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가 커피보다 굿즈에 힘주는 이유는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의 DCX 혁신 <1>
데이터로 만드는 고객 경험과 서비스
고객의 맥락으로 제품에 ‘의미’를 설계하라
지금은 제품이 아니라 경험의 시대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을 구매하기보다는 ‘의미'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인류 역사상 물질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시대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넘쳐나면서 필요해서 하게 되는 소비는 최소화됐다. 의미와 경험을 위해 하는 소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경험하게 만들어주려면 먼저 그들의 요구를 찾아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을 이해해야 한다. 고객들은 어떤 맥락에서 우리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그들은 어떤 라이프를 가지고 있는지. 그 안에 어떤 언맷니즈(Unmet Needs)가 숨어 있는지 우리는 끊임없이 고객을 관찰하고 공감해야 그들에게 새로운 의미적 가치를 설계해 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DCX: Data-driven Customer eXperience) 혁신이다.
고객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의 ‘의미’를 주기위해서는 위해서는 맥락에 집중해야 한다.
1998년 ‘메타모르포시'라는 조명은 기존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를 제공했다. 조명의 원래의 의미는 ‘붉을 밝히는 용도'이지만 메타모르포시는 사용자의 기분과 요구에 따라 여러가지 조명색과 톤을 제공했다.
이후 아르테미데라는 신제품은 ‘사람의 기분을 더 좋게 만들고 더 사교적으로 만드다’는 새로운 가치를 갖게됐다. 단지 불을 밝히는 용도였던 기존 조명의 가치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새로운 가치로 변화해 결국 시장의 패러다임까지 뒤바꾼 혁신 제품으로 인정받았다.
이와 비슷하게, P&G 패브리즈는 냄새를 없애준다는 기능 중심의 마케팅을 했다. 처음에는 존재감이 없는 상품으로 부진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팀과 연구협업으로 제품에 새로운 의미를 더해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상품 중 하나가 됐다.
고객이 청소를 마친 후에 뭔가 축하를 하는 기분으로 페브리즈를 뿌려 집안을 더 ‘향기롭게' 한다는 의미를 더했다.
단순히 냄새를 없애는 기능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지 못한다. 페브리즈가 나쁜 냄새를 제거하는 건 여전히 존재하는 하나의 기능이지만 ‘청소 후 기분좋게 만드는 향’의 의미로 고객들에게 경험적 가치를 제공했다.
굿즈로 커피 판매를 늘린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이다. 커피숍이 흔하지 않은 시절에는 제품의 본질, 즉 커피의 ‘맛’이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작년 스타벅스와 관련된 한 기사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는데, 어느 여의도에 있는 스타벅스 지점에서 커피 300잔을 주문하고 17개의 서머레디백만 들고 간 소식이었다.
스타벅스는 음료 17잔을 구매하면 증정품인 서머레디백을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서머레디백을 갖기 위해서 300잔의 커피를 구매한 뒤, 커피 대신 증정품인 서머레디백만 들고갔다.
이 사건 이후로 스타벅스에는 아침 6시만 되면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7시 오픈에 맞춰서 미리 줄을 서야만 각 매장에 딱 10개 들어오는 서머레디백을 득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서머레디백을 얻기 위해 17잔을 커피와 3개의 스페셜 음료를 마시는 불필요한 소비와 더불어 아침 일찍 일어나 줄을 서는 노력까지 하게 만든 것이다. 올 여름에도 새로운 스타벅스 굿즈를 주는 프리퀀시 행사는 계속됐다.
스타벅스는 ‘스타벅스 굿즈 전성시대’를 만들었다. 과거 사은품에 불과했던 굿즈가 이제는 당당히 주인공이 됐다. 스타벅스의 신년 다이어리, 한정판 캠핑가방을 얻기 위해 사람들은 17잔의 프리퀀시를 모은다.
당근마켓에서 프리퀀시 스티커 7장이 10000원에 팔리고 있다. 그만큼 굿즈를 수집하고 싶은 마음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는 크다. 굿즈 열풍에서 발견할수 있는 사실은 ‘커피를 사는 새로운 맥락’을 스타벅스가 고객 경험으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굿즈와 같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스타벅스 커피를 사는 고객들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여전히 좋은 커피 원두를 구하는 데만 심혈을 기울일 것이다. 그렇게 당연한 사업의 본질만 집중하다보면 그 어떠한 고객 경험 혁신도, 새로운 비즈니스기회도 열리지 않는다.
이와 비슷하게 우리는 단순히 탄산음료를 마시기 위해 코카콜라를 사기도 하지만, 코카콜라의 한정판 패키지에 적혀있는 ‘사랑해’, ‘고마워’ 문구를 찍어 친구에서 보내거나 인스타에 공유하기 위해 코카콜라를 구입 하기도 한다.
코카콜라가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탄산음료 제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Share a Coke’ 패키지를 선보인 것이 아니다. 코카콜라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의미’를 전달하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고객 관점에서 상품을 발굴한다
스타벅스는 어떻게 고객이 열광하는 굿즈를 만들었을까.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이 MD개발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소비자 요구와 트렌드다. 그들이 꼽는 스타벅스의 굿즈 완판 비결은 ‘고객'이다.
그들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스타벅스 리뷰'라는 자체 디지털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 요구사항을 수집한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진행되는 설문으로 평균 10만 명 정도의 고객의 의견을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고객 의견을 반영해 탄생한 MD의 대표적 사례가 바로 '제주 특화 MD'이다. 제주 스타벅스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MD를 만들어달라는 고객 요구에 맞춰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2018년 3월 처음으로 선보인 제주 특화 MD는 출시 첫해 제주 지역 MD 매출을 매장당 약 60% 높였다. 그 다음 해에는 매장당 평균 150% 수준으로 올렸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에게 여행 코스 중 필수목적지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은 고객이 원하는 굿즈 기획을 위해 고객들이 주말에는 뭘하는지, 어떤 콘텐츠를 소비하고, 어떤 관심사들이 있는지 동분서주로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러다 우리 고객들이 ‘차박’에 열광하는 트렌드가 보이면, 직접 주말에 차박을 하러갔다.
차박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발견하는 예쁜 아이템, 예를 들면 예쁜 캠핑 보조 가방이 발견되면, 이 가방을 만든 회사에 연락을 한다. 스타벅스 로고를 박아 스타벅스 캠핑 굿즈로 출시하려는 목적이다. 스타벅스에서 요즘 인기 있는 과자와 레몬맛 사탕도 모두 스타벅스가 직접 생산하지 않고 원래부터 존재하던 제품이었다. 이를 스타벅스 상품기획팀이 고객 관점에서 발굴해낸 것이다.
스타벅스의 고객 경험 설계는 굿즈와 기프티콘 등 의미설계에 그치지 않는다. 스타벅스는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을 수백개의 페르소나로 정의해서 이들을 위한 공간을 설계했다.
예를 들면 수다족, 카공족, 나홀로족 이들을 위해 편안한 의자를 배치하고 노트북 콘센트를 설치했다.
이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기 위해 매장을 방문하는것이 아니라 ‘수다를 떨기위해', ‘혼자서 있어도 이상하지 않고 바깥풍경을 보며 쉬기위해', ‘공부를 집중해서 잘하기위해' 서로 다른 의미로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들에게 이들에 맥락에 맞는 음악, 의자, 불빛 등의 공간을 설계했다.
이런 고객 경험은 스타벅스 고객 한명 한명을 한번 구매하고 끝나는 소비자가 아니라 팬으로 만들었다. 지속적인 재방문과 구매, 굿즈와 이모티콘 선물을 통해 다른 고객까지 끌어당기는 힘이 됐다.
스타벅스가 보인 사업의 본질을 들여다보는 ‘의미 재설계’의 과정은 스타벅스의 로고 변천사를 통해서도 파악할 수 있다. 과거 스타벅스의 로고에는 커피(COFFEE)라는 단어가 선명하게 보이지만, 현재 로고에서는 COFFEE가 사라졌다.
즉, 스타벅스가 설계하는 고객 경험은 커피맛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지가 보여진다. 커피보다는 스타벅스 고객들의 맥락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그 영역을 고객 관점에서 더 확장하려는 것이다.
고객 데이터로 사업 본질 다각화
이렇게 고객중심으로 의미 재설계 사례가 여럿 등장하며 산업간의 경계를 넘나드는 과감한 다각화가 추진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이름마저 바꾸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20년 1월 던킨 도너츠도 브랜드명을 던킨으로 변경했다. 생각해보면 소위 ‘잘나가는’ 회사인 구글, 카카오, 애플 등에는 회사명 안에 사업이나 산업명이 들어있지 않다.
‘도너츠’라는 본업에 충실한 전략을 세웠던 게 과거의 방식이라면 광범위한 ‘고객 중심의 다각화’를 시도하는 게 요즘 방식이다.
지금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세계에서 고객의 연결된 경험이 강화되면서 ‘고객 중심의 다각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마존이다. 온라인책방으로 시작하였지만 지금은 고객중심에서 시작한 다양한 아이디어로 아마존고(무인점포), 아마존케어(원격의료 프로그램), 아마존 파머시(온라인 약 배송 서비스), 아마존 대시(음성인식/센서로 빠르게 주문가능한 쇼핑 서비스), 프라임 워드롭(집에서 입어보고 구매하는 피팅룸 서비스), 아마존 프레시(신선식품 무인화매장), 알렉사(인공지능 플랫폼)까지 확장했다.
그들이 아마존닷컴을 통해 쌓을 수 있었던 수많은 고객 데이터로 새로운 ‘의미’를 주는 경험으로 사업 본질을 다각화했다.
차경진 교수는 데이터로 고객경험을 디자인하는 전문가다.
차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과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주임이다. 비즈니스인포메틱스학과를 맡고 있다. 경영정보시스템 박사로 석사 때에는 추천전문가시스템을 연구했고 박사과정에서는 기업의 DX(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연구했다. 2011년부터 SK, LG, 삼성, KT, 두산, LS, GS 등 대기업에서 데이터로 고객경험을 만들어가는 AI기술 및 DCX(Data Driven Customer Experience) 프로세스를 강의했다. 특히 제조업, 유통,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 군에서 데이터 기반 고객경험 혁신을 자문한다. 현재도 국내 대기업에서 미래 디스플레이 경험, 푸드 스타일러 경험, 미래 세탁 라이프 경험, 데이터 기반 브랜드지수 개발, 스마트홈서비스 경험 등의 DCX관련 산학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현장에서 데이터 기반 고객경험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 학계에서는 한국IT서비스학회 부회장, 한국지능정보시스템학회 부회장, 한국경영정보학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