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전 'AI 주도 전쟁' 알리다... 한반도 평화에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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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2025.06.22 06:00 PDT
이스라엘-이란전 'AI 주도 전쟁' 알리다... 한반도 평화에도 중요
(출처 : shutterstock)

[집중 분석] 미국 참전, 이스라엘-이란 전쟁
'떠오르는 사자' 작전, 2020년대 이후 벌어지는 전쟁 양상의 변화와 복잡성을 보여줘
AI 기술이 작전의 보조 도구가 아니라 작전의 핵심 엔진 역할을 한 첫 전장
AI는 심리전, 정보전에도 핵심 역할
한반도 평화 중요한 한국, 전쟁에서 기술의 역할 제대로 이해 절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에 이어 미국이 21일(현지시각) 이란의 핵 시설을 미국이 직접 타격했다고 밝히면서 걷잡을 수 없는 확전 양상에 돌입했다. 특히 이번 전쟁은 과거 군사작전이나 무력 분쟁의 개념을 근본부터 바꿔놓으며 'AI 주도 전쟁 시대'를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 소셜과 기자회견을 통해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폭격을 받은 이란은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를 공격, 즉각 보복에 나섰다.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허의 양상이다.

기존 전쟁이 주로 물리적 영토와 자원을 두고 벌어졌다면 21세기 현대전은 정보 공간과 인식의 영역에서도 동시에 진행된다. 이는 단순히 추가적인 전선이 생긴 것이 아니라 전쟁 자체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이후 설명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 : 유튜브 캡쳐)

최소 3년을 준비한 '떠오르는 사자' 작전

이스라엘의 대이란 작전 '떠오르는 사자(Operation Rising Lion)'는 2020년대 이후 벌어지는 전쟁 양상의 변화와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CNN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 작전을 위해 최소 3년간 준비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공습에 앞서 이란 내부로 무기들을 밀반입했고 이를 사용해 이란 방어 체계를 내부에서 타격했다.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들은 소형 무장 드론을 차량에 숨겨 이란 국경을 통과시키고 이 무기를 주요 방공 시설 근처에 미리 배치했다. 이를 활용해 테헤란 인근 미사일 발사대를 공격했다. 또 이란의 지대공 미사일 방어망을 무력화하기 위해 정밀 유도 무기를 밀반입했고 이를 활용해 총 100회가 넘는 공습을 감행하고 200대 이상의 전투기를 투입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은 모사드가 이란이 철저히 보호하고 은밀하게 숨기는 내부까지 얼마나 깊숙하게 침투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모사드가 수년간 이란을 자신의 놀이터처럼 다뤘다"고 할 정도다. 마치 거대한 건축물을 짓듯 모사드와 이스라엘 군 정보부는 차근차근 기반을 다졌다.

이스라엘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서 사용한 전술도 응용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저렴한 소형 드론을 러시아 영토 깊숙이 침투시켜 전략폭격기의 상당 부분을 파괴한 방식을 중동 상황에 맞게 변형했다.

과거에는 최첨단 기술이 소수 강대국의 전유물이었다면 이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술로도 큰 전략적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수십억 달러짜리 방공 시스템을 몇 만 달러짜리 드론으로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은 전통적인 군사력 균형의 개념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일이다.

숙련된 체스 선수는 상대방이 눈치채지 못하게 자신의 말들을 유리한 위치에 배치해둔다. 실제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승부의 절반이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

치밀한 정보력과 AI 기술 통해 실제 공습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이란의 방공망은 내부에서부터 무력화될 준비가 돼 있었다는 분석이다.

(출처 : Shutterstock)

AI 기술, 군사 작전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

미국이 참전한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은 AI 기술이 작전의 보조 도구가 아닌 핵심 엔진 역할을 한 첫 번째 대규모 전장이었다는 평가다.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AI 시스템은 수집된 정보를 지도부, 군사, 민간, 인프라의 네 가지 범주로 자동 분류했고 각 목표물의 위협 수준을 실시간으로 평가했다.

전쟁 수행의 핵심 운영체제(OS)는 미국 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의 AI 플랫폼 '고담'이었다. 팔란티어는 '고담'을 러시아와 맞선 우크라이나에도 제공, 전쟁의 양상을 바꿔놨다. 수년전부터 팔란티어와 긴밀한 관계를 맺던 이스라엘 군은 고담을 기반으로 위성 영상, 통신 감청, 드론 영상, 오픈소스 정보 등을 통합 분석했다. 이를 통해 실시간으로 고가치 표적(HVTs)을 식별하고 작전 타이밍을 제안하는 알고리즘 기반 '디지털 킬 체인'을 운용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은 이 체계를 활용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지휘관과 핵 관련 주요 인물을 대상으로 한 동시다발적 타격을 실행했다. 이스라엘 고위 안보 관계자는 공습 당시 이들은 "자택 침대에서 자고있는 상태였다"라고 전했다. 기계공학, 물리학, 재료공학 분야의 전문가인 알리 바크오이 카리미, 만수르 아스가리, 사이드 바르지 등이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을까? 잠자는 사이에 작전을 수행할 수 있었을까?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들은 이란에 은밀하게 잠입해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지휘관, 핵 과학자 등 표적으로 삼은 인물들의 동선을 사전에 파악하고 추적했다. 위성 이미지, 통신 감청, 인간 정보원의 보고서, 공개된 자료 등 매일 쏟아지는 정보의 양은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한계를 훨씬 넘어선다. 이들을 한번에 정밀하게 타격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팔란티어의 '고담'은 이런 정보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패턴을 찾아내고 각 목표물의 중요도를 자동으로 순위를 매겼다. 특정 이란 장군이 어떤 시설을 자주 방문하는지 그 시설이 다른 군사 네트워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AI가 파악했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정리하는 것을 넘어서 전략적 판단에도 관여했다. 시스템은 각 목표물을 공격했을 때의 파급효과를 예측하고 최소한의 공격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조합을 제안했다. AI는 수많은 변수를 동시에 고려해서 인간 분석관이 놓칠 수 있는 연결점들을 찾아냈다.

작전 수행에는 인간 지휘관의 승인 절차가 존재했지만 정보 분석과 결심 지원은 AI가 주도했다는 평가다. AI는 데이터 분석과 패턴 인식을 담당했지만, 최종적인 전략적 판단과 작전 실행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이었다. 현장에 침투한 요원들, 작전을 기획한 지휘관들, 그리고 최종 결정을 내린 정치 지도자들의 역할이 핵심이었다.

이번 작전은 AI의 군사적 역할이 표적 추천과 실시간 전장 의사결정 보조까지 '보조적 역할'이 아니라 최소한 '조연' 역할로 격상된 대규모 실전 사례로 평가된다. 군사 기술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은 AI와 사이버 보안, 클라우드 인프라를 종합한 '통합 기술 교리'를 실전에서 구현한 첫 국가"라고 평가했다.

AI는 심리전, 정보전에도 핵심 역할

이스라엘은 미국과 이란 사이에 핵 문제를 둘러싼 6차 협상이 오만에서 예정되어 있던 바로 그 주에 작전을 개시했다. 이란 측은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스라엘이 대규모 공격을 감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협상 테이블 위의 평화, 테이블 아래의 전쟁'을 실현했다. 한쪽에서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군사적 옵션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런 타이밍 선택은 단순한 군사적 계산을 넘어선 심리전의 성격을 갖는다. 상대방의 예상을 뒤엎고 기습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제사회에 "외교적 해결책이 실패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있었다.

이처럼 현대 전쟁은 단순히 군사력의 충돌이 아니라 심리전이 결합된 고도의 작전이다.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트리며 정부, 민간인, 그리고 전 세계인들이 잘못된 정보와 의도적 허위정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만드는 심리전이다.

이 과정에서 AI와 가짜 뉴스는 '무기'처럼 활용됐다. 이스라엘은 디지털 조작, AI가 생성한 콘텐츠, 딥페이크, 그리고 알고리즘으로 증폭된 내러티브를 마음껏 활용했다.

실제 이스라엘은 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란이 공격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믿도록 유도했다. 사이버 부대와 조직적인 공공 외교(하스바라)를 통해 이란의 위협 인식을 증폭시키는 콘텐츠를 소셜 미디어에 체계적으로 배포했고 자신들의 군사 공세를 도덕적 필수 조치로 포장했다. 이스라엘군은 공식 X 계정에 오래된 영상을 새로운 전투 장면으로 둔갑시켜 게시했다.

이스라엘 국민을 향해서는 이란의 '춤추는 미사일' 세질(SEJJIL)이 텔아비브를 2,000킬로미터 거리에서 타격할 수 있다는 것을 유튜브에서 알고리즘을 타고 전파되도록 했다. 자국민들에게 선제 공격의 정당성을 설득시키려 한 것이다. 페르시아어 소셜 미디어에 게시물을 올려 이란인들의 민심을 흔들었다.

이란 국영 텔레비전도 현재 진행 중인 전쟁 장면이라고 주장하는 AI 생성 이미지들을 방영했다. 결국 이스라엘은 이란 국영 텔레비전 방송국을 폭격했다. 정보를 통제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정보의 원천 자체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다.

그러나 이는 철학적, 윤리적 문제를 부른다. 이스라엘의 AI 기반 표적 식별 시스템 '라벤더'가 민간인을 오인해 타격 대상으로 분류한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알고리즘 전쟁의 법적·도덕적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잠재적 표적을 식별한다고 알려져 있다. 휴대폰 신호, 이동 패턴, 사회적 네트워크 등 수백 가지 변수를 종합 분석해 "이 사람이 위험인물일 확률은 85%다"라고 결론을 내린다. 문제는 나머지 15%다. AI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 인간의 생명을 알고리즘이 판단해도 되는가? 99% 정확도면 충분한가 아니면 100%여야 하는가? 하지만 인간 분석가도 100% 정확하지는 않다. 그렇다면 AI가 인간보다 정확하다면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때문에 유엔을 중심으로 자율살상무기(LAWS) 규범 제정 논의가 다시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미디어 및 AI가 만든 가짜뉴스 및 영상은 정보전, 심리전에 중요한 무기로 쓰이고 있다. (출처 : shuterstock)

더밀크의 시각 : 한국에게 닥친 과제와 기회

미국이 참전한 2025년 이란-이스라엘 전쟁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북한은 이란과 마찬가지로 농축우라늄과 핵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중동과 한반도는 다르지만 이란이 폭격당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의 생각과 마음은 복잡할 것이다.

이번 전쟁은 21세기 전쟁의 복합적 성격을 보여준다. 물리적 공격과 사이버 작전, 전통적 첩보 활동과 AI 기술, 군사적 행동과 정보 조작이 모두 하나의 통합된 전략으로 작동했다. 자신들을 상대로 시작된 선전 캠페인을 탐지하고, 무력화하고, 해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육군, 해군, 공군이 전쟁의 주요 영역이었다면 이제는 사이버군, 정보군이 네 번째, 다섯 번째 영역으로 추가됐다. 사이버군과 정보군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분쟁, 전쟁에서 승리 뿐 아니라 '억지력'과 '방어력'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군사력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한반도 평화는 그 어떤 명제보다 중요한 과제다. 한반도에서 혹시나 발생할 수도 있는 미래의 분쟁을 이해하고 대비하기 위해, 한반도에서 더이상 불행한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억제하기 위해. 21세기 현대전의 복잡성, 복합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군사적 승리나 외교적 해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보 공간에서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암울한 미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이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억지력'을 강화하고 결국 승리할수 있는 전략도 제공한다. 더 정확한 정보를 더 빠르게 검증할 수 있는 도구들도 발전하고 있고 허위정보를 탐지하는 AI 시스템들도 발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새로운 종류의 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기술적 전문성과 인문학적 통찰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들,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면서도 인간 심리의 복잡함을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인간의 지혜와 윤리적 판단이 기술적 능력과 균형을 이룰 때 우리는 복잡하고 복합적인 도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더 투명하고, 더 책임감 있으며 더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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