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프로그래밍으로 난치병 고친다”… 유전자 치료의 미래 ‘진에딧’
[롯데-더밀크 엘캠프 실리콘밸리] 이근우 진에딧 대표
세쿼이아 캐피털 초기 투자 받은 실리콘밸리 바이오테크 기업
일라이 릴리 비만 치료제 등 유전자 의약품 본격화 전망
“인류 삶 바꾼다”... 힘들 때마다 창업 당시 비전 떠올려
비만 치료제가 세상을 바꾸고 있습니다. 일라이 릴리는 테슬라를 넘어 시가총액 세계 9위 회사가 됐죠. 유전자 치료의 세상이 이미 왔습니다.이근우 진에딧 대표
실리콘밸리 ‘바이오 테크놀로지(이하 바이오테크)의 성지’로 불리는 사우스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101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쪽으로 10여 분 달리면 도착하는 이곳에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 그룹의 자회사인 ‘제넨텍(Genentech)’, 대형 제약사 ‘머크(Merck)’의 리서치랩, 암젠(Amgen) R&D 센터 등 바이오테크 분야 혁신 기업 및 연구소가 밀집해 있다.
유전자 치료제 스타트업 진에딧(GenEdit)은 이곳 사우스 샌프란시스코에서도 가장 뜨거운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게이트웨이 랩스’에 입주해 있었다. 일라이 릴리의 투자를 받은 핵심 협력 기업이기 때문이다. 진에딧은 올해 1월 제넨텍과 최대 6억2900만달러(약 8500억원)까지 단계별로 기술료를 받는 계약도 체결했다.
진에딧 실리콘밸리 본사에서 만난 이근우 대표는 “제넨텍이 첫 번째 단백질 의약품을 개발, 바이오테크 시장을 개척한 이래로 이 분야에서 혁신이 계속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이 큰 매출을 만들어 냈고, 일라이 릴리는 최근 비만 치료제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치료제까지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생명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이미 '유전자 치료'의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이 대표의 판단이다. 이근우 대표는 유전자 치료를 DNA, RNA 프로그래밍에 비유했다. 프로그래밍 언어로 다양한 앱, 웹을 개발하듯 유전자 구조도 프로그래밍해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전자 프로그래밍에 AI가 사용되면서 혁신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다.
이 대표는 “mRNA 코로나19 백신 개발 임상 시험은 65일 만에 진행됐다. 예전엔 3~4년이 걸리던 일”이라며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백신을 만들 수 있었던 건 유전자 프로그래밍의 힘”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 기술을 활용하면 암이나 자가면역 질환에 적용하는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며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 최초의 치료제도 이미 나왔다. 앞으로 이런 치료제가 수없이 많이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 다우드나 교수와 공동 연구... “유전자 치료제 세상 온다”
이 대표가 연사로 참여한 엘켐프(L-Camp) 실리콘밸리는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한인 창업가 및 VC들과의 순도 높은 네트워킹 및 IR(투자설명회) 기회를 제공한다. 2022년에 시작해 올해로 3회를 맞았다.
진에딧은 UC버클리대 생명공학 박사 출신인 이 대표와 박효민 수석부사장이 2016년 설립했다. 노벨 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UC버클리 교수와 함께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함께 연구한 이 대표가 박 수석부사장과 의기투합, 자리가 보장된 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신 산업 창출에 도전하기 위해 스타트업인 진에딧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유전자 치료제 세상이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교수로 활동하다 나중에 창업하면 늦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란 두 사람의 비전에 실리콘밸리 최고 VC 중 하나인 세쿼이아 캐피털이 반응했다. 설립된지 석 달된 회사에 초기 투자(Pre-Seed)를 단행한 것이다.
현재 진에딧의 기업 가치는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SK홀딩스, KDB 실리콘밸리, 미래에셋벤처투자, IMM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다양한 국내 대기업, VC들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제넨텍과 8500억 계약... “모든 창업가 존경”
진에딧이 집중하는 분야는 유전자 치료 물질을 환자의 신체 내 필요한 부분에 효율적으로 운반하는 수용성 나노입자 전달체다. 수없이 다양한 나노입자를 스크리닝하고 분석하는 플랫폼 ‘나노갤럭시(NanoGalaxy)’를 통해 유전자 기반 항암 백신,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신경계 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목표다. 유전자 프로그래밍으로 난치병을 고치는 미래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 대표는 엘캠프 프로그램에 참여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세쿼이아 캐피털 투자 유치 당시 경험도 공유했다. 페이팔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유명 투자자인 로엘로프 보타 세쿼이아 파트너가 ‘진에딧이 개발한 기술을 통해 10년 뒤 인류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생각하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유전자 치료를 통해 인류의 삶이 바뀌고 많은 질병이 치료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 다만 그게 우리 회사 기술을 통해 될지는 시도해 보기 전에는 모른다’고 답했다”며 “창업한 후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이 질문으로 매번 돌아간다”고 했다.
회사 설립 목적, 비전을 떠올리는 게 회사를 계속 운영하고, 도전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는 취지였다. 또 “타이밍만 다를 뿐 경쟁 없는 시장은 없다. 다만 경쟁에서 이기면 넷플릭스, 엔비디아처럼 큰 회사가 될 수 있다”며 “회사를 창업해 5년 이상 합법적으로 경영해 온 모든 창업가분들을 존경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진에딧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션은 앞으로 다가올 유전자 치료제의 세상에서 아직 정복해야 할 질병들이 많다는 점”이라며 “이 꿈을 위해 계속 달려가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