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엔젤투자 문화도 바꾼다... 질문 잘해야 대박 확률 높아진다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교육과정 현장 취재]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 "챗GPT시대에 좋은 질문 하는 사람과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
●한국엔젤투자협회 주관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교육과정, 특강, 조별모임, 챗GPT를 이용한 투자, 투자계획서 검토 등 다양한 주제로 커리큘럼 구성해 '좋은 질문하는 투자자 양성.'
맹자의 군자3락이라는 말 아시나요? 부모님의 건강과 화목한 가정이 첫번째 낙(樂),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부끄러움 없이 사는 삶이 두번째 낙, 마지막 세번째 낙은 인재를 키우는 것입니다. 엔젤투자는 바로 사람, 인재를 키우는 것입니다.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회장
지난 28일 열린 제36기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교육과정 시작을 알리는 특강.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 고영하 회장은 엔젤투자에 대한 철학을 이렇게 밝혔다.
고 회장이 정의한 엔젤투자는 ‘내돈내산,’이다. 즉, 엔젤투자는 투자자 자신의 돈으로 초기 기업에게 투자하는 것이다. 반면, 벤처투자는 다른 투자자들의 돈, 즉, ‘남의 돈’을 모아서 투자를 하고, 성공보수를 가져가는 개념이다. 이렇게 엔젤투자는 벤처투자와 구분된다.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오프라인 교육과정이 진행된 마포구 서울가든호텔 대회의실은 28일 부터 30일까지 행사가 진행되는 기간동안 참가자들의 목소리와 열의로 가득 찼다.
참가자들은 개인적으로 엔젤투자를 하거나, 앞으로 투자 조합을 결성하고 보다 전문적인 투자를 집행하기 위한 지식과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참가자들 중에는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 이미 엑시트(Exit) 경험이 있는 기업가, 금융투자 회사 소속 임직원, 그리고 개인적으로 엔젤투자를 계획하는 사람들 등 다양했다.
이번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교육과정은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던 것을 처음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과정 모두 진행 했고, 교육과정 참가자들 대부분은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는 기대감을 비추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앞으로 GP도 하고, 펀드도 만들어보고 싶기도 한데, 무엇보다 네트워크가 중요해서 이번 교육에 참석하게 됐다”며 “전문직 분들도 많고, 금융에 관심있는 분들도 많아서 이번 교육 기간동안 그런 분들을 만날 것 같다”며 기대감을 비췄다.
이상학 한국엔젤투자협회 감사 및 고벤처포럼의 부회장도 첫날 강연 중 “과거 엔젤투자 초기에 투자 실패를 한 적이 있고, 이후 성과를 냈는데, 실패 이유는 첫 번째가 네트워크에 있었습니다.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투자할 사람들과의 네트워크가 핵심,”이라고 말하며 인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행사에 모인 약 55명의 참가자들이 모두 10초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한 참가자는 “시장에는 돈이 말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돈이 다 여기 와 있었다”라고 말하며 교육과정 첫 날의 어색함을 풀기도 했다.
질문을 하는 자 vs 질문하지 못 하는 자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은 자신의 강연 중 챗GPT의 시대에 챗GPT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좋은 질문을 하는 능력이라고 강조하며, “좋은 질문을 하는 사람은 세상의 리더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고 회장은 인구 920만명 중 노벨상 수상자만 200명을 배출해 낸 이스라엘의 비결을 비판적인 생각(Critical thinking)을 강조하는 교육 시스템이라고 꼽았다.
이스라엘 교육에서는 선생님들이 하는 말들이 절대 옳다고 강조하지 않으며, 항상 비판적으로 생각을 하며 수업에 임할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친다고 한다. 비판적인 질문을 많이 하는 문화는 스타트업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창업을 많이 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이스라엘이기 때문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문제들에 좋은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고 회장은 분석했다.
고 회장은 한국의 주입식 교육이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을 꼬집었다. 수업시간에 좋은 질문 보다는 정답을 먼저 찾으려고 하고, 참여를 통한 네트워킹이 아닌 그냥 선생님의 말을 듣는 것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 중고등 교육과정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는 교수님이 말하는 말의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답안지에 쓰려고 한다. 고 회장은 한국의 교육시스템을 질문과 네트워크 중심으로 바꿔야 스타트업시장, 경제가 성장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얼리어답터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얼리어답터 보다 먼저 실행하는 사람들이 바로 이노베이터,” 라고 하며 “새로운 것을 제일 먼저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바로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이다,” 라고 말했다. 또한 스타트업 중에서도 질문을 제일 잘하는 곳이 세상의 문제를 잘 풀어나갈 것이고, 더욱 큰 문제도 풀 수 있다고 말하며, 투자에서도 질문을 잘하는 사람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발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투자를 하려면? ‘Spray and pray’ 할 것.
고 회장은 좋은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욕심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엔젤투자의 성공확률은 아주 낮기 때문에, 1억을 한곳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1천만원을 10곳에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Spray and pray,’ 기법을 강조했는데, 즉, ‘뿌리고 기도하라’는 것이다. 투자에서 심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평정심을 유지하며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하며 “분산 투자 후 마음을 비우고, 하루하루를 감사하게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 이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에게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평가는 예술’이며 기업의 가치는 상장이 되기 전까지는 정해진 것이 없다. 따라서 기업가치를 5억, 10억, 100억으로 하느냐는 정하는 사람의 마음이다.
고 회장은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분을 많이 가지기 위해 회사 가치를 억지로 낮출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또 "투자자가 투자를 할 때 갑의 위치에 많이 서는데, 함부로 칼을 휘두르려고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지분을 51%를 가지고 오는 순간 회사는 투자자의 회사가 된다. 따라서, 창업자는 열심히 일을 할 동기가 사라져 버리는 것이다. 투자자는 지분 다툼을 하기 보다 창업자가 열심히 기업을 성장 시킬 상황을 만들어야 주어야 한다고 고 회장은 전했다. “기업의 가치를 10억이 아니라 20억으로 평가해 준다면, 창업자는 소위 기가 살아 날 것이고, 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게 되는 것” 이라고 말하며 창업가와 심리적인 유대감 형성도 중요함을 강조했다.
엔젤투자에도 챗GPT는 필수
최근 AI열풍에 빠질 수 없는 챗GPT에 대한 수업도 진행됐다. 챗GPT를 엔젤투자에 이용하는 방법에 대한 강의가 바로 그것이었다.
인터넷 포털에서 검색한 특정 기업의 재무제표를 스마트폰으로 화면을 캡쳐해 이미지 파일로 만들고, 카카오에서 운영하는 아숙업(Askup)에 올린 뒤, 챗GPT에 기업 평가 요청을 하는 간단한 방법 등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해당 강의는 참여자들의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실습시간 동안 참가자 모두가 강의장 전면 슬라이드에 띄워진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강의에 필요한 AI서비스에 접속을 해보는 등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재무제표 이미지 파일을 이용한 기업 분석은 투자 요약 보고서를 쓸 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능,” 일 것 같다는 평을 했다.
두 번째 날에는 사업계획서를 검토하고 투자계약서를 작성해보는 실습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실제로 투자를 하면서 일어날 수 있는 계약서 상의 이슈들을 파악해 보고, 해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술적인 강의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하고 투자 계약서를 살펴 보는 실용적인 수업이었다.
예를 들어, 이미 투자를 받은 적이 있는 A라는 기업이 후속 투자를 받는 경우 새로운 투자 계약에서 적용 할 주당 단가, 주식수 등을 구해 보는 실습을 진행했다. 투자 계약서를 살펴 보며 조별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하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문제를 푼 뒤에는 강사와 함께 샘플 계약서에서 보완해야할 점에 대해서 논의하기도 했다.
교육이 끝나는 마지막 3일 차에는 시험을 치르고 및 투자사례에 대한 특강 후 교육과정은 완료 됐다.
교육이 완료된 이후 한 참석자는 "실제로 엔젤투자를 하면서 겪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경험들을 들을 수 있어서 유익했고, 특히, 비슷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업계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의미가 있었다,"고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 추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엔젤투자시장의 전문개인투자자란?
한국엔젤투자협회는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과정에 대해 “엔젤투자에 대한 위험을 사전적으로 관리 할 수 있는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하여 투자실적, 경력, 자격요건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충족하는 개인에게 자격을 부여 하는 것,”이라고 소개 하고 있다.
‘전문개인투자자,’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몇가지 자격요건이 있다. 최근 3년간 투자금액의 합계가 1억원 이상의 실적 보유를 해야 하고, 상장법인의 창업자이거나 상장 당시의 대표이사이거나,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 에서 2년 이상의 투자심사 업무를 하거나, 변호사, 공인회계사 등의 경력 요건 중 한 개를 충족 해야 한다. 경력자격 요건에 해당되는 사항이 없는 경우, 한국엔젤투자협회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교육과정을 수료하면 된다.
전문개인투자자가 되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투자기업 벤처기업인증, 개인투자조합 운영시 한국벤처투자(모태펀드)에서 출자검토 대상자격 부여, 코넥스 시장 참여시 기본 예탁금(3천만원) 면제 등이 있다.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교육과정은 24시간의 온라인 교육과 실습 및 네트워킹 중심의 26시간 오프라인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전문개인투자자 등록 신청자격 부여를 위한 제 37기 전문개인투자자 양성 교육과정이 6월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