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의 전기차 질주 : 테슬라 잡을 수 있을까?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교수
폭스바겐, 2026년 레벨 4를 위해 퀄컴-이노비즈 등과 손잡아
배터리 내재화 시작...26조원 투자 독일 잘츠기터에 공장 착공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 성공 이후 주요 자동차 기업의 전기차 진화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과 현대는 주요 자동차사들 중에서 전기차 시장에 많은 노력 쏟고 있는 중이다. 2022년 상반기에 배터리 전기차 판매 순위에는 테슬라(57.1만대), BYD(32.1만대), 상하이차(30.1만대), 폭스바겐(21.7만대), 현대기아(15.2만대)가 주요 업체로 올라 있다.
내수에 주력하는 중국의 BYD와 상하이차를 제외하면 테슬라, 폭스바겐, 현대기아가 주요 자동차사들 중에서 전기차 판매량이 많은 상황이다.
폭스바겐과 현대는 MEB와 E-GMP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테슬라 전기차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다양한 차량에 비슷한 구조의 플랫폼을 적용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모델을 생산할 수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 전략이 두 회사의 핵심 전기차 전략이 되고 있다. 차량 하단의 배터리 플랫폼,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노력, 중앙 집중형 구조의 전기전자구조,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변화, 반도체 내재화를 위한 노력 등은 테슬라의 모델과 유사한 진화 방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의 행보는 다른 자동차사에게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2026년 전기자율주행차 본격 생산을 위한 폭스바겐의 최근 행보와 시사점을 짚어본다.
폭스바겐의 전기차 따라잡기
폭스바겐은 디젤 엔진 배기가스 조작 사건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2015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 폭스바겐 재창조를 선언하고,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에 많은 투자를 발표했다. 2019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서는 MEB 플랫폼의 첫 양산 모델인 I.D. 3를 전시했다.
I.D. 3는 MEB 플랫폼과 함께, 자율주행-인포테인먼트-제어를 담당하는 3개의 통합 ECU 구조, 어댑티브오토사-인포테인먼트 SW-클래식 오토사의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 구조는 테슬라의 전기전자-소프트웨어 구조와 매우 유사하다. 자율주행 및 제어를 담당하는 ECU와 인포테인먼트용 ECU의 통합 ECU 구조 위에서 자율주행, 제어,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가 동작하는 테슬라의 전기전자-소프트웨어 구조와 유사하게 진화했다.
이와 함께 배터리 내재화 전략, 반도체 내재화 전략, 자율주행 센서 양산 협력 등을 통해서 테슬라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자율차 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레벨 4를 위한 폭스바겐의 노력
지난 5월 폭스바겐과 퀄컴은 2026년부터 2031년까지 6년간 총 10억 유로 규모의 자율주행 프로세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퀄컴의 자율주행 플랫폼인 스냅드래곤 라이드 플랫폼은 앞으로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상용화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폭스바겐은 ADAS 차량 양산과 자율주행차 시범 주행에서 모빌아이와 긴밀하게 협력했다. 당초 모빌아이의 선정이 예상되던 상황에서 퀄컴의 선정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프로세서-센서(카메라, 라이다, 4D 이미징 레이더 포함)-정밀지도를 모두 갖춘 모빌아이에 비해 퀄컴의 경쟁력이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정밀지도 업체 히어의 협력과 여러 센서 업체의 협력을 바탕으로 퀄컴과의 협력을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폭스바겐은 지난 5월 라이다 센서 상용화를 위해서 이노비즈와 40억달러 규모의 양산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월 이스라엘 라이다업체인 이노비즈는 어느 자동차사와 40억 달러 규모의 라이다 센서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주요 외신들은 이 자동차사가 폭스바겐일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7월 20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서 ST마이크로, TSMC와 협력을 발표했다. 현재 주요자동차사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주문을 주였던 반도체 공급의 여파는 2023년 이후에나 개선될 전망이다.
폭스바겐은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서 ST마이크로와 협력해 필요한 반도체를 재설계하고 TSMC를 통해서 양산할 계획이다. 특히, 제어용 프로세서인 스텔라 프로세서의 공동 설계와 생산을 발표했다.
배터리 내재화를 위한 노력
지난 7월 8일 폭스바겐은 첫 자체 배터리 공장의 착공식을 진행했다. 잘츠기터에 착공될 이 배터리 공장은 배터리 셀부터 자체 생산할 예정이다. 2030년까지 총 26조원을 투자하며, 폭스바겐 전기차 생산 물량의 80%를 자체 생산할 계획이다. 앞으로 폭스바겐은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6곳 등에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고 테슬라와 유사하게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취할 계획이다.
폭스바겐의 배터리를 담당할 자회사는 파워코(PowerCo)이다. 파워코의 CTO는 LG화학/유니스트/삼성SDI/애플을 거친 안순호 박사가 선임됐다.
폭스바겐은 지난 2021년 테슬라의 배터리데이와 유사한 파워데이를 개최하면서 배터리 시장에 큰 충격을 던졌다. 2021년 파워데이에서는 배터리셀 내재화 계획과 함께 각형 배터셀 단일화, 전고체 배터리 연구 개발 등을 발표했다. 특히 노스볼트와 협력한 배터리 내재화 계획이 기존 배터리 업체에게는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폭스바겐의 노력과 과제
디젤 엔진 배기가스 조작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었던 폭스바겐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을 위한 빠른 전략 변화를 선보이고 있다. 전용 플랫폼, 배터리 내재화, 반도체 내재화, 전기전자 구조, 소프트웨어 구조 등에서 테슬라를 따라가는 듯한 전략을 취하면서 주요 자동차사 중에서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재 폭스바겐의 자율주행 전략은 소프트웨어 전문회사인 카리아드(Cariad)가 이끌고 있다. 카리아드는 퀄컴-이노비즈-ST마이크로의 협력 체계를 통해서 향후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한 핵심 부품을 공급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퀄컴-이노비즈-ST마이크로가 관련 분야의 1위 업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자율주행 프로세서는 모빌아이와 엔비디아, 라이다 분야에서는 루미나 등 여러업체들, 제어용 프로세서에서는 인피니언-NXP-르네사스의 빅 3가 주요 업체로 꼽힌다. 카리아드는 자율주행 프로세서-센서-소프트웨어의 효율적인 통합을 위해서 1위 업체들이 아닌 능력있는 도전자급의 업체들과 긴밀하게 협조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고질적인 소프트웨어 문제 해결이 큰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 구조를 적용했던 I.D. 3는 소프트웨어 문제로 여러 번 출시가 연기됐다. 출시 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기도 했다. 지난 7월 12일에는 카리아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늦어지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출시 일정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소프트웨어 문제로 벤틀리, 포르쉐, 아우디 등의 전기차 모델 양산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빠른 변화에 따른 후유증도 조직 내부에서 감지된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던 허버트 디스 CEO는 8월말로 사임하게 된다. 명확한 이유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전기차로의 빠른 변화에 따른 노조 반발이 주가 되었다는 예상이다.
기존 자동차사들에게는 빠른 전기차 전환에 대한 조직 정비가 과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소프트웨어 문제로 전기자율차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이루지 못하고 오히려 지연시킨 점에 대한 인사라는 추정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기는 하다.
폭스바겐은 테슬라의 방법론과 유사하게 전기자율차를 위한 빠른 변화전략을 가져가고 있다. 주요 자동차사들 중에서는 가장 빠른 변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최근 이 전략을 이끌던 CEO가 사임하게 되면서 관련 전략의 변화도 예상된다. 폭스바겐의 노력과 전기차 전환에 대한 반발은 주요 자동차사들에게 많은 참고가 되는 상황이다.
전기자율주행차 시대의 빠른 변화와 시사점
모빌아이, 엔비디아, 퀄컴의 자율주행 프로세서는 주요 자동차사 차량들에 2025~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프로세서-센서-소프트웨어 구조가 양산을 위해서 안정화되면서 자율주행 서비스 시대로의 전환이 예상된다. 동시에 양산에 채택되지 못한 센서나 소프트웨어 등 많은 회사들이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전기자율차 시대로의 빠른 변화와 함께 전기전자소프트웨어 관련 기술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율차 시대로의 전환에 따른 자동차사의 변화, 부품 생태계의 변화, 전기전자소프트웨어 기술의 변화, 관련 서비스 시장의 변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정구민 교수의 더밀크 오피니언]
정구민 국민대 교수는
국민대학교 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대자동차 생산기술개발센터, LG전자 CTO부문, 삼성전자 소프트웨어센터, 네이버 네이버랩스의 자문교수로 활동했다. 유비벨록스 사외이사를 역임하는 등 업계와 학계를 두루 거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휴맥스와 현대오토에버 사외이사,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계소재전문위원회 위원, 한국모빌리티학회 부회장, 한국정보전자통신기술학회 부회장, 대한전기학회 정보 및 제어 부문 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