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COO “BTS 내년 신보, 놀라운 퀄리티”... K팝 바꿀 3대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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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5.10.20 23:03 PDT
김태호 COO “BTS 내년 신보, 놀라운 퀄리티”... K팝 바꿀 3대 전략
김태호 하이브 COO가 더밀크와 인터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박원익, Gemini 편집)

[더밀크 인터뷰] 김태호 하이브 COO
①‘멀티 홈’ 전략: 캣츠아이, 리스너 수·코첼라 무대로 증명
②‘멀티 장르’의 개척: 라틴 팝의 심장을 겨냥한 산토스 브라보스
③국경 없는 제국을 위한 인프라: 기술과 플랫폼
더밀크의 시각: K컬처, 글로벌을 품어라

‘우리의 순간이야. 함께 빛나고 있어.(it's our moment. You know together we're glowing)’

2025년 가을,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 중심에 애니메이션 영화 속 K팝 걸그룹이 우뚝 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 이하 케데헌)’의 전례 없는 성공은 K팝이 단순한 음악 장르를 넘어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하나의 ‘문화 코드’로 진화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다.

이 애니메이션은 ‘오징어 게임’의 기록을 넘어서며 넷플릭스 역사상 최초로 누적 조회수 3억 회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영화 사운드트랙 리드 싱글인 ‘골든(Golden)’은 빌보드 ‘핫 100’에서 통산 8주 1위를 차지하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방탄소년단(BTS)의 ‘버터(Butter, 10주)’에 이어 8주 이상 1위를 기록한 두 번째 K팝에 등극한 것. 

K팝 역사가 새로 써지는 순간, K팝 산업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한 하이브(HYBE)의 김태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만났다. 10월 18일(현지시각) 뉴욕에서 열린 ‘꿈(KOOM) 페스티벌’ 현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는 K팝의 미래에 대한 하이브의 청사진을 명확히 제시했다.

“‘케데헌’은 K팝이라는 장르의 확장성을 만들어준 계기가 됐습니다. 기존의 K팝을 좋아했었던 팬들 외에도 K팝에 대한 이해와 저변이 넓어졌다는 측면은 비즈니스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김 COO는 “K팝이라는 장르적 특성은 우리를 여기까지 있게 한 힘이기도 했지만, 반대로 확장성 측면에서는 걸림돌로 작동하기도 했다”며 “어느 순간 K팝을 넘어서야 한다는 건 저희에게 굉장히 중요한 미션이었다”고 설명했다. 

케데헌 등장 이전에도 하이브는 K팝을 단순한 서브컬처가 아니라 전 세계인이 즐길 수 있는 하나의 장르로 만들고자 계속해서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한국 가수여야 K팝이 아니라 한국의 시스템, 장르적 요건을 갖추면 K팝이 되는, 즉 ‘메이드 인 코리아’가 아닌 ‘메이드 바이 코리아’가 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태권도의 종주국은 한국이지만, 올림픽 메달은 다양한 국가가 차지하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힙합이라는 장르를 볼까요? 미국 흑인음악에서 출발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아티스트들이 함께 힙합을 만들고 공연하죠.”

그는 특히 글로벌화, 현지화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이브의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예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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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 (출처 : 하이브)

①‘멀티 홈’ 전략: 캣츠아이, 리스너 수·코첼라 무대로 증명

실제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는 하이브의 ‘메이드 바이 코리아’ 전략을 증명하는 강력한 사례다. 

하이브가 미국 게펜 레코드와 합작, 출범시킨 캣츠아이는 K팝 육성 시스템을 미국 본토에 직접 이식한 역사적인 시도였다. 

김 COO는 “K팝의 육성 시스템, 제작 시스템은 분명히 경쟁력이 있는데, 과거에는 K팝의 정의가 협소하게 해석되다 보니 결국 한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확장을 시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며 “캣츠아이는 K팝의 뿌리는 갖고 있지만, 명확하게 미국과 전 세계 시장을 타겟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캣츠아이에 대한 반응은 놀랍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폭발적이다. 2024년 데뷔 EP 발매 당시 약 819만 명이었던 스포티파이 월별 리스너는 1년여 만에 가파르게 상승, 2025년 9월 말에는 3200만 명을 돌파하는 최고 기록을 세웠다. 

김 COO는 “걸그룹 통틀어 스포티파이 월별 리스너 수 1위라는 성적을 냈다”며 “미국의 주류 리스너들로부터의 반응이기 때문에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캣츠아이는 2026년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 출연을 확정하며 미국 음악 산업계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데뷔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인 그룹이 세계 최고 권위의 음악 페스티벌 무대에 초청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무대에서 헤드라이너로 공연했던 블랙핑크처럼 독립적인 글로벌 아티스트로 인정받고 있는 것. 

김 COO는 “미국에서 시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멤버를 모아 결성한 팀이라 내부에서도 기대가 있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보고 있는 결과는 개인적인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라고 했다. 하이브의 K팝 육성 시스템과 게펜 레코드가 가진 미국 내 네트워크 및 프로모션 역량 등이 결합돼 시너지 효과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브 라틴아메리카는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 프로젝트를 통해 라틴 보이 밴드 결성 과정을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방영, 최종 5인의 멤버를 확정했다. (출처 : 하이브)

②‘멀티 장르’의 개척: 라틴 팝의 심장을 겨냥한 산토스 브라보스

캣츠아이의 성공으로 미국 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한 하이브의 시선은 다음 격전지인 라틴 아메리카로 향했다. ‘산토스 브라보스(SANTOS BRAVOS)’ 프로젝트는 ‘멀티 홈’ 전략 뿐 아니라 ‘멀티 장르’로 확장하는 하이브의 야심을 보여준다. K팝 시스템을 라틴 팝이라는 새로운 장르와 언어에 접목하는 도전이다.

김 COO는 “하이브의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의 핵심은 철저한 현지화에 있다. 현지에서 익숙하게 소비되는 콘텐츠와 한국의 육성 시스템이라는 노하우를 접목하는 흐름”이라며 “하이브 라틴을 통해 곧 데뷔할 산토스 브라보스를 보면 깜짝 놀랄 거다. ‘K팝, 한국 회사가 만든 게 맞아?’ 싶을 정도로 한국의 느낌이 아예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멕시코, 콜롬비아 등 다양한 국적의 라틴 참가자 중 최종 5명을 선발해 라틴 보이 밴드를 결성하는 과정을 리얼리티 시리즈로 제작했다. 이 과정에는 영화 ‘하이스쿨 뮤지컬’의 감독 케니 오르테가, 샤키라의 프로듀서 자니 골드스틴 등 세계적인 전문가들이 멘토로 참여해 K팝의 규율과 서구의 전문성을 결합했다.

데뷔 전부터 유튜브, 스포티파이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팬들과 소통하며 팬덤을 구축하는 K팝의 전형적인 프리-데뷔 전략도 그대로 적용됐다.

결과는 즉각적이었다. 10월 21일 멕시코시티의 유서 깊은 공연장인 아우디토리오 나시오날에서 열리는 데뷔 콘서트의 5000석 규모 티켓이 예매 시작 단 몇 시간 만에 전석 매진됐다.

하이브의 전략은 단순히 ‘스페인어로 노래하는 K팝 그룹’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K팝의 ‘프로세스’를 활용해 진정한 ‘라틴 팝’ 그룹을 탄생시키는, 문화적 ‘이식’이 아닌 문화적 ‘융합’에 가깝다. 그룹명부터 스페인어이며 참가자들의 국적과 멘토들의 배경도 라틴 문화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K팝 시스템으로 대중이 좋아하는 컨텐츠를 만드는 ‘메이드 바이 코리아’ 전략을 확장하며 시장 자체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하이브위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 (출처 : 하이브)

③국경 없는 제국을 위한 인프라: 기술과 플랫폼

‘멀티 홈, 멀티 장르’ 전략을 지속하려면 훌륭한 아티스트를 배출하는 것에 그쳐선 안 된다. 이들을 전 세계 팬들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는 강력한 인프라가 필요하다. 

하이브가 AI, 팬덤 플랫폼 등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 COO는 “하이브가 기술 영역에 큰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해왔던 건 기술의 발달이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굉장히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며 “저희에게 기술은 하나의 사업 축으로 검토될 만큼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하이브의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는 ‘글로벌 넘버 원 팬덤 플랫폼’이라는 위상을 확고히 다졌다”며 “단순히 K팝 팬덤뿐 아니라, 현지 아티스트, 팬덤을 가진 존재라면 누구든 입점해서 팬들과 소통하고 비즈니스로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위버스에서는 K팝 아티스트를 넘어 아리아나 그란데, 두아 리파 등 서구의 팝스타들까지 자신의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2024년 기준 245개 국가 및 지역에서 사용된다. 

하이브의 자회사 ‘수퍼톤(Supertone)’은 AI 오디오 기업으로서 하이브의 미래를 담당하고 있다. 실시간 보이스 체인저 ‘시프트(Shift)’, 실감 나는 텍스트 음성 변환(TTS) 기술 ‘플레이(Play)’ 등은 아티스트의 물리적 한계를 넘어 다국어 음원을 손쉽게 제작하고, 가상 아티스트를 선보이는 등 콘텐츠의 경계를 무너뜨릴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텐츠 IP(지식재산권) 확장 역시 중요한 축이다. 하이브 아메리카는 파라마운트 픽처스와 손잡고 2027년 2월 개봉을 목표로 K팝을 소재로 한 실사 영화를 제작 중이다. 플랫폼, 기술, IP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락인(Lock-in)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도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예컨대 파라마운트 영화를 통해 K팝에 입문한 팬이 위버스에서 캣츠아이 커뮤니티에 가입하고, 위버스 샵에서 굿즈를 구매하며 수퍼톤 기술로 만들어진 새로운 콘텐츠를 소비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한 것이다. 

김태호 COO는 인터뷰 마지막에 많은 팬들이 기다리는 BTS 앨범 준비 상황에 대해서도 간단히 언급했다.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마친 BTS가 2026년 초 선보일 신보는 2023년 6월 데뷔 10주년 기념 싱글 ‘테이크 투(Take Two)’ 이후 약 3년 만에 완전체로 발표되는 앨범이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BTS 앨범이 순조롭게 준비되고 있다. 전원 군 복무를 마치고 완전체로 돌아오는 BTS가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놀라운 퀄리티의 앨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수퍼톤 시프트 (출처 : 수퍼톤)

더밀크의 시각: K팝은 재정의되야 한다

케데헌 신드롬, 캣츠아이, 산토스 브라보스를 비롯한 신선한 시도들은 K팝의 외연을 글로벌 무대로 확장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   

중요한 건 김 COO가 언급한 것처럼 하이브가 한국의 강점에만 머물지 않고, 현지화와 보편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그 밑바탕에는 위버스(플랫폼), 수퍼톤(AI)라는 강력한 기술 인프라도 존재한다.

K팝은 더는 한국이라는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K팝의 성공을 이끈 체계적인 ‘문법’, 인재 발굴, 트레이닝, 콘텐츠 제작, 팬 소통 방식을 세계 각지에 적용해 현지에 최적화된 글로벌 팝을 만들어내는 방법론이 또 어떤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저는 K팝의 ‘보편 장르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흑인 음악에서 시작돼 전 세계인이 즐기는 힙합처럼 K팝도 그렇게 돼야 합니다. 한국 회사가, 한국 프로듀서를 통해, 한국 멤버를 주축으로 만든 팀만이 K팝이라는 정의를 극복해야 합니다. 누구나 K팝의 장르적 특성을 따라 음악을 시도할 수 있는, 보편적 장르가 되는 미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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