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은 35세 넘으면 왜 대도시를 탈출하려 할까?
[테크 브리핑]
미국인 출퇴근 시간 늘어난 슈퍼 출퇴근족 30% 늘어
도심 떠나 외곽으로 ... 주 2~3회만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정착 단계
도심 공동화 현상을 기회 삼으려는 슈퍼리치 등장
미국인, 35세가 넘으면 도심 외곽으로 빠지려 한다
미국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이 몇 년 새 더 길어졌습니다. 이른바 '슈퍼 출퇴근족'의 등장입니다.
미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75마일 이상을 출퇴근하는 '슈퍼 출퇴근'의 비율이 코로나 펜데믹이 터진 2020년 이후 30% 이상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스탠퍼드대 경제학자 닉 블룸과 알렉스 피넌이 분석한 조사는 2023-2024년과 2019-2020년을 비교했습니다. 4개월 기간 동안 200만 건의 아침 출근길을 조사한 결과, 장시간 출근길을 다니는 근로자가 늘어난 것을 발견했는데요.
아침 출근길 중 50~74마일 사이의 출근 비율은 18% 증가했으며, 75마일 이상은 32% 급증했습니다. 반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35마일 미만의 출근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스탠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75마일 이상 통근하는 비율이 가장 많이 증가한 도시는 워싱턴 D.C., 뉴욕, 피닉스, 댈러스 등입니다. 아이오와와 같은 지역에서도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습니다.
하이브리드 근무 가능, 외곽으로 주거 옮겨... 75마일 이상 출근 32% 급증
미국에서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대도시보다 외곽에서 살려는 욕구가 이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이 처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35세가 되면서 주택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커집니다. 도심 외곽에서는 더 큰 주택과 넓은 마당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35세 즈음에 많은 사람들이 자녀를 가지기 때문에 더 좋은 교육 환경과 안전한 환경을 선호합니다. 외곽 지역에서는 전반적인 생활비가 더 낮아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도심 중심가는 위험한 지역이 많고 외곽 지역에는 좋은 학교들이 많아 자녀 교육에 유리합니다.
이와 함께 팬데믹 이후 하이브리드 근무가 보편화 된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힙니다. 하이브리드 근무가 지속되면서 매일 출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출근 거리를 길어지게 만든 것입니다.
실제 구스토(Gusto)에 따르면 연간 25만 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들은 외곽 지역 거주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스토가 6800개 이상의 기업에 소속된 5만 2000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 출근 거리는 2019년 10마일에서 2023년 말에는 27마일로 증가했습니다. 특히 30대 후반의 직원들 사이에서는 그 거리가 거의 세 배로 증가하여 29마일에 달했습니다.
리즈 윌크 구스토 수석 경제학자는 "35세에서 39세 사이의 근로자들은 직장에서 더 많은 발언권을 갖게 되는 경력 단계에 있으며, 인생의 전환기를 맞아 외곽 지역에 거주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내 중심가는 공동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공공정책 연구소 데모그래피아에 따르면, 2021년에서 2023년 사이에 미국의 주요 56개 메트로 지역 인구는 외곽으로 이주하는 주민들로 인해 순 190만 명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때문에 미국 상업용 오피스 시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공실률은 36.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죠. 5년전에 비해 공실률이 10배 높아졌습니다.
도심 공동화를 기회로 삼는 슈퍼리치
하지만 '대도시 공동화'를 기회로 잡으려는 세력도 있습니다. 바로 슈퍼리치 그룹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체 콤파스(Compass)에 따르면 올 4월 샌프란시스코 주택판매가 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22년 중반 이후 가장 높은 월별 수치입니다. 지난해 폭락했던 유동인구 순위는 올해 10위로 2022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뉴욕의 억만장자이자 요거트 회사 초바니 창업자인 함디 울루카야(Hamdi Ulukaya)도 샌프란시스코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죠. 역대급으로 저렴해진 샌프란시스코 집, 빌딩을 '줍줍'하겠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샌프란시스코 지역에는 뉴욕을 제외하고 세계 어느 대도시 지역보다 억만장자가 많습니다. 헨리앤파트너스(Henley & Partners)에 따르면 ‘투자가능한 자산’이 1억달러 이상인 주민 숫자 기준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뉴욕에 이어 2위 도시를 차지했죠.
미국 캘리포니아주 추정치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는 2023년 약 850명 순증가를 기록하며 인구가 84만명 조금 넘는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미미한 성장세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인구가 계속 감소한 점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심리적 전환점이라는 게 블룸버그의 분석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 둥지를 트고 있는 기업과 인재들은 'AI'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실제 오픈AI는 지난해 우버테크놀로지스 본사 약 50만제곱피트(4만6450㎡)를, 지난 5월 스케일AI는 에어비앤비로부터 약 17만5000평방피트를 임대했습니다. 리플링(Rippling)은 위워크가 사용했던 건물 9층을 차지하면서 면적을 4배로 늘렸죠.금융사, 법무법인 등 비기술 기업도 임차인의 2/3를 차지합니다. 닌텐도는 미국 뉴욕에 첫 번째 매장을 오픈한 지 약 20년 만에 두번째 매장을 샌프란시스코에 열기로 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뉴마크 중개인 로만 아들러(Roman Adler)는 블룸버그에 "수요의 약 33%만이 기술 분야다. 코로나 이전과 거의 정반대"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