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은 사기" 외치던 변호사, 왜 웹3에 뛰어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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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라 2022.08.14 08:13 PDT
"코인은 사기" 외치던 변호사, 왜 웹3에 뛰어들었나?
배민수 판게아 CEO (출처 : 송이라 기자 )

블록체인 불신하던 변호사, 웹3에 빠지다
NFT 대중화에 베팅
웹3에서 웹3를 시작하다-DOPE

안녕하세요. 큐리어스 죠이입니다.

요즘 웹3의 물결이 실로 엄청납니다. 크립토 시장에 겨울이 왔다는데 관계자들은 만나보면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최근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행사인 ‘KBW2022’와 ‘비들2022’ 현장에 다녀왔는데요. 마치 외국에 어느 행사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블록체인 메인넷 중 최대규모인 이더리움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의 등장에 수많은 관객이 환호성을 지르고요. 각종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은 저마다 관심있는 NFT 프로젝트에 빠져 열성적으로 네트워킹을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제 주변 대부분의 친구, 가족들은 아직 NFT가 뭔지도, 비탈릭 부테린이 누군지도 잘 몰라요. 사실 저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정보를 얻지만, 아직까지도 웹3에 도대체 뭐가 있길래 사람들이 이토록 열광하는지 완벽하게 이해는 못했어요.

그러던 중 DOPE이라는 P2E 프로젝트를 만든 배민수 판게아 대표를 만났습니다. 이분은 이력이 굉장히 화려한데요. 민사고에 UC버클리를 나와 법무법인 ‘김앤장’에서 M&A 변호사를 하던 분이에요. 최근에는 김미경TV에도 출연해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도 했는데요. 배 대표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변호사를 그만둘 정도로 엄청난 웹3의 매력이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KBW2022 행사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지어선 사람들 (출처 : 송이라 기자 )

블록체인 불신하던 변호사, 웹3에 빠지다

배 대표는 변호사 시절 코인이나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불신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긴가민가가 아닌 완전히 허상이라고 생각했대요. 2017년 한창 비트코인 열풍이 일던 당시 김앤장 동기 16명과 연말 송년회에서 이 현상을 두고 토론이 벌어졌는데요. 그 때 배 대표는 “비트코인은 튤립파동이랑 다름없다”며 핏대를 세우던 1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업무적으로 자연스럽게 블록체인 컨설팅을 담당하게 됐습니다. 카카오에서 개발한 암호화폐인 클레이튼이 처음 나올 때 법률자문을 맡았고요. 지금은 접었지만 메타(구 페이스북)에서 한창 밀었던 암호화폐 프로젝트 리브라(이후 디엠)이 국가별 법률 검토를 할 때 한국쪽 검토를 맡기도 했어요. 업계에 좀 더 깊이 발을 들였음에도 여전히 그는 블록체인 회의론자였습니다.

하지만 3~4년 후 그는 자신의 믿음이 완전히 틀렸다는걸 알게 됩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이 상상치도 못할 정도로 성장하면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것 같았대요. 대학에서 공학을 공부했고 변호사로 수많은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완전히 엇나간거죠.

그러다 2020년말 NFT가 급속도로 떠올랐습니다. 배 대표는 여전히 이 시장을 믿진 못했지만, 알고 싶었대요. 대체 뭐가 있는지를요. 두번은 틀리고 싶지 않은 오기도 작용했죠. 그래서 두 달 동안 매일 NFT를 닥치는대로 사모았습니다. 트위터에서 NFT 판매자와 구매자들끼리 대화하는 과정, 예술가들이 NFT를 발행하고 파는 과정 등을 겪으며 막연하게 시장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플랫폼에서 독립된 콘텐츠로서의 가치, 커뮤니티의 가치들은 그전까지 없던 새로운 영역이었거든요. 명확하게 잡히진 않았지만, 보글보글 새로운 물결이 생겨나고 있다는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영어로 Guts(용기, 깡, 직감)이라고 하죠? 2020년 10월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을 때, 배 대표는 마치 뭔가에 홀린듯 김앤장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출처 : shutterstcok)

NFT 대중화에 베팅

배 대표가 처음 시작했던 건 NFT 관련 일이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소수의 사람들만 알고 이용했던 NFT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보다 쉽게 올라탈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대요. 먼저 서울대와 이화여대, 홍익대, 한국종합예술대학교 등과 협약을 맺고 대학생들의 예술작품을 NFT로 만드는 일을 도왔습니다. 지갑 만드는 것부터 NFT 발행하는 것 전 과정을 일일이 가르쳤어요. 지난해 5월에는 하나은행과 함께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을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요. 설현과 씨앤블루 등이 소속된 FNC엔터테인먼트와는 스타들을 활용한 NFT 제작에도 참여했습니다.

돈이 되는 비즈니스는 아니었지만 대중들이 NFT를 알게되면 시장의 성장이 점점 더 빨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대요. 하지만 한국에 있는 작은 팀에서 시장의 트렌드를 만들어내는 건 결코 쉽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또 웹2적인걸 웹3로 옮기는 작업이 아닌, 태생이 웹3인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게 바로 돞(DOPE) 프로젝트입니다.

웹3에서 가장 웹3스러운걸 시작하다-DOPE

DOPE은 ‘게임하며 돈을 번다’는 개념의 P2E(Play to Earn) 프로젝트입니다. 혼자하는 게임이 아닌 온라인 상 다른 사람들과 교류와 전략을 함께 구상하고 게임을 진행해 토큰을 얻는 소셜파이(SocialFi) 게임인데요. 우리가 잘 아는 마피아 게임을 벤치마크했습니다. 천사와 악마, 왕과 좀비, 시민들은 제각각 다른 능력을 바탕으로 전략을 짜 최대한 많은 DOPE을 채굴하는 게 목표입니다.

DOPE 프로젝트의 차별성은 웹2 기반의 게임을 웹3로 그대로 옮겨온 게 아닌 웹3에서 출발한 태생이 웹3 기반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P2E 프로젝트는 웹2의 게임을 온체인으로 올려 웹3로 만들고 있는데요. 웹3로 옮겨오면 느려지고 비싸지는(가스비 발생) 등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배 대표는 온체인상에서 거래가 이뤄질 수 없다는 제약 하에서 탈중앙화라는 이점을 가장 잘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대요. 실제 DOPE은 플레이어들과 전략을 짜거나 토론 등 소셜활동은 오프체인인 디스코드에서 이뤄집니다. 거래속도가 느려지거나 복잡해질 일이 없는 것이죠.

DOPE 프로젝트는 이제 베타테스트 기간이라 아직 성패를 판단하기 이릅니다. 하지만 최대 블록체인 네트워크인 이더리움 기반이라는 것과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 프로젝트 설립자들이 배대표를 포함해 김앤장, 삼성전자 등 굴지의 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드림팀이라는 점 등이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모두가 금광을 캐러 달려가고 있습니다”

배 대표가 관찰한 웹3씬의 현 주소입니다. 서부개척 당시 너도나도 눈에 불을 켜고 금광을 향해 달려나갔지만, 100개 팀이 있다면 금광을 실제 발견한 팀은 1팀이 채 될까 말까였죠. 물론 그 팀은 어마어마한 부를 거머쥐었지만, 나머지 99팀은 닭 쫓던 개 신세가 됐습니다. 그런데 그와중에 금광을 캐지 않고도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청바지와 곡괭이를 만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금광을 캘 때 없어서는 안될 제품을 만들어 판 것인데요. 배 대표는 지금 사람들은 웹3 그 끝에 있는 금광을 캐기 위해 혈안이 돼 있어 청바지를 만들 생각을 안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배 대표가 생각하는 청바지와 곡괭이는 무엇일까요? 김앤장을 나온 순간부터 NFT를 민팅하고 돞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지금까지 직접 현장에서 부대끼며 깨달은 건 두가지였습니다.

첫번째는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인프라가 절실하다는 겁니다. 웹3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큰 제약 중 하나는 신뢰 부족입니다. 지난해 이 시장으로의 관심과 투자가 쏟아지면서 덩달아 한탕 하고자 하는 사기꾼도 늘었는데요. 올해 테라, 루나 사태로 시장에 대한 불신은 정점을 찍었지요. 배 대표는 사람들 마음 속에 ‘웹3는 믿을게 못돼”라는 마음이 생기는 게 가장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사실 지금도 웹3에서 일어나는 각종 분쟁은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전무해요. 예컨대 NFT 거래에서는 NFT를 받기 전 이더리움을 먼저 보내는 사람이 위험을 부담하는 거에요. 당근마켓에서 거래할 때 돈을 먼저 보내면 물건을 받기 전까지 불안한 것과 같은 이치죠. 만약 이 과정에서 이슈가 생겨서 분쟁이 발생한다고 해도 소송이나 중재의 기능이 전혀 없습니다. 배 대표가 그동안 변호사로서 쌓아온 법률지식을 바탕으로 웹3에서 신뢰 형성을 위한 인프라를 만든다면? 충분히 수요가 있을 것이란 판단이에요.

두번째는 ‘탈중앙화된 싸이월드’가 필요합니다. 신뢰구축을 위한 인프라 외에도 웹3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청바지와 곡괭이는 너무나 많습니다. 마케팅과 개발, 커뮤니티 관리 능력이 대표적이죠. 하지만 현재 웹3에서는 ‘법률서비스는 김앤장, 광고는 이노션, 실리콘밸리 미디어는 더밀크’와 같은 고투플레이스(Go-to place)가 없습니다.

배 대표는 그 중에서도 웹3적인 소셜미디어의 필요성을 주장합니다. 사실 지금은 NFT를 가진 사람들이 그 자산을 이용해 딱히 할 게 없습니다. 끽해야 트위터에서 프로필사진으로 쓰는 것 정도죠. 배 대표는 앞으로 NFT에 초점을 맞춘 넥스트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현재 웹3씬의 대표 소셜미디어는 디스코드인데요. 개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디스코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디스코드는 특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공간이라 ‘나’라는 사람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는 특정 NFT를 가진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들만 자신의 피드에 골라서 보여주는 식의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생길 것으로 배 대표는 내다봤습니다. 과거 싸이월드에서 사람들을 파도타고 들어가서 누군가의 싸이를 봤던 것처럼 NFT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소셜미디어 같은 느낌이죠. 아마도 머스크가 트위터를 계획대로 인수했다면 이러한 개념의 웹3적 소셜미디어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을까요?

(출처 : shutterstock)

배 대표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웹3에 대해 조금 더 명확하게 이해했습니다.

웹3씬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종이 명함을 따로 들고다니지 않습니다. 트위터 아이디를 공유하거나 자신의 텔레그램 계정이나 운영하는 프로젝트 링크로 연결되는 QR을 쓱 내밀지요. 하지만 웹2 세계에서는 여전히 대다수의 취재원과 처음 만날 땐 종이명함을 테이블 옆에 다소곳히 놓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웹2와 웹3가 공존하는 시대입니다. 언젠간 웹3로 이동할 진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이 둘을 잇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배 대표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자신이 할 일이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저 역시 전문 기술용어와 (별 것도 아닌) 그들만의 약어가 난무하는 웹3의 언어를 좀 더 쉽게 웹2의 독자분들께 전달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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