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드... 워너브라더스 인수 이후, 극장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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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12.27 18:15 PDT
넷플릭스드... 워너브라더스 인수 이후, 극장이란 무엇인가?

[팍스 넷플리카(Pax Netflixa)] ③ 재편 앞둔 스트리밍, 붕괴 앞둔 극장 산업
스트리밍 전쟁의 종결: 승자만 남는 구조
빅스크린의 황혼: 극장은 경험인가, 마케팅 창구인가
블록버스터만 살아남는다: 극장의 선택지
‘넷플릭스 이후’의 영화는 어디에서 살아남는가

'넷플릭스에 파괴적 혁신당했다(Netflixed)'

전 로이터통신 기자 지나 키팅이 지난 2012년에 쓴 저서 '넷플릭스드'에서 나온 단어다. 지난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가 창업한 이후 20년 만에 미디어 지형을 근본에서부터 바꿔놓은 넷플릭스의 파괴적 혁신을 동사처럼 만들어낸 단어다.

넷플릭스는 창업이후 비디오·DVD 대여(렌탈)를 바꿔놨고 집으로 배달해주는 모델을 만들어 시장을 파괴했다. 그리고 당시 미국 최대 비디오 렌탈 체인 '블록버스터'가 파산했다.

넷플릭스는 약 20년 전인 지난 2007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전격 론칭하는 혁신을 단행했다. DVD 렌탈 사업을 접고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이어 2012년에는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론칭해 직접 제작에 나서고 2016년에는 130여 개국 동시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진정한 글로벌 미디어를 선언했다.

전 로이터통신 기자 지나 키팅이 지난 2012년에 쓴 저서 '넷플릭스드'. 지난 1997년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 마크 랜돌프(Marc Randolph)가 창업한 이후 20년 만에 미디어 지형을 근본에서부터 바꿔놓은 넷플릭스의 파괴적 혁신을 동사처럼 만들어낸 단어가 '넷플릭스드'다. 넷플릭스는 창업 28년만에 '워너브라더스'를 인수, 100년 헐러우드는 '넷플릭스드' 됐다. (출처 : 더밀크 (나노바나나 프로 활용))

그로부터 약 10년 후, 2025년 12월 5일,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WBD)인수를 발표한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거래를 넘어 할리우드의 권력 지도를 근본적으로 다시 그리는 사건이다.

창업 이후 글로벌 미디어 빅뱅을 추적,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제시해온 더밀크는 지난 10년간 '모두가 자기 OTT를 만들던' 스트리밍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소수의 거대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제국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판단, 이 딜이 촉발할 미국 미디어 지형의 지각변동을 전망한다.

한눈에 보는 미디어 빅뱅

(출처 : 더밀크 (노트북 LM 활용))

새로운 권력 구도: 4대 슈퍼플랫폼 + 롱테일

넷플릭스-워너 딜은 경쟁사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가 적대적 M&A를 선언했음에도 결국 향후 1~2년 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WBD 이사회가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의 인수 제안을 거절하고, 넷플릭스의 제안을 수용할 것을 주주들에게 권고했기 때문. 새뮤얼 디피아자 WBD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은 지난 17일 "넷플릭스와의 합병이 주주들에게 더 우수하고 확실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며 확실히 손을 들어줬다.

넷플릭스 내부에서도 이번 딜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결국 합병이 될 것으로 보고 치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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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 경쟁 구도 재편 : 빅4 슈퍼 플랫폼

결국 딜이 완료되면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명확한 계층 구조로 재편된다. 정상에는 네 개의 슈퍼플랫폼이 자리하고, 그 아래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세컨드 티어 플레이어들이 위치하게 된다.

절대 1강은 넷플릭스+워너 연합이다. 4억 5000만 명 이상의 구독자, 100년 치 라이브러리, 해리포터·DC·왕좌의 게임 같은 멀티제너레이션 IP, HBO 프리미엄 브랜드를 가진 독보적 1강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커버리지에서도 경쟁자가 없다. 스트리밍과 스튜디오, IP와 기술을 모두 갖춘 '완전체'에 가장 가깝다.

넷플릭스는 HBO 번들을 제공하면서 사실상의 가격 인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 HBO/HBO 맥스 콘텐츠 + 워너 라이브러리가 결합되는 방식이다. 가격은 개별 구독 합산보다 저렴하게 책정되겠지만 절대 금액은 현재 넷플릭스 단독 요금보다 높아질 것이다.

그 뒤로 디즈니 제국이 뒤따른다. 디즈니 플러스, 훌루, ESPN 플러스를 통합 운영, 약 2억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마블, 스타워즈, 픽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가족 중심 IP 생태계는 앞으로도 강력한 힘을 가져갈 것이다. 테마파크, 크루즈, 머천다이징까지 연결된 '경험 경제' 모델은 넷플릭스도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디즈니 플러스, 훌루, ESPN 플러스는 이미 번들로 제공되고 있다. 향후 ESPN의 스트리밍 전환이 완료되면 '가족 엔터테인먼트 + 스포츠'를 결합한 종합 번들로 진화할 것이다. 다만 넷플릭스-워너 연합의 등장으로 상대적 위상이 약해져 2강보다 넷플릭스와 함께 1강 1중 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애플TV 플러스가 2약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 플랫폼 위에 있기 때문에 생존 경쟁에 내몰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콘텐츠 제국의 야심을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은 넷플릭스와 디즈니가 이끌고 있다. (출처 : 더밀크 (나노바나나 활용))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는 2억 명 이상의 프라임 회원을 기반으로, MGM 인수(2022년, 85억 달러)로 확보한 007 제임스 본드, 록키 프랜차이즈를 보유하고 있다. 아마존의 진짜 무기는 이커머스-클라우드-스트리밍이 묶인 생태계다. 프라임 비디오는 독립 수익원이라기보다 프라임 멤버십 가치를 높이는 '미끼'에 가깝다. 콘텐츠 투자에 대한 투자대비효율(ROI) 계산이 다른 플레이어들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출혈 경쟁에서 가장 오래 버틸 수 있다.

애플 TV 플러스는 구독자 규모는 공개되지 않지만 추정 5천만~1억 명 사이로, 빅4 중 가장 작다. 그러나 애플에게 TV 플러스는 수익성보다 전략 자산의 성격이 강하다. 아이폰·맥·에어팟으로 이어지는 애플 생태계에 '프리미엄 콘텐츠'라는 요소를 추가해 고객 락인을 강화하는 도구다. '테드 래소', '세버런스' 같은 수작을 만들어내는 능력은 증명했지만, 라이브러리 깊이에서는 경쟁자들에 한참 뒤진다.

빅4 아래에는 파라마운트 플러스(스카이댄스)와 피콕(컴캐스트/NBC유니버설)이 있다. 이들은 서바이벌 게임을 해야 한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워너 인수전에서 패배하면서 데이빗 엘리슨의 확장 야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2024년 스카이댄스가 파라마운트를 인수하며 구상했던 '파라마운트+HBO 맥스 슈퍼 번들' 전략은 물거품이 됐다. 차선책으로 분리 상장되는 디스커버리 글로벌(CNN, TNT 등) 인수를 시도할 수 있지만 이것은 쇠퇴하는 케이블 자산이라 매력이 제한적이다.

컴캐스트 NBC유니버설과 피콕은 더 어려운 처지다. 피콕은 출시 이후 계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넷플릭스-워너 연합의 등장으로 경쟁 환경이 더욱 악화됐다. 컴캐스트가 워너 인수전에 참여한 것 자체가 '독자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의 반영이었다. 향후 추가 M&A나 다른 플레이어와의 조인트벤처를 모색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세컨드 티어 플레이어들이 살아남으려면 스포츠·뉴스·현지 광고 시장 같은 틈새에 집중하거나, 서로 합쳐서 덩치를 키우는 수밖에 없다. 파라마운트-컴캐스트 합병 같은 시나리오가 2026년 이후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의 WBD 인수는 지난 100년간 이어온 헐리우드 및 극장 산업 역사에 큰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사건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 극장 산업은 재편될 것이고 영화 애호가들이 영화를 보는 경험 자체가 변할 수밖에 없다. (출처 : 더밀크 (나노바나나 프로 활용))

넷플릭스-WBD 합병 이후의 극장의 미래

워너 브라더스는 영화 역사 그 자체다.

워너 브라더스는 지난 1923년 네 명의 워너 형제가 할리우드에 작은 스튜디오를 세우면서 시작됐다. 그들은 1927년 최초의 유성 영화 '재즈 싱어'로 무성 영화 시대를 끝냈고, 1940-50년대에는 험프리 보가트와 베티 데이비스 주연의 범죄 영화로 황금기를 구가했다. '카사블랑카', '말타의 매', '보니 앤 클라이드'가 이 스튜디오에서 탄생했다.

1990-2000년대에는 팀 버튼과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시리즈로 블록버스터 시대를 이끌었다. 워너 형제(브라더스)는 형제 가족이 아니라 '영화사'의 대명사가 됐다.

102년의 역사를 가진 이 할리우드의 상징이 이제 DVD 우편 배송 서비스로 시작한 스트리밍 기업에 넘어간다. 가디언은 이 변화를 1970-80년대 할리우드 황금기 스튜디오들이 국제 대기업에 인수되던 시기에 비견했다. 당시 소니가 컬럼비아를, 마츠시타가 유니버설을 인수하며 "할리우드가 외국에 팔렸다"는 탄식이 나왔다. 이번에는 "할리우드가 실리콘밸리에 팔렸다"는 탄식이다.

이 딜이 제기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가 알던 빅스크린 시네마는 끝나는 것인가?

워너브라더스 100년 역사 프랜차이즈 영화들 (출처 : 더밀크 (나노바나나 활용))

2025년 크리스마스 시즌 전 개봉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 불과 재'가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전 세계 박스오피스를 지배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북미에서만 2,400만 달러를 벌어 들였고, 글로벌 누적은 $4억 5000만달러 넘어섰다. 박스오피스 20억 달러 돌파 여부는 아직 미지수지만, 아바타 3 개봉 이후 관객들의 열광적 반응은 분명 '극장 산업'에 희망적인 신호다.

그러나 정작 이 영화를 만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심경은 복잡하다. 개봉 직전 CNN 인터뷰에서 그는 뜻밖의 발언을 했다. 앞으로 추가 아바타 시리즈를 만들 수 있을지는 "극장 비즈니스 모델이 여전히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그 점은 자신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를 최장 9편, 최소 5편까지는 이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이 급변하고 당장 4~5편 제작이 가능할지도 미지수. 그래서 '아바타 3' 흥행에 배수진을 친 것이다. 현재까지 '불과 재'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그러나 전작 '물의 길'(2022)보다는 살짝 뒤처지는 추세다. 크리스마스 당일 북미 수입 2,400만 달러는 '물의 길'의 같은 날 2,910만 달러보다 낮다. '박스 오피스 20억 달러' 클럽 진입 여부가 아바타 시리즈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카메론은 영화관을 '신성한 공간(sacred space)'이라고 부른다. 어두운 공간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거대한 스크린을 바라보며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경험. 그것은 집에서 TV를 보는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장임과 동시에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운영하는 비즈니스 맨이다. 또 3D 카메라를 직접 개발하고 판매하는 '기술자'이기도 하다. 냉정한 현실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카메론 감독은 "극장은 수축하고, 스트리밍은 확대되는 유동적인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특히 10대 관객층의 미디어 소비 패턴 변화가 극장 산업의 존재 이유를 시험대에 올려놓고 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문제는 '관객 경험'보다 당장 숫자를 볼 수밖에 없는 '경제학'이다. 관객 수가 어떤 임계치 아래로 떨어지면, 카메론이 만들고 싶은 규모의 영화는 더 이상 경제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아바타 시리즈처럼 3억~4억 달러 제작비가 드는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극장 흥행 없이는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다. 스트리밍만으로는 이 규모의 영화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카메론의 발언은 넷플릭스 이후 할리우드 내부의 깊은 균열을 보여준다. 한쪽에는 극장을 '신성한 공간'으로 보고, 대형 스크린 경험이 영화의 본질이라고 믿는 전통주의자들이 있다. 다른 쪽에는 '시청자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때에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스트리밍 철학을 가진 플랫폼 기업들이 있다.

넷플릭스-워너 딜은 이 두 세계의 충돌을 상징한다. 100년 역사의 극장 중심 스튜디오가 '극장은 죽었다'고 말해온 스트리밍 기업, 넷플릭스에 인수된다. 카메론 같은 감독들에게 이것은 단순한 기업 인수가 아니라 문화적 패배로 느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패배감을 씻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인 상황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베니티페어와 인터뷰 하며 자신의 필로그래피를 회상하고 있다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1Vjd6NmA9Hs)

실제 넷플릭스-워너 딜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곳 중 하나가 극장 업계다. 극장 업계 단체( Cinema United)의 마이클 오리어리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글로벌 상영 비즈니스에 전례 없는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넷플릭스는 워너브라더스의 극장 개봉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워너는 2029년까지 극장 체인들과 배급 계약이 걸려 있고, 넷플릭스는 이 계약을 존중하겠다고 했다. 표면적으로는 극장 업계에 좋은 소식이다.

그러나 극장주들의 우려는 더 깊은 곳에 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워너 연합은 디즈니와 함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대부분을 공급하게 된다. 극장 체인들은 티켓 수익 배분, 상영 창구(윈도우) 기간, 마케팅 분담 등 모든 협상에서 훨씬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극장 윈도우도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CEO는 "극장 윈도우가 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은 완곡한 표현이지만 의미는 명확하다. 넷플릭스-워너 영화 개봉의 목적은 '마케팅 효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도 이에 대해 "미끼(sucker bait)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결국 다시 짧은 형식적 극장 상영으로 오스카 자격만 얻으려는 전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워너 브라더스 걸적 영화 10선 (출처 : 더밀크 손재권 (나노바나나 프로 활용))

넷플릭스는 극장을 '슈퍼 텐트폴' 역할로 축소할 가능성이 높다.

DC 유니버스, 듄,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급 초대형 프랜차이즈만 극장에서 개봉하는 전략이다. 극장 윈도우는 30-45일로 단축되고, 그 후 곧바로 넷플릭스로 직행하는 전략이다. 중간 예산 영화, 호러, 코미디 장르는 극장을 건너뛰고 처음부터 스트리밍으로 간다. 기껏해야 일부 대도시 프리미엄 극장에서 제한적 시범 상영을 하는 정도다.

국가별·지역별 차등 윈도우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유럽 같은 성숙 시장에서는 짧은 극장 윈도우를 유지하지만, 신흥 시장이나 극장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에서는 처음부터 스트리밍으로 직행한다. 어차피 그런 시장에서는 극장 수익이 크지 않으니, 구독자 확보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계산이다. 전통적으로 90일이던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이 45일, 30일, 심지어 동시 개봉으로 줄어들 수 있다.

어느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든, 극장의 역할은 변한다. '상시 레퍼토리 공간'이 아니라 '프리미어·이벤트·블록버스터 전용 공간'으로 좁혀진다. 로컬 멀티플렉스의 스크린 수는 줄어들고, 아이맥스(IMAX)나 프리미엄 포맷에 집중하는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더 구조적인 변화는 영화 생태계 자체의 양극화다. 극소수의 텐트폴 블록버스터(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 속편)는 계속 극장에서 개봉할 것이다. 이런 영화들은 마케팅 이벤트로서 가치가 있고, 오프닝 주말 기록은 여전히 작품의 '성공'을 규정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간 예산 영화는 극장에서 점점 설 자리를 잃는다. 블록버스터만큼 흥행 잠재력은 없지만 제작비가 적지 않은 이 영화들은, 스트리밍 직행이 경제적으로 더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 이미 이 추세는 진행 중이었지만, 넷플릭스-워너 딜이 가속화할 것이다.

TV·라이선싱 시장도 바뀔 수밖에 없다. 넷플릭스는 워너 TV 스튜디오가 경쟁 플랫폼에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관행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워너 TV 스튜디오는 그동안 넷플릭스, 디즈니 플러스, 애플 TV 플러스, 아마존 등에 활발히 콘텐츠를 공급해왔다.

타 플랫폼에 콘텐츠를 팔아서 버는 돈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이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라이선싱 수익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이 약속은 규제 당국에 대한 제스처에 불과하다. "우리가 인수해도 시장 경쟁은 유지된다"는 메시지를 보내 독점 우려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인수가 확정되고 시장이 안정화 되면 '공정한 경쟁'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 우선 배타권이 강화하면서 '구독료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매력적인 신작은 넷플릭스 독점으로 가고, 경쟁사에는 구작이나 2급 콘텐츠를 공급하는 방식이다. 라이선스 가격도 오를 것이다. 경쟁사가 워너 콘텐츠를 원하면 더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 경쟁사에 콘텐츠를 싸게 파는 것은 '적에게 무기를 파는 것'이나 다름없다. 협상 지연도 예상된다. 넷플릭스가 워너 콘텐츠의 경쟁사 판매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 협상을 질질 끌면서 경쟁사의 콘텐츠 라인업을 약화시킬 수 있다.

결과적으로 디즈니 플러스, 아마존, 애플 TV 플러스, 그리고 세컨드 티어 플레이어들의 콘텐츠 조달 비용은 올라가고, 마진은 압박받게 된다.

(출처 : 더밀크 (노트북LM 활용))

다시, 넥플릭스드

1927년 워너브라더스가 '재즈 싱어'로 유성 영화 시대를 열었을 때, 무성 영화 스튜디오들은 "이건 일시적 유행"이라며 무시했다. 틀렸다. 유성 영화가 산업을 지배했고, 적응하지 못한 스튜디오들은 사라졌다.

1950년대 TV가 등장했을 때, 영화 스튜디오들은 "사람들은 극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안심했다. 틀렸다. 극장 관객은 급감했고, 스튜디오들은 TV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2010년대 스트리밍이 부상했을 때, 타임워너 CEO는 넷플릭스를 "알바니아 군대(약하고 조직력 없는 군대, 한국식 표현으로 당나라 군대)일 뿐"이라며 조롱했다.

틀렸다. 15년 후 그 '당나라 군대'가 워너브라더스를 삼켰다.

미디어 산업은 기술이 가져올 '파괴적 혁신' 앞에서 "이번엔 다를 것"이라 믿었지만 그런 믿음은 대개 틀렸다. 스트리밍이 극장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극장의 역할은 근본적으로 축소될 것이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얼마나 극적으로' 바뀔 것인가의 여부다.

빅스크린 시네마의 황혼이 시작됐다. 완전한 밤이 오기까지 얼마나 걸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해가 다시 같은 높이로 뜨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출처 : 더밀크 (노트북 LM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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