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테크로 스며드는 AI. ... 언제나 존재하는 삶의 배경

reporter-profile
전진수 2025.06.17 19:51 PDT
라이프 테크로 스며드는 AI. ... 언제나 존재하는 삶의 배경
STK2025에 마련된 AI 전시관. (출처 : 엑스포럼 )

[전진수 볼드스텝 대표] STK 2025 5대 핵심 트렌드
AI로 고도화되는 헬스케어, 헬스케어의 개인화 두드려져
XR과 AI의 크로스오버 현상 뚜렷
에이지테크(Age Tech)의 본격 부상
더 중요해진 일상의 보안

기술이 조용히 삶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더이상 인공지능 기술(AI)은 특정 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산업을 넘어 일상 속 깊숙히 스며들며 삶의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

CES·MWC·SXSW·GTC 등 올 상반기에 열린 글로벌 기술 박람회에서는 하나의 흐름을 공유했다. 기술은 이제 기능 중심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의 삶을 설계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

지난 11~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테크코리아(STK) 2025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체감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가전과 모바일을 넘어 건강, 안전, 고령화, 웰빙 등 다양한 삶의 문제에 기술이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AI는 이제 ‘필요한 순간’이 아니라 ‘항상 존재하는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CES를 시작으로 MWC, SXSW, GTC, 그리고 STK까지, 2025년 주요 글로벌 테크쇼에서 포착된 기술의 흐름을 ‘일상을 재정의하는 5가지 라이프테크 트렌드’로 정리해봤다.

트렌드 1: AI로 고도화되는 헬스케어

가장 주목할만한 트렌드는 인공지능(AI)이 고도화하고 있는 헬스케어 분야다. 과거 단순 데이터 분석에 그쳤던 AI 기술이 이제 질병 진단부터 치료, 예방까지 의료 서비스 전 영역에 활용되고 있는 것.

특히 의료 영상 진단 분야에서 AI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AI는 CT·MRI·X-ray 등 의료 영상을 딥러닝으로 분석해 암, 뇌질환, 폐질환 등을 조기에 정확하게 판독한다. 의사의 경험과 육안에 의존하던 기존 영상 판독이 AI의 정량화된 패턴 인식 기술로 보완되면서 진단 속도와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다.

국내 AI 의료 기업들의 상용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루닛은 폐암·유방암 진단 보조 솔루션으로 조기 진단 정확도를 높이고 있으며, 뷰노와 휴이노는 딥러닝 기반 심정지 예측 의료 기기를 병원 현장에 도입했다.

AI 도입으로 의료진의 업무 효율성도 개선됐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판독·행정 업무를 AI가 자동화하면서 의료진은 환자 진료와 의사결정 등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은 더 빠르고 정확한 진단·치료를 받을 수 있어 의료비 절감과 삶의 질 향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지털 치료제' 시장도 확산하고 있다. 웰트, 라이프시맨틱스, 뉴냅스 등 국내 기업들이 불면증, 불안장애 등 정신건강 문제를 AI 기반 디지털 솔루션으로 치료하는 제품을 잇따라 상용화하고 있다.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이명 치료, 재활, 만성 통증 관리 등 다양한 AI 융합 기술 연구개발도 활발하다.

업계에서는 헬스케어의 중심축이 기술 기반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AI가 의료 체계의 구조적 혁신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트렌드 2: 헬스케어의 개인화

헬스케어 분야에서 '개인화(Personalization)' 역시 의료 서비스의 근본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유전 정보, 생활 습관, 심리 상태 등 개인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건강 관리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획일화된 진단·치료 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AI 기술의 결합이 이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링, 스마트패치 등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심박수, 체온, 혈당, 스트레스 지수 등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수집한다. 여기에 유전체 정보, 식단, 운동 기록, 수면 패턴 등을 통합 분석해 개인 특성에 맞춘 정교한 건강 관리를 제공한다.

이런 기술은 단순 데이터 수집을 넘어 알고리즘으로 질병 발생 가능성을 사전 예측하고 맞춤형 식단이나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단계로 진화했다. 증상 발생 후 병원을 찾는 '수동적 진료'에서 사전 관리 중심의 '능동적 건강관리'로 전환되고 있다.

STK 2025에 참가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들을 통해서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위스메디컬'은 피부에 밀착해 심전도, 심박수, 호흡 등을 측정하고 AI로 분석해 만성질환과 수면장애를 진단·관리하는 웨어러블 기기를 선보였다. 병원 방문 없이도 일상에서 수면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스마트사운드'는 AI 기반 청진기로 심장과 폐 소리를 분석해 심폐 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제품을 개발했다. 병원은 물론 가정에서도 사용 가능하며, 반려동물용 제품도 개발 중이다.

헬스케어의 개인화는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일상 속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만성질환 관리와 조기 진단, 응급상황 대응에 기여한다. 궁극적으로는 건강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에 한걸음 다가서게 된다.

서울 AI허브 전시장에서 참가자들이 바이탈 트래커를 통해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

트렌드 3: XR과 AI의 크로스오버

CES와 MWC 등 글로벌 테크 전시회에서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바로 XR(확장현실)의 재부상이다. 몇 년간 정체기를 겪던 XR(확장현실) 산업이 인공지능(AI)과 만나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애플의 '비전 프로' 출시 이후 '공간 컴퓨팅'이라는 개념으로 재조명받기 시작한 XR이 AI 융합을 통해 전혀 다른 차원의 진화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메타의 '레이밴 글래스'가 시장 반응을 이끌고 있다. 별도 디스플레이 없이도 AI 음성 비서를 통해 실시간 번역, 정보 검색, 일상 기록 등을 구현하며 200만 대 이상 판매됐다. 애플 비전 프로는 AI 기반 멀티모달 인터페이스(눈동자·음성·제스처 인식)로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콘텐츠 경험을 제공한다. 구글도 '프로젝트 무한' 혼합현실 기기와 안경형 XR 글래스를 준비 중이다.

XR이 단순한 시각 확장 기술에서 AI 기반의 지능적이고 맥락 인식이 가능한 인터랙티브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동안 XR 기술의 가장 큰 한계였던 복잡한 인터페이스 문제가 멀티모달 AI 기술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음성 인식 중심의 직관적 조작 방식은 사용자 피로도를 줄이고 몰입 경험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STK 2025 현장에서도 이런 변화가 확연히 드러났다. 다양한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공간 정보를 시각화하거나 다국어 실시간 번역으로 외국인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I가 실시간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사용자 요청에 즉각 반응하면서 XR 기기가 일상적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국내 공간 컴퓨팅 전문기업들의 기술력도 주목받았다. 딥파인은 현실 공간을 실시간으로 디지털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플랫폼을 선보였다. 이미 제조·건설·물류 등 산업 현장에 적용 중이며, XR 기기와 AI를 활용한 원격 지원과 디지털 트윈 기반 유지보수 시스템도 시연했다.

XR 산업은 여전히 기기 경량화, 배터리 효율 개선, 소프트웨어 생태계 구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하지만 AI가 가져온 인터페이스 혁신과 몰입 경험의 진화는 XR 시장 확산의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XR과 AI의 본격적인 '크로스오버' 시대가 열린 것이다.

트렌드 4: 에이지테크(Age Tech)의 부상

세계적인 고령화가 현실이 되면서 '에이지테크(Age Tech)'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CES에서 특히 부각된 에이지테크는 단순한 노인 돌봄을 넘어 고령층의 삶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고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하는 기술로 진화하고 있다.

건강 관리와 안전 기술이 빠르게 보편화되고 있다. AI 기반 낙상 감지 시스템과 비대면 건강 모니터링 기기가 점점 정교해지는 추세다. 스마트 매트리스는 수면 중 생체 신호를 감지해 이상 징후를 파악하고, 센서 기반 기술은 고령자의 움직임을 패턴화해 평소와 다른 행동이 포착되면 보호자에게 즉각 알림을 전송한다. 복약 알림, 치매 예방 게임 등 고령층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도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신체 능력 향상 기술도 눈길을 끈다. STK 2025에서 소개된 자율주행 휠체어는 센서와 AI 기반 내비게이션으로 장애물을 피하고 사용자 입력과 자동 제어를 결합해 경로를 설정한다.

위로보틱스 등이 선보인 엑소스켈레톤(외골격) 기술은 원래 군사용에서 출발했지만, 현재는 이동이 불편한 고령자들이 등산이나 외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서울의 한 구청에서는 환경미화원에게 이 기술을 제공해 장시간 근무의 피로도를 줄이고 근로 연령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청력 보조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글래스는 고령층의 의사소통을 도와 삶의 질을 높인다.

사회적 참여와 여가 활동을 위한 기술도 다양하다. AI 기반 개인 맞춤형 학습 플랫폼은 고령층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 XR 기술은 가상 여행이나 체험을 가능하게 해 정서적 만족감을 높이고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한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가상 커뮤니티 활동은 외출이 어려운 노년층에게 사회적 교류 기회를 제공한다.

에이지테크는 고령층에게 더 풍요롭고 독립적인 삶을, 사회 전체에는 지속 가능한 미래를 가능하게 한다. 특히 한국, 일본, 중국처럼 고령화 속도가 빠른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큰 산업적 기회이자 필수적으로 주목해야 할 미래 시장이 될 전망이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위스메디컬의 테드드림. 수면다원검사를 편리하게 해주는 센서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다. (출처 : 더밀크 )

트렌드 5: 더 중요해진 일상의 보안

스마트 홈 기기, 웨어러블 디바이스, 자율주행차 등 모든 사물이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편리함은 극대화됐지만, 사이버 보안 위협도 더욱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사이버 보안이 더 이상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상과 직결된 핵심 이슈로 떠오른 것이다.

STK 2025에서도 이런 흐름이 분명히 드러났다. 총 6개 주요 행사 중 보안이 독립된 트랙으로 운영될 만큼 '일상의 보안'은 중요한 화두로 다뤄졌다. 연결된 사회에서 보안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기본 전제임을 보여준다.

특히 일상 속 다양한 기기의 보안 강화가 필수 과제로 부각됐다. 스마트 도어락, 스마트 카메라, 가전제품 등이 이미 우리 일상에 깊이 침투했지만, 보안이 취약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는 물론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로봇 청소기가 해킹돼 사생활이 노출된 사례는 이런 위협이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님을 경고한다.

이제는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보안을 설계하는 '시큐어 바이 디자인' 원칙이 더욱 중요해졌다. 기업들은 기능 중심 개발에서 벗어나 보안을 필수 요소로 인식하고 설계해야 하며, 이는 브랜드 신뢰성과 제품 생존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지문, 홍채, 얼굴 인식 등 생체 인식 기술은 편리함과 안전성을 동시에 제공하며 상업적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애플 비전 프로는 홍채 인식을 통해 본인 인증을 수행하고 개인 정보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기술은 앞으로 다양한 스마트 기기에 탑재되며 일상 전반에 확산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은 보안 기술 분야에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신분증 인증, 산불 감지, 산업 안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적 우위를 갖추고 있으며, AI 기반 바이오 인증 기술을 보유한 '고스트패스' 같은 기업이 대표적 예다.

'일상의 보안'은 이제 부가 기능이 아니라 연결된 디지털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필수 기반이다. 사용자의 불편은 줄이면서도 보안은 강화하는 기술이 요구되며, 기업과 정부, 사용자 모두가 보안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할 때 진정한 '안전한 디지털 일상'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보안기업 앤드오픈 관계자가 사용자 생체정보를 사용자의 얼굴 이미지가 암호화된 스냅핀(SNAPPIN) 카드로 안면인식을 진행하는 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