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엔 '글로벌' 이란 단어가 없더라... 나스닥에 100개 넘게 상장된 비결
[넥스트라이즈2024] 실리콘밸리서 스타트업 창업부터 엑짓까지 해보니
글로벌 진출 꿈꾸는 스타트업 위한 강연
김성겸 전 블라인드 공동 창업자 "본 게 다르면 똑같은 것도 해석하는 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창원 래빗벤처스 창업가 "돈이 많으면 확장하기 쉽다 하지만 포커스할 곳 찾아 집중해야"
국내 최대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4'가 13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KDB산업은행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NextRise 2024, Seoul'은 13일, 14일 양일간 진행되고 올해로 6회째를 맞았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넥스트라이즈2024에는 500여개 스타트업 전시부스와 LG, 콘텐츠진흥원, GS에너지, AWS, BMW 등 국내외 대기업과 유관기관의 독립부스, 각종 컨퍼런스, IR 피칭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218개 국내외 대·중견기업, 벤처캐피탈(VC)과 880여개 스타트업이 3600여차례 투자 및 사업협력 상담도 진행한다.
개회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반도체, AI, 우주항공 등 세계시장을 선도할 신산업 10대분야의 초격차 스타트업을 집중 육성할 것"이라며 "시장 진출과 기업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는 혁파하고 기술개발과 글로벌 R&D 프로그램 지원 등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행사에서 넥스트라이즈는 주빈국(주 초청국)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와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첫 주빈국으로는 일본이 선정됐다. 미쓰비시, 미즈호, 소니, 라쿠텐, 인큐베이트펀드 등 현지 대기업과 투자사 15곳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30여곳도 참가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은 지난해 이어 올해 독립부스를 통해 현지 스타트업을 소개했다.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을 위한 다양한 강연도 준비됐다. 이 중 '실리콘밸리서 스타트업 창업부터 엑짓까지 해보니'라는 주제로 진행된 강연이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해당 강연은 손재권 더밀크 대표의 사회와 김성겸 전 블라인드 공동 창업자, 김창원 래빗벤처스 창업가의 대담으로 진행됐다.
김성겸 전 블라인드 공동 창업자는 소셜 커머스 기업 티몬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팀원이 10명일 때 입사해 1000명일 때 나왔다. 2014년 블라인드를 공동으로 창업했다. 1년 뒤 미국으로 건너가 초기 이용자 확보부터 B2B 사업 런칭까지 참여하며 초석을 다졌다. 지난 12월 퇴사하고, 현재는 글로벌 진출을 꿈꾸는 회사들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김창원 래빗벤처스 창업가는 스타트업을 한국과 미국에서 각각 성공적으로 엑싯한 경험이 있다. 그는 삼성, 구글,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거쳐 2020년 부터는 투자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까지 55개 이상의 회사에 엔젤 투자를 했고, 지난해 래빗벤처스를 창업해 제너럴 파트너(GP)로 일하고 있다.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베테랑들만의 글로벌 진출 꿀팁을 공유한다. 아래는 주요 대담 내용이다.
Q. 미국에서 창업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김창원 래빗벤처스 어드바이저(이하 김창원): 처음부터 미국에 있어서 그 곳에서 창업했다. 미국에서 모바일 인터넷 분야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는데 발전 속도가 한국이 훨씬 빨랐다. 당시 한국을 많이 벤치마킹했다. 한국이 앞선 분야들이 많다. 이런 분야들을 충분히 글로벌화 할 수 있고 이런 기회는 많다고 생각한다.
김성겸 전 블라인드 공동 창업자(이하 김성겸): 블라인드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지만 한국에서 먼저 사업을 시작하고 미국으로 진출한 사례다.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다니는 회사들이 가진 단점, 문제점들을 공유하기 마련이고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니즈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한국에서 법인 설립하기 전에 미국에 먼저 설립했다.
처음부터 미국이 본사였고, 한국은 연락 사무소 형태로 유지했다. 해외 진출을 일찍 시도했다. 미국에 가고 2주 뒤 한국 항공사에서 큰 이슈, 소위 '땅콩사건'이 터졌다. 이때부터 한국에서 가파르게 성장했고, 미국에서는 막 유저베이스(Userbase, 서비스를 사용하는 상용자들의 집합)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Q. 사업 초기 단계에서 그것도 미국에서 어떻게 팀 빌딩을 했나?
김창원: 구글을 퇴사하고 바로 창업했다. 구글에 있었을 때 한 6개월 정도 창업 아이템 연구를 많이 했다. 아이템을 명확하게 하고 초기에는 주변에 있는 한국분들을, 이 후에는 외국인을 고용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한국인들끼리 창업할 때 영어만 잘하는 사람을 뽑기보다 필요한 직무의 일을 실제로 잘 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다. 아직까지는 미국에서 한국 사람들이 모여 시작한 회사들 중에 엄청나게 성공한 회사가 별로없다.
앞으로 한국 사람들이 모여서 창업한 회사들이 성공하는 케이스가 쌓이고, 특정 패턴이 형성될 것 같은데 아직까지는 그게 안 된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사람들끼리 모여서 창업하는 것보다는 한국 사람이 주축이 되더라도 외국인을 포함해 팀을 꾸리는 게 났다고 생각한다.
김성겸: 저는 한국에서 먼저 창업하고 미국에서 팀 꾸리는 관점에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미국에서 GTM(Go-to-Market) 전략을 수행하는 시기에 같이 협업해야 하는 사람들이 한국말을 못하면 한국팀과 소통이 안되기에 한국말과 영어를 동시에 잘하는 사람을 찾아 채용했다.
모든 회사들이 저마다 처한 특별한 상황이 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해야하는 일들이 있다. 이 과정에서 언어적 장벽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초기 팀원으로는 한국분들을 채용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표님들이 꼭 해야하는 일들이 있다. 대표님들이 고객을 만나 시장을 찾고, 패턴을 찾아 거기에 맞는 프로덕트를 기획하는 과정에서 이를 대신해줄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게 굉장히 안 좋은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무조건 고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대표가 해야 되는 일을 대신 해 줄 사람을 뽑는 것은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한다.
Q. 미국에 진출할 때 PMF를 찾는 과정도 매우 중요할 것 같다. 투자를 받기 전에 어떻게 준비했나?
김성겸: 사실 한국이라는 시장이 되게 특수한 시장이다. 단일민족 국가인데다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살고 국민들의 학력도 높은 편이다. 그래서 굉장히 큰 상권이 하나만 있다.
한국에서 찾은 PMF(Product Market Fit, 프로덕트 마켓 핏)가 확장 가능하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한국은 확장 가능한 마켓이 아니다. 그래서 해외 진출을 준비할 때 PMF를 다시 찾아야 한다. 고객이 어디 있는지 정도의 가설들을 세우는 것은 리서치로 할 수 있지만 실제 고객과 만나지 않는 이상 PMF를 찾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한국에서 자신의 회사, 서비스의 위치가 어디인지 봐야한다. 한국에서는 시리즈B 투자를 받았지만, 미국에서는 시리즈A나 오히려 C에 근접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투자를 받을 준비를 해야한다.
김창원: 투자 관련해서 딱 한 가지만 팁을 드리자면 절대 하루에 미팅을 3개 이상 잡지 않으길 추천한다. 창업자들이 시간을 아끼느라 연달아 투자자분들과 미팅을 잡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투자자분들이 기본적인 자세는 'NO'인 경우가 많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도 하루에 세번씩 'NO'를 들으면 자존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게 자신감에 굉장히 큰 영향을 준다. 그렇기에 미팅을 연달아 잡지 않아야 멘탈을 잘 관리할 수 있다.
Q. 투자를 받고 나서는 자금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이후 자금 및 재정 관리는 어떻게 했나?
김성겸: 재정을 관리할 자신이 없다면 투자를 많이 받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5억이 필요한 사업인데 여러가지로 조건이 좋아서 수십억을 받을 수 있다면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투자를 다 받는다. 그리고 은행에 넣어두고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하지만 실제 돈이 없다고 생각하는 창업자는 한 번도 못 봤다. 5억이 필요한 데 수십억을 받게 된다면 결국 그 돈을 다 쓰게된다.
김창원: 돈이 많으면 확장하기가 너무 쉬워진다. 한국 시장에서는 많은 프로덕트들이 행으로 확장을 하는 게 유일한 성장 방법이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무작위로 하는 경우를 많이봤다.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게 되면 하나만 잘하는 게 중요한 경우가 많다. 자금 관리 관점에서 우리가 진짜 포커스 해야 되는 영역에 돈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
Q. 미국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때 어떤 걸 중요하게 보고 접근했나?
김성겸: 블라인드가 미국에서 매출이 엄청나게 많이 나는 회사는 아니지만 B2B 비즈니스 중 잘 되고 있는 것은 데이터 비즈니스다. 한국에서는 HR팀이 하는 업무가 조금 제한적이기 때문에 데이터 비즈니스가 시장이 거의 없다고 판단을 했었는데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미국에는 '피플 애널러틱스'라는 팀이 따로 있다. 이 팀은 인사에 관련 데이터, 즉 채용 시장의 데이터 및 내부 직원의 데이터를 다 모아서 채용 전략 관리를 한다. 우리는 이 팀들을 타겟으로 봤다.
블라인드에 있는 논의 내용을 분석해 보면 직원들이 어떤 얘기를 하고 있고 어떤 불만을 이야기하고 또 장점으로 보이고, 채용 관점에서도 다른 회사 직원들이 우리 회사에 대해서 어떻게 얘기하고 있는지 등 많은 데이터가 있기 때문에 이걸 데시보드화해 보여주면 승산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사람들의 정체성이 비슷해서 우리가 생산자이사 소비자일 가능성이 높고, 직관 중심의 프로덕트 개발이 굉장히 많이 이루어지는 나라인 것 같다다. 이후 세일즈도 주변 인맥 중심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미국은 우선 고객을 발굴하고, 우리가 줄 수 있는 강점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정의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사실 프로덕트 개발 단계부터 꼬이기 시작한다. 이 단계를 착실히 밟았던 게 지금 프로덕트 성공에 기여를 했던 것 같고, 이 과정을 스킵하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Q.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에 사업을 운영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나?
김성겸: 미국에서 일을 하며 한국에 있는 팀과 많은 갈등을 겪었다. 결론은 "본 게 다르면 똑같은 것도 해석하는 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로 정리될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이용자들은 검색을 굉장히 많이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큰 나라다보니 수많은 글들 중에 나랑 관련 있는 글이 있을 가능성이 굉장히 낮다. 그래서 사람들이 검색을 먼저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미국 사이트들이 굉장히 검색 친화적으로 되어있다.
하지만 한국은 스크롤해서 글을 보는 문화가 형성돼 있다. 포럼 문화가 다른 이유가 그 사회의 구성에 있다. 이런 상황을 이해하는 사람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한테 똑같은 정보를 제공했을 때 해석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업무를 할 때도 말로만 전해 듣기보다 직접 경험하고, 대표나 직원이나 같이 보고 동일 선상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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