 자율주행 기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이 밀어서 움직이는 잔디 깎기는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테슬라, 웨이모와 함께 중국의 전기차 회사 니오, BYD, 리오토, 샤오미 등을 언급하며 산업이 완전히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5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 기술이 얼마나 강력해질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센서, 컴퓨터, 소프트웨어 기술이 확실해졌습니다. 전기 자동차는 거의 모든 자동차가 자율 주행차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AI 분야의 기하급수적 성장이 지속가능하냐는 질문에는 AI발전에는 물리적 한계가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 “컴퓨팅(computing, 연산) 성능이 계속 발전해 비용이 낮아진다면, 스케일링(scaling, 확장) 법칙도 계속 커질 것”이라며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컴퓨팅을 계속 발전시킬 수 없는 물리적인 이유가 없는 한 AI는 매우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