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나무–네이버 빅딜의 의미: 넥스트 비즈니스 ‘금융 슈퍼앱’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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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민 2025.11.29 18:11 PDT
두나무–네이버 빅딜의 의미: 넥스트 비즈니스 ‘금융 슈퍼앱’ 온다
네이버(왼쪽), 두나무(오른쪽) 본사 이미지 (출처 : 편집=Gemini)

[기고] 이선민 인하대 겸임교수
디지털 금융 생태계 지각변동
국내 최초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 움직임
기존 카드 결제망 우회한 독립적 디지털 머니 생태계 전망

2025년 11월, 국내 디지털 금융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예고한 뉴스가 전해졌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이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지분을 확보하는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단순한 업무협약 수준을 넘어,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로, 하이테크 플랫폼과 디지털화폐 생태계가 한 지붕 아래 통합되는 국내 최초 사례다.

이번 거래의 핵심은 단순한 사업 시너지 수준을 넘는다. 사실상 국내 최초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하려는 실질적인 시도이기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연간 결제액 72조원, 가입자 3,400만 명을 보유한 국내 1위 사업자이지만, 낮은 수수료 마진 탓에 영업이익률은 6%대(2024년 6.3%)에 불과한 반면, 두나무는 매출의 96%가 거래 수수료에서 나오며 영업이익률이 무려 72%(2025년 3분기 기준)에 달하는 캐시카우(Cash Cow)다.

또한 네이버와 두나무가 합쳐지면 통합 법인의 매출액은 약 13.7조 원, 영업이익은 단숨에 3.5조 원 규모로 폭증한다. 이는 일개 핀테크 기업이 시중 은행의 영업이익을 넘볼 수 있는 체급으로 성장함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번 거래를 통해 보유 현금을 단 한 푼도 쓰지 않고도 두나무의 지분을 확보했다. 현금 유출 없이 신주를 발행해 두나무 기존 주주들과 주식 교환을 완료하는 구조다.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15.1조 원, 네이버파이낸셜은 약 4.9조 원으로 책정되었다. 기업가치 기준 1:3.06이라는 비율로 산정되나, 실제 발행주식 수 차이를 반영한 주당 교환 비율은 1:2.54(두나무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2.54주)로 결정되었다. 거래 완료 후 네이버는 통합 법인의 최대 주주가 되며, 기존 주요 주주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아 사실상 완전한 지배력을 확보한다. 이는 네이버가 미래 성장의 핵심 인프라를 현금 유출 없이 확보한 정교한 전략적 설계다.

결합 이후 양사는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금융 플랫폼 구축에 착수할 예정이다. 네이버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고, 두나무가 이를 유통·거래·환전하는 구조다. 사용자는 네이버페이 내에서 원화를 예치하면 '네이버코인(가칭)'을 발행받고, 이 코인을 업비트에서 거래하거나 다시 원화로 환전할 수 있다. 이는 기존 카드 결제망을 우회한 독립적인 디지털 머니 생태계이자, 한국형 스테이블코인의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출처 : 이선민 교수)

이번 합병은 단순한 핀테크 확대 전략이 아니라 Web3 기반의 금융 질서를 선도하려는 포석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는 검색과 커머스, 결제 등 핵심 비즈니스 영역에서 구글·쿠팡·토스 등과의 경쟁이 심화되며 새로운 성장 동력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두나무 역시 제도권 금융기관이 아닌 한계로 인해 서비스 확장에 제약이 많았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두 기업의 니즈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전략적 연결고리가 된 셈이다.

미래에셋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네이버–두나무 연합의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는 2030년까지 5조 원 이상의 시장 점유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신규 매출 3,000억 원, 수수료 절감 효과 1450억 원이 기대된다. 이는 단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수익성과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도 매우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이 거래는 데이터 주권 확보 차원에서도 의미가 크다. 네이버는 소비 데이터를, 두나무는 자산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의 AI 기술이 결합되면, 금융 맞춤 서비스, 이상 거래 탐지, 자동화된 자산관리까지 가능한 Web3 시대의 데이터 기반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러한 AI-데이터 기반 금융 혁신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킬 디지털 머니 계층(layer) 역할을 수행한다.

물론 도전 과제도 적지 않다. 스테이블코인이 현행 전자금융법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충돌할 가능성, 전자화폐 발행 라이선스 여부 등 규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네이버가 책임 경영 체계를 갖춘 빅테크 기업인 만큼, 제도화 과정에서 선도자(first mover)로서의 이점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거래는 '누가 먼저 스테이블코인 플랫폼을 표준화하느냐'의 싸움에서 네이버–두나무가 강력한 후보로 부상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서는 서클(Circle)–코인베이스(Coinbase)가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주도하고 있으며, 일본은 규제당국인 FSA가 은행인 MUFG, Mizuho, SMBC가 공동으로 엔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공동 발행 프로젝트의 시범 사업을 공식 승인하며 디지털 엔화 시장의 제도화를 서두르고 있다. 중국은 중앙은행이 직접 디지털 위안화를 운영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CBDC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지만, 네이버–두나무 빅딜로 한국도 디지털 머니 경쟁 구도에 한 발짝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단언컨대, 네이버–두나무 빅딜은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이 아니다. 이는 디지털 자산이 실물경제에 진입하고, 블록체인 기술이 대중의 금융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한국 웹3 실험의 서막이다.

이선민 교수 (출처 : 이선민 교수)

이선민 교수는 누구?

퓨처워크랩(Future Works Lab) 대표이자 인하대학교 미래융합기술대학원 초빙교수로, 기업의 웹3(Web 3.0) 진입 전략과 블록체인 기반 비즈니스 모델(디지탈자산 비즈니스 등)을 자문하고 있다.

SK주식회사에서 블록체인 사업개발팀장을 역임하며 그룹 차원의 Web 3.0 전략 수립, RWA(STO) 글로벌 프로젝트, 사회적 가치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등을 주도했다. 이후 CrossAngle에서 기업담당 이사로 활동하며 넥슨, SK플래닛, 삼성증권, 호텔신라 등 대기업의 Web 3.0 도입 전략을 자문했다.

저서로는 『스테이블코인의 시대』(2025), 『넥스트 NFT 레볼루션』(2022)이 있으며, 현재는 기술·규제·비즈니스의 접점에서 스테이블코인, RWA, AI-블록체인 융합 전략을 연구/자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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