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미국 주택시장, 13억 원 집을 3900만원 계약금만 주면 살 수 있다?!
미 주택시장 위축됐다고 하는데 틈새시장 수요 '꿈틀'
특정지역 주택 수요 여전, 새집 개발사 파격적 혜택 제공
연방주택금융청, 보증 모기지 대출한도 12.2% 높이기로
시장선 "금융위기 당시 주택경기 침체 없다. 거시환경 달라"
미국의 주택 가격이 석 달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주택판매가 급감하는 등 전반적인 주택 시장이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틈새시장을 노린 구매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현지시간)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에서 활동하는 킴 파멘터 해리노먼 리얼티 에이전트에 따르면 지난 2일 리스팅으로 보유하고 있던 고객의 주택을 두 채나 판매했다. 한 채는 내놓은 지 하루만에 계약이 이뤄졌다. 모기지 금리가 6%대를 넘어서면서 시장 수요가 줄기는 했지만, 줄어든 상황에서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여전하다는 의미다.
킴 에이전트는 집을 판매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적정 가격'을 꼽았다. 그는 "집을 판매하는 셀러 입장에서 여전히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작년처럼 높은 가격을 기대하는 셀러들은 집을 팔기 어렵다"며 "그러나 가격을 조금만 낮춰도 집을 사려는 바이어들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투자용 주택 시장도 수요가 줄기는 했지만, 틈새를 노린 바이어들이 속속 매입에 나서고 있다.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나, 신규 주택이 제공하는 혜택을 노린 바이어들이다.
킴 에이전트에 따르면 지난 달 2명의 바이어 고객이 6채의 주택을 매입했다. 이른바 투자용 주택이다. 특히 이들 바이어들은 기존 주택이 아닌 신규주택을 선택했다. 주택경기 위축과 미국의 경기침체를 우려한 주택 개발사들이 파격적인 혜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킴 에이전트는 "규모가 있는 개발사들은 최근 바이어들에게 인센티브를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주택 매입 계약 시 소요되는 '클로징 코스트'를 제공하거나, 클로징 코스트를 집을 업그레이드 하는 비용으로 지원하는 식이다. 집 값에 따라 다르지만 킴 에이전트 고객들이 구매한 주택의 클로징 코스트는 2만5000달러(3255만원)에 달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들 개발사들은 이자율도 파격적으로 낮춰 제공하고 있다. 현재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은 6.25% 정도다. 만약 개발사들이 자체 제공하는 모기지 상품을 선택할 경우 4.5% 정도의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킴 에이전트는 "시장에 매입 경쟁이 줄다보니 지금이 기회라고 여기는 바이어들도 있다"며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적정 가격이다 싶으면 매입에 나선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의 김영자 매스터 리얼티 브로커도 거래가 줄기는 했지만, 수개월 째 꾸준히 고객의 집을 판매하거나 매입하고 있다.
그는 3일 더밀크와의 통화에서 "오늘도 집을 사겠다는 고객이 있어서 나가려던 참이다. 그런데 트렌드가 좀 달라졌다"며 "집을 둘러볼 수 있는 시간이 특정 시간으로 정해졌다. 해당 집을 보려는 잠재 바이어들이 많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 전역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애틀랜타의 경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요' 때문이다. 팬데믹 기간 중 애틀랜타 지역으로의 인구 유입히 이뤄지면서 '내 집 마련'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이다.
실제 메트로 애틀랜타 지역은 지난 1년 새 6만 이상의 인구가 유입됐다. 애틀랜타지역위원회(ARC)가 지난 7월 발표한 인구 추정치 자료에 따르면 애틀랜타를 중심으로 한 11개 카운티 인구는 지난 2021년 4월~2022년 4월 6만5000여 명이 증가한 509만 명으로 집계됐다.
김영자 브로커는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귀넷 카운티의 경우 빠르게 인구가 늘어났다"며 "모기지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수요가 억눌려 있지만, 최근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모기지 이자율이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