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투세 논란이 놓친 것... 미국 투자소득 과세는 무엇이 다른가?
[추석특집 투자레터] 가열되는 금투세 논란...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과세는 부자에게 손실은 무기한 상쇄 가능
이익보다 중요한 건 손실의 상쇄...미국은 있고 금투세는 "없다"
개미들의 분노는 따로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공정하고 투명한 투자 환경을 만들라는 국민의 명령
[편집자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한국 경제계는 물론 정치에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습니다. 오는 2025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폐지 추진 결정을 내리면서 새 세제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격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과 한국을 잇는 정통 크로스보더 미디어 더밀크는 한국 경제의 중요한 선택이 될 금투세 이슈와 관련, 투자레터를 통해 미국의 제도를 소개합니다. 이를 통해 주식 투자자와 더밀크 독자분들이 정확한 판단을 하는데 도움을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논란이 뜨겁습니다. 한국에 계신 투자자분들이 금투세에 대한 그들의 강렬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 미국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입니다.
미국에서 거주하며 투자를 하는 저로써는 처음엔 이런 분노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경제대국'으로 인정받는 한국에 투자 소득에 대한 세금이 뒤죽박죽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는데요. 금투세에 대해 좀 더 알아보니 입법 취지와 현실, 그리고 어떻게 개선하려는지 알게 됐지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도 왜 분노하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 논란의 핵심은 '과세 정책'이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우선 금융투자소득세의 취지와 역사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세줄 요약도 있습니다. 2025년 1월 1일 시행이 예정된 만큼 개인 투자자는 얼마나 과세되는지 세액 계산기도 나와 있습니다.
미국은 어떻게 다를까? 과세는 부자에게 손실은 무기한 상쇄 가능
정치권에서는 금투세를 '당연히 부과해야 할 세금'이라 보고 일반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는 수준의 일종의 '부자과세'라고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투자소득이 연 5000만 원이 넘는 투자자에게만 과세되는 세금이니 그럴 만도 합니다. 한국의 1400만 개인 투자자 중 이런 수준의 투자 소득을 창출하는 투자자는 전체의 0.9% 밖에 안된다고 합니다.
사실 대다수의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에 흥분해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죠. 왜냐하면 99%의 압도적 대다수가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분노케 했을까요?
미국은 자본의 매매에서 발생하는 모든 자본이득에 대한 세금을 자본소득세(Capital gain tax)로 부과합니다. 주식투자뿐 아니라 채권 및 부동산 등 모든 자본이 포함됩니다. 따라서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교해 훨씬 세금에 더 가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자본소득세는 한국의 금투세와 비교해 훨씬 더 정교하고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이익이 갈 수 있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22%의 기본 세율이 적용되지만 미국의 자본소득세는 자본의 매매 이득 기간에 따라 세율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주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투자자는 일반 소득세율과 동일하게 최고 37%까지 높게 과세됩니다. 반면 1년 이상 보유하게 되면 장기 자본 이득으로 분류되어 소득에 따라 세율이 0%로 전혀 없을 수도 있습니다.
핵심은 여기에 있습니다. 소득에 따라 세율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2024년 기준 부부합산 소득 9만 4050 달러(약 1억 2500만 원)가 넘지 않으면 세금이 없는 반면 이 소득을 초과한 가계에만 15%에서 최대 20%까지 부과됩니다.
이는 소득이 많지 않은 서민들에게 더 많은 투자기회와 그 이익을 돌려준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소득이 많은 부자 투자자들은 더 많은 세율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한국의 금투세는 소득에 따른 변화가 없는 고정세율입니다. 심지어 주식을 제외한 기타 소득에 대한 세금은 250만 원 이상을 넘으면 세율 22%, 3억 원이 넘으면 27.5%가 적용됩니다. 문제는 최고 세율만 비교하면 이전의 종합소득세 49.5%(과세표준 10억 원 초과)를 부과하던 고소득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은 더 줄어드는 셈이죠. 금투세가 '부자과세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거죠.
이익보다 중요한 건 손실의 상쇄...미국은 있고 금투세는 "없다"
손실에 대한 처리 방식도 차이가 있습니다. 사실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이익보다는 손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절대다수가 이익보다는 손실을 보는 시장이라면 이는 더 중요하죠.
한국의 금투세는 손실이 발생할 경우 다른 금융상품의 이득과 상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손실을 이월해서 향후 이익과 상쇄할 수 있는 방식이 포함되죠. 미국도 비슷합니다. 손실을 보면 다른 자본 이득과 상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자본 손실이 자본 이득을 모두 상쇄한 후에도 손실이 남는 경우 최대 3000달러(부부 공동 신고 시, 약 400만 원)까지 일반 소득에서도 손실을 공제할 수 있습니다. 만약 손실이 3000달러를 넘는다면 그 손실은 다음 해로 이월하여 공제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손실은 무기한 이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손실이 큰 경우 매년 3000달러를 일반 소득에서 공제해 결국 투자자들이 손실을 모두 상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한국의 금투세는 다릅니다. 손실을 다른 금융 투자의 이익과 상계할 수 있지만 근로소득과의 상계는 불가능합니다. 오로지 금융투자소득 내에서만 손실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손실을 최대 5년까지만 이월할 수 있다는 제한도 있습니다.
중요한 점은 따로 있습니다. 손실을 이월해도 사실상 이를 상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문제는 금융투자소득이 5000만 원 이하일 경우에는 과세가 되지 않기 때문에 결국 그 손실을 공제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연 5000만 원 이상을 벌지 못하는 99%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그대로 끌어안아야 합니다.
금투세가 투자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을 위해 손익 상계 제도와 손실 이월 공제와 같은 보호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사실상 개인 투자자들은 사용할 수 없는 한계를 명백히 가지고 있는 빈 껍데기와 같은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분노의 이유는 따로 있다 ... 공정하고 투명한 투자 환경을 만들라
이처럼 미국의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제도는 특히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단기 투자보다는 장기 투자의 이익을 강조합니다.
미국 투자자들은 확실한 소득을 벌지 못할 경우 굳이 단기 매매를 통해 높은 세율로 세금을 내는 것보다 장기 투자를 통해 세금을 줄이고 복리의 마법으로 이득을 취합니다. 물론 이는 미국의 주식시장이 장기 투자에 유리하고 장기적으로 언제나 우상향 하는 역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한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에 분노하는 이유는 사실 여기에 있습니다. 만일 한국의 시장이 미국처럼 장기적으로 우상향 하는 건강한 시장이라면 과연 금투세에 이렇게까지 거대한 적개심을 보일까요?
한국 코스피는 투자자들이 자조적으로 흔히 '박스피'라고 부릅니다. 실제 코스피는 2007년 고점에서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겨우 20% 수준밖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미국의 S&P500이 같은 기간 280%, 나스닥이 980% 오른 것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심각합니다.
올해도 코스닥지수가 세계 주요국 지수 중 수익률 '꼴찌'를 기록하면서 코스닥 상장지수펀드(ETF)을 6300억원 넘게 사들인 개인의 불안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스닥시장의 거래량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 한국거래소와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코스닥지수의 올해(2024년) 연초 이후 지난 9월 13일까지 등락률은 -15.39%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독일, 사우디아라비아, 브라질, 인도 등 주요국 지수 44개 중 중국 선전종합지수(SZSE, -16.18%)에 이어 하락률 2위였습니다.
한국의 기업의 취약하고 가족 경영 중심의 지배구조도 주가가 오르지 않는 이유입니다. 대기업은 오너 일가를 중심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고 지분이 낮아도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합니다.
한국 기업이 사업 아이템도 좋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도 예측 하기 힘들고 투명하지 않은 정보에 투자가 꺼려지게 됩니다.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 등 강력한 주주환원 정책을 행사하는 기업도 찾기 어렵습니다. 기업들의 회계 투명성도 낮고 일부 대기업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회계 부정도 발생합니다.
정부 정책도 자주 바뀌기 때문에 규제의 불확실성도 큽니다. 외국 투자자들로는 한국에 장기 투자를 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냥 변동성을 이용한 단기 매매에 좋은 환경의 시장입니다.
교과서는 한국 주식시장이 할인되는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이유로 북한과의 대립으로 인한 한국만의 고유한 리스크를 꼽습니다. 미국 월가와 실리콘밸리 빅머니들이 한국의 투자 환경에 대해 "블랙박스 같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금투세'로 촉발한 한국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도 여기에 있다고 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할만한 환경도 만들어 놓지 못한 시장에 정부는 개인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확실한 방안도 없는 세금을 부과하려 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익도 보지 못하는 투자 환경에서 손실도 상쇄할 수 없는 세금을 계산하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들이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지불해야 합니다. 갑자기 오래전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의 명대사가 생각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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