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지형도 바꾸는 거대한 움직임… CES2026 핵심 전시장 ‘미리 보기’①
[CES2026 전시장 분석]
1. 미니 GTC ‘퐁텐블로’ 호텔… CES 파운드리 태동하다
2. 윈(Wynn) 호텔: 삼성전자 초격차?... 메타, 퀄컴, 구글도
빅테크의 프라이빗 비즈니스
2026년 1월 6일부터 9일, 기술 산업 트렌드의 중대한 변곡점을 살펴볼 수 있는 현장이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 마련된다.
지난 몇 년간의 CES가 AI의 등장과 적용을 논의하는 탐색의 장이었다면, CES2026은 물리적 현실을 제어하는 AI, 차세대 연산 능력을 책임질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처럼 ‘실체의 시대’로 진입했음을 선포하는 자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AI, 모빌리티, 지속 가능성 등의 기술 트렌드가 중심이 되는 가운데, 전시 공간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예정돼 있다. CES2025부터 엔비디아가 단독 부스를 마련한 ‘퐁텐블로 호텔(Fontainebleau Hotel)’의 중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CES2026에서는 퐁텐블로 호텔에 CES 파운드리(CES Foundry)가 최초로 조성될 예정이라 그 의미가 더 커질 전망이다.
게리 샤피로 CTA(미국 소비자 기술협회) CEO는 CES 파운드리에 대해 “AI, 블록체인, 양자기술을 위한 전문 공간”이라며 “급속히 발전하는 차세대 기술들이 한 곳에 모여 시너지를 창출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한 바 있다. 샤피로 CEO는 “단순한 기술 전시를 넘어 이들 기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혁신이 나올 수 있는 장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매년 CES에 참가해 온 국내 대표 기업 삼성전자가 기존의 LVCC 센트럴홀 전시를 중단하고 ‘윈 호텔(Wynn Hotel)’로 전시 공간을 옮겨 역대 최대 규모 전시관을 마련한 점도 핵심 변화로 꼽힌다. 윈 호텔에는 삼성전자 외에도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 ‘메타(Meta)’가 부스를 마련,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새로운 전시 격전지로 떠올랐다.
1. 미니 GTC ‘퐁텐블로’ 호텔… CES 파운드리 태동하다
CES2026에서 가장 주목할 전시관 중 하나는 퐁텐블로 호텔이다. 퐁텐블로 호텔에 전시관을 마련한 엔비디아가 자체 연례 기술 컨퍼런스인 GTC(GPU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와 비슷하게 공간을 꾸밀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CES2025에서도 엔비디아는 퐁텐블로 호텔 복도에 엔비디아의 지포스 RTX, DGX 스파크(Spark) 등 새로운 제품은 물론, 엔비디아 칩을 사용하는 휴머노이드 로봇기업들의 전시 부스를 마련,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한 바 있다. 더밀크가 2025년 3월 산호세 현장을 취재한 GTC2025와 유사한 ‘미니 GTC’ 분위기가 연출됐었다.
코발트 볼룸(Cobalt Ballroom)은 엔터프라이즈 AI의 심장부로 대규모 언어 모델(LLM) 훈련과 추론을 위한 최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스택이 전시될 예정이며 나머지 구역에서는 엔비디아의 기술이 모빌리티와 로보틱스 산업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단순한 칩 제조사가 아니라 전 산업의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이자 ‘AI 파운드리’로 자리 잡겠다는 엔비디아의 목표를 반영한 전시인 셈이다. 기술의 미래를 미리 엿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장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퐁텐블로 호텔이 AI, 블록체인, 양자기술 등 미래 기술의 융합을 탐구하는 CES 파운드리의 중심 공간이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 전시를 넘어 CES를 기술의 미래를 논의하는 장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실제로 AI는 단순 소프트웨어 기능을 넘어 전력, 데이터센터, 보안, 금융 시스템과 결합하는 거대한 인프라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퐁텐블로는 이러한 기술적 융합이 폭발하는 용광로이자 공장의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2. 윈(Wynn) 호텔: 삼성전자 초격차?... 메타, 퀄컴, 구글도
CES2026 전시의 가장 상징적인 변화 중 하나는 바로 삼성전자의 행보다. 오랜 기간 LVCC 센트럴홀의 가장 큰 입구를 지키며 CES의 얼굴 역할을 해왔던 삼성전자가 메인 전시장을 떠나 윈(Wynn) 호텔로 거처를 옮겼기 때문이다. CES 전시 전체로 봐도 전례 없는 전략적 수정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윈 호텔의 대규모 미팅 공간(Latour, Lafite)을 통째로 빌려 CES 참가 기업 중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인 약 4629제곱미터(약 1400평)의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이는 기존 센트럴홀 전시보다 약 1.4배 더 넓은 규모로 삼성전자의 역대 CES 전시관 면적으로도 최대다.
삼성전자가 윈 호텔을 선택한 건 파트너사, 미디어, 주요 고객을 대상으로 깊이 있고 몰입감 있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불특정 다수가 오가는 혼잡한 개방형 전시보다 프라이빗한 공간이 비즈니스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 센트럴홀에서는 관람객의 동선이 겹치고 소음으로 인해 정교한 스마트홈 시나리오를 전달하는 데 어느 정도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윈 호텔의 독립된 공간에서는 완벽하게 통제된 환경에서 AI 기반의 연결성을 시연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 삼성전자는 기존에 분리되었던 가전(DA), 영상디스플레이(VD), 모바일(MX) 부문을 통합해 전시한다. 기기 간의 경계가 사라진 완벽한 AI 홈 시나리오를 보여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예를 들어 차세대 AI TV, 비스포크 AI 가전, 그리고 갤럭시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지를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보여줄 수 있다.
또한, 삼성전자는 CES2026 혁신상을 수상한 양자 보안 칩(S3SSE2A) 같은 반도체 기술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 LED, 그리고 AI가 적용된 로봇 솔루션, 갤럭시 XR 등 멀티모달 AI 기반 XR 헤드셋 등을 전시하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기술 리더십을 과시할 전망이다.
빅테크의 프라이빗 비즈니스
삼성전자가 자리 잡은 윈 호텔에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함께 둥지를 틀며 ‘프라이빗 비즈니스 공간’을 형성했다.
메타는 윈 호텔의 미팅룸(La Tache, Lafleur, Margaux, Montrachet 등)을 확보했다. 메타는 공개적인 부스 운영보다는 주요 파트너사들과의 폐쇄적인 미팅을 통해 확장현실(XR) 기기, 메타버스 플랫폼, 그리고 AI 모델 ‘라마(Llama)’, 슈퍼인텔리전스랩 기반의 B2B 협력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의 과시보다는 실질적인 생태계 확장에 방점을 둔 행보다.
퀄컴(Qualcomm) 역시 윈 호텔에 미팅룸(Chambertin 1, 2)을 마련했다. 퀄컴은 LVCC 웨스트홀에 공개 부스를 운영하는 동시에 윈 호텔에서 주요 자동차 제조사 및 모바일 파트너사 핵심 인사들과의 심도 있는 비즈니스 협상을 진행하는 이원화 전략을 채택했다. 구글 역시 윈 호텔에 미팅룸(Palmer 1, 2)을 확보, 비슷한 전략을 펼 예정이다.
윈 호텔은 ‘기술의 대중적 전시’가 아닌 실질적 비즈니스가 이루어지는 CES2026의 핵심 요충지인 셈이다. 빅테크들이 부스 비공개를 선택했을 경우 일반 관람객이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