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술 패러다임 바뀌었다... ‘새로운 타임머신’의 탄생
[2023년 상반기 결산] 생성AI①
텍스트·이미지 만드는 AI , 2023년 상반기 테크 이슈 지배
오픈AI가 촉발한 생성 AI 모델 열풍… 관련 생태계 급성장
‘AI 기반 생산성 혁신’ 파괴력 보여준 마이크로소프트
AI 인프라 기업 엔비디아의 부상... “아이폰 모먼트”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AI 챗봇 ‘챗GPT(ChatGPT)’를 공개한 날짜다. 이로부터 한 달 후 시작된 2023년 상반기는 문자 그대로 ‘생성 AI(Generative AI)가 지배’한 6개월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엔비디아, 아마존, 애플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테크 산업을 주무르는 빅테크 기업들이 이 혁신 기술에 주목했고, 앞다투어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였다. 생성 AI 제품 및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공개하지 않은 애플 역시 관련 전문 인력 채용에 나서며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이미지, 글(text), 코드(code,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영상, 3D 그래픽 등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생성 AI 기술이 주목받는 첫 번째 이유는 ‘생산성 혁신’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깃허브에 따르면 코딩 자동 완성 도구 ‘깃허브 코파일럿(Github Copilot)’을 활용하면 프로그래밍 시간을 55%까지 단축할 수 있다. 이미지 생성 AI 모델을 개발하는 스태빌리티AI의 에마드 모스타크 CEO는 같은 맥락에서 “마치 타임머신을 재창조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생성 AI 기술이 정보를 검색하는 방법, 컴퓨터(기계)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고 있다는 점도 한 가지 배경이다. 검색 엔진이 등장한 후 수십 년 동안 기술업계를 지배했던 ‘키워드 기반 검색’을 넘어 사람과 대화하듯 궁금한 걸 묻고, 답을 얻는 ‘새로운 UI(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등장, 확산하는 추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검색 창에 생성 AI 기능을 도입한 건 이런 변화의 시작을 암시한다.
올해 상반기를 강타한 생성 AI 10대 사건과 의미를 정리했다.
1. 챗GPT, 사용자 1억 명 돌파… 열풍의 시작
인공지능(AI) 기술 업체 오픈AI가 출시한 AI 챗봇 ‘챗GPT(ChatGPT)’가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 1억 명에 도달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건 지난 2월 1일(현지시각)이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가 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챗GPT는 2023년 1월 MAU 1억 명을 달성했다. 2022년 11월 30일 서비스를 선보인 지 두 달 만에 달성한 대기록이자 역사상 가장 빠른 사용자 성장 속도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로이드 웜슬리 애널리스트는 “챗GPT의 MAU는 12월 5700만 명에서 1월에 두 배로 급증했다”며 “‘틱톡(TikTok)’의 MAU가 1억 명에 도달하는데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6개월이 걸렸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히 빠른 속도”라고 평가했다.
챗GPT가 일반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받자 자연스럽게 챗GPT를 가능케 한 생성 AI 기술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당시 챗GPT의 엔진으로 사용된 대규모 언어모델(LLM) ‘GPT-3.5’가 사람처럼 텍스트를 만들어 주는 핵심 기술임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챗GPT의 인기는 특히 LLM이 첨단 기술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후 맹렬하게 전개된 생성 AI 웨이브를 만들어 낸 시발점이 바로 이 사건이었던 셈이다.
챗GPT의 인기는 세계 최고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Y콤비네이터 대표 출신인 샘 알트만 CEO의 캐릭터, 경험 및 전략에 대한 관심도 불러일으켰다. 샘 알트만 CEO는 이후 생성 AI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사람이 됐다.
2. 재스퍼 GenAI 컨퍼런스… 생태계가 꿈틀대다
챗GPT 사용자 1억 명 돌파가 생성 AI 열풍의 신호탄이었다면 2월 14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젠AI 컨퍼런스(GenAI Conference)’는 관련 생태계의 실질적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이었다.
세계 최초 생성 AI(Generative AI) 컨퍼런스였던 이 행사는 샌프란시스코 ‘피어(Pier) 27’에서 열렸는데, 챗GPT 개발사 오픈AI는 물론, 구글의 투자를 받은 ‘앤트로픽(Anthropic)’, 이미지 생성 분야 선두 주자 ‘스태빌리티AI(Stabiliry AI)’, 깃허브 코파일럿을 만든 깃허브 전 CEO 등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 CEO, 창업가, 핵심 임원, 연구자들이 연사로 등장했다. 투자자, 빅테크 종사자 등 업계 관계자까지 12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챗GPT의 기반이 된 언어 모델 ‘트랜스포머(Transformer)’ 논문의 공동 저자 에이단 고메즈 ‘코히어(Cohere)’ CEO는 “대화, 검색 그리고 다음 혁신은 ‘액션(Action, 행동)’”이라며 생성 AI 미래 트렌드를 예견했고, 생성 AI 기술 기반으로 통합 개발 환경을 제공하는 ‘리플릿(Replit)’의 암자드 마사드 CEO는 “생성 AI 도구 덕분에 앞으로 1인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AI 가속기(하드웨어)를 만드는 ‘셀레브라스(Cerebras)’의 앤드루 펠드먼 CEO, 뉴욕 기반 투자회사 코투(Coatue)의 공동창업자인 토마스 라폰 등도 연사로 등장해 혜안을 나눴다. 오픈AI를 넘어 거대한 웨이브, 생태계로서 생성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 행사였다.
3. 오픈AI GPT-4 공개… 주도권 확보 속도전
꿈틀대는 생성 AI 산업 생태계에 다시 한번 불을 붙인 건 오픈AI였다. 챗GPT 공개 4개월도 안 된 3월 14일(현지시각) 가장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최신 LLM GPT-4를 공개한 것이다. 오픈AI의 GPT-4 공개는 다른 기업들의 추격을 기술력, 자본력으로 따돌려 버리겠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졌다.
GPT-4와 이전 모델인 GPT-3.5, GPT-3의 가장 큰 차이점은 이미지를 입력(input)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텍스트(Text, 문자) 데이터만 학습한 이전 모델과 달리 이미지까지 함께 학습, 이미지 기반 맥락을 이해하고 대답을 내놓을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다중모드)’ 생성 AI 모델이다.
예컨대 GPT-4 기반으로 작동하는 챗GPT 플러스에 계란, 우유, 밀가루가 있는 사진을 입력한 뒤 “이 재료들로 어떤 요리를 만들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팬케이크, 크레페, 프렌치토스트 같은 답을 출력할 수 있다. 사람처럼 서로 다른 양식의 정보인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인식, 이를 활용한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셈이다.
미국 변호사 시험(Uniform Bar Exam), 생물학 올림피아드(Biology Olympiad) 같은 시험 응시 결과 역시 GPT-3.5보다 우수했다. 백분위 기준으로 변호사 시험은 GPT-4가 99%, GPT-3.5는 10%다. GPT-4와 같거나 낮은 점수를 받은 응시자가 90%라는 뜻으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GPT-4 공개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치밀하게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오픈AI는 GPT-4를 적용한 ‘챗GPT 플러스’ 플랜을 유료로 제공하며 곧바로 수익화에 나섰다. 기업용으로 제공하기 시작한 유료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역시 같은 맥락이다. 스트라이프, 듀오링고 등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독자적인 생태계 구축에 나서는 모습도 보여줬다.
4. MS 365 코파일럿 등장… 생산성 혁신, 이렇게 한다
GPT-4 공개 이틀 뒤인 3월 16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가 개최한 이벤트 역시 기술 업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생성 AI 기술을 실제 생활에 적용했을 때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GPT-4가 ‘새로운 기술력을 뽐내는 성격’이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발표는 ‘생산성 혁신 시연’에 가까웠다.
이날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용 앱(Microsoft Office) 워드(Word, 문서 작성), 엑셀(Excel, 스프레드시트 작성), 파워포인트(PowerPoint, 슬라이드 작성), 아웃룩(Outlook, 이메일 및 캘린더 관리), 팀즈(Teams, 메신저 및 화상회의) 포함한 구독형 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365(Microsoft 365)’에 GPT-4 기반 생성 AI 기능인 ‘코파일럿(Copilot)’을 통합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워드를 쓰는 동안 코파일럿 채팅창을 옆에 띄워둔 채 코파일럿의 도움을 받아 글을 쓰고, 편집하고, 요약할 수 있다. 코파일럿에게 파워포인트 발표 슬라이드 전체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할 수 있으며 엑셀 스프레드시트에 있는 데이터 분석을 요청해 인사이트 얻거나 전문가 수준의 그래프를 만들 수도 있다.
아웃룩에 통합된 코파일럿은 받은 편지함을 통합해 관리, 사용자의 이메일 작성 시간을 줄여주며 팀즈에서는 코파일럿을 사용해 다른 팀원과의 대화 내용을 실시간으로 요약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가능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웹, 브라우저, 아이폰이 등장한 중요한 순간마다 우리는 인간과 컴퓨팅의 공생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며 “오늘날 우리는 컴퓨팅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했다.
5. AI 인프라 기업 엔비디아의 부상
엔비디아는 2023년 상반기 불어닥친 생성 AI 열풍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기업 중 하나다. 자체 개발 LLM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진정한 AI 산업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AI 칩을 만들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성능은 다른 칩을 압도한다. 일찌감치 병렬 컴퓨팅 플랫폼 및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램 인터페이스)인 ‘쿠다(CUDA)’ 생태계를 구축, 경쟁자가 쉽게 따라오지 못하도록 해자(moat)도 구축했다. 생성 AI 산업 성장과 늘어나는 칩 수요는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을 1조달러(약 1300조원)까지 밀어 올렸다.
더 놀라운 건 엔비디아가 생성 AI 분야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21일(현지시각) 개최한 ‘엔비디아 GTC 2023’ 컨퍼런스에서 칩 제조 기업에 머물지 않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이날 엔비디아는 ‘GPT-4 같은 LLM을 활용해 어떻게 새로운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으로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Nvidia AI Foundations)’을 선보였다. GPU를 비롯한 엔비디아의 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 컴퓨팅 형태로 제공, LLM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다. 단순 하드웨어 공급업체를 넘어 기업용 AI 공급업체(enterprise-first AI provider)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엔비디아 AI 파운데이션은 자체 LLM을 개발할 기술력 및 자원이 부족한 기업들에 통합 인프라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인공지능(AI)의 아이폰 모먼트(iphone moment)가 시작됐다”며 “생성 AI는 전 세계 기업인들에게 ‘긴박감(sense of urgency)’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2023년 상반기 생성 AI 분야 주요 사건 [타임라인]
2편: ‘오픈 vs 폐쇄’ 누가 패권 잡을까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