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마 안 쓴지 5개월”... AI 시대, 일하는 방식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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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익 2026.05.19 08:54 PDT
“피그마 안 쓴지 5개월”... AI 시대, 일하는 방식 완전히 바뀌었다
샌프란시스코 감마 본사 전경 (출처 : 그랜트 리(Grant Lee) 감마 CEO X, 편집=Gemini )

[AI시대 실리콘밸리는 이렇게 변했다]⑤ 안채민 감마 디자이너 인터뷰
빅테크 흔든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감마… 50명으로 기업가치 3.1조원
AI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밝힌 AI와 일하는 법
직접 프로토타입 만들어 테스트… 업무 영역 틀을 깨라
남는 건 결국 ‘인간의 의도’와 방향성
사용자 밀착·속도가 힘… 겁먹지 말고 실행, 경험에서 배우라

“디자인 작업 도구 ‘피그마(Figma)’를 안 쓴 지 이미 4~5개월이 넘었어요. 일과의 80%는 클로드 코드(Claude Code)로 직접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시제품 제작 및 테스트)하는 데 사용합니다.”

실리콘밸리 개발자들을 강타한 AI 혁신이 인접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코드 작성은 AI 코딩 에이전트(agent, 대리인)에 맡기고, 인간은 주로 판단과 검증 역할을 담당하는 거대한 변화가 디자이너의 세계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AI 도입으로 인한 업무 방식의 변화는 가장 먼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다가왔다. 코드 작성 속도가 급격히 올라가고, 품질도 높아지자 AI에 코딩을 맡기는 일이 대세가 된 것이다. 구글의 순다 피차이 CE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구글 내부에서조차 신규 코드 75%를 AI 에이전트가 작성하고 있다.  

👉“신규 코드 75% AI가 생성”... 구글 ‘제미나이 에이전트 플랫폼’이 보여준 미래

핵심은 AI발 업무 혁명이 개발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비개발자들 역시 AI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높이거나 AI 코딩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체화하는 일이 일상이 되고 있다. 개발자들과 밀접하게 협업하는 디자이너들이 대표적이다.

뉴욕 나스닥 본사 전광판에 등장한 감마 로고 (출처 : Gamma)

빅테크 흔든 ‘AI 네이티브’ 스타트업 감마… 50명으로 기업가치 3.1조원

2020년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감마(Gamma)는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 AI 기반 혁신을 이끄는 핵심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AI 기반 프레젠테이션 생성 도구’라는 하나의 제품으로 2026년 5월 기준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했다. 

감마 플랫폼에서는 매일 100만 건 이상의 AI 기반 컨텐츠가 생성된다. 지금까지 사용자들이 감마에서 만든 프레젠테이션·문서·웹사이트만 4억 건을 넘어섰다. 

특히 2022년 말 ‘AI 네이티브’ 서비스로 전면 피벗(pivot, 방향 전환)한 이후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25년 11월 연간반복매출(ARR) 1억달러(약 1490억원)를 달성했으며 실리콘밸리 최대 벤처캐피털(VC) 안드레센 호로위츠(a16z)가 주도한 6800만달러(약 1013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설립 5년 만에 21억달러(약 3조1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순간이었다.

더 놀라운 건 기업가치 대비 직원 숫자다. 2025년 말 투자 유치 당시 감마의 직원 수는 약 50여 명. 버스 한 대로 이동할 수 있는 규모의 작은 조직이 빅테크가 지배하던 프레젠테이션 도구 시장을 뒤흔든 것이다. 수십 배의 인력을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 구글 슬라이드와 정면으로 경쟁하며 사용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감마의 가파른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AI 네이티브 기업 감마는 어떻게 AI를 활용하며 어떤 방식으로 일할까? AI 시대 디자이너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야 할까?

2025년 6월 감마에 합류한 안채민 감마 AI & 이노베이션 담당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 (Senior Product Designer, AI & Innovation)는 감마 최초이자 유일한 AI 전담 프로덕트 디자이너이다. 현재 감마에서 컨텐츠 생성 경험 통합과 AI 에이전트(agent, 대리인) 메모리·컨텍스트 고도화를 이끌고 있다.

그가 디자인을 리드한 감마의 에이전트 기능은 론칭 첫 24시간 만에 100만 건 이상의 메시지를 처리했다. 상호작용의 90% 이상은 단순한 탐색이나 대화가 아닌 실제 컨텐츠 편집 작업이었다. AI 기능이 호기심 차원을 넘어 실질적인 작업 도구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혁신의 최전선에 있는 안 디자이너를 화상으로 만나 AI 네이티브 기업의 혁신 노하우, 일과 커리어의 미래에 관해 물었다.

👉감마는 어떻게 ‘3조 유니콘’이 됐나… AI 시대 기회를 잡는 법

감마 웹사이트 첫화면 (출처 : Gamma)

인사이트①: AI 프로덕트 디자이너가 밝힌 AI와 일하는 법

Q: 감마가 어떤 회사인지 한 줄로 설명한다면?

A: 감마는 AI 네이티브 프레젠테이션 플랫폼이다. 현재 직원 숫자는 약 90명 정도 되는데, 제가 합류했을 때 50명이 채 안 됐다. 그 규모로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캔바와 경쟁한다. 전 세계 1억 명이 넘는 사용자가 감마를 쓰고 있다.

커서(Cursor)가 코딩 경험을 AI 네이티브로 재정의한 것처럼 감마는 아이디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경험을 AI 네이티브로 재정의하는 회사다.

👉“조직이 사라진다”… 커서가 보여준 AI시대 회사 없는 회사

Q: AI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A: 전체의 약 80%는 클로드 코드로 프로토타이핑을 하는 데 쓴다. 프로덕트 디자이너이기는 하지만 피그마를 안 쓴 지 4~5개월이 넘었다. 그 프로토타입을 사용자 앞에 가져가서 실험하고, 다시 발전시키는 사이클을 계속 돌린다.

나머지 15%는 AI팀 안에서 방향성을 논의하는 방향 조정(alignment)에, 약 5%는 다른 팀원들과 1대1로 대화하는 ‘원온원’에 쓴다. 제가 하는 프로젝트는 AI팀만 영향을 받는 게 아니라 다른 팀들도 다 영향을 받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을 잘 할 필요가 있다.

Q: 감마가 파워포인트, 구글 슬라이드 같은 강력한 경쟁자들을 상대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 감마가 ‘디자인 중심적 조직’이라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022년 AI로 피벗했을 당시 감마와 비슷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경쟁자가 여럿 있었다. 그런데 그 경쟁자들이 지금 시장에서 다 사라졌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옵션의 다양성을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각자 골라 쓸 수 있는 (디자인) 선택지를 원한다. 감마의 경우 팀원이 12명일 때부터 이미 디자이너가 3명이었을 정도로 높은 디자이너 비율을 가진 조직이었다. 

디자이너들이 매주 사용자와 대화하고, 사용자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모은다. 예를 들어 ‘스마트 레이아웃’ 같은 기능의 종류를 계속 늘려왔다. 감마 내부에서는 ‘비주얼 버라이어티(Visual Variety)’라고 부른다. 이런 선택의 다양성은 지금도 회사에서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감마 오피스 (출처 : Irina Logra, Gamma)

인사이트②: 직접 프로토타입 만들어 테스트… 업무 영역 틀을 깨라

Q: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느끼는 최근 AI 트렌드는 무엇인가.

A: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컨텍스트(context)다. 컨텍스트 내에서도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한 세션 안에서 주어지는 컨텍스트의 길이와 양이고 다른 하나는 컨텍스트의 연속성이다. 

세션이 리셋(reset, 초기화)되면 다음 작업을 완전히 무에서 시작해야 한다. 이게 현재 많은 이들의 큰 페인포인트(Pain Point, 문제점) 중 하나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솔루션, 아이디어들이 주변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두 번째는 역할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AI의 첫 번째 사용 사례(use case)가 코딩이었다면, 이제는 그걸 통해 역할들이 점점 섞이고, 모두가 개발자(builder)가 되어가고 있다. 저희 감마 안에서도 마케터가 바이브 코딩을 하고, 프로덕트 매니저(PM)가 직접 프로토타입한 디자인을 가지고 온다.

👉[르포] “한 줄 입력하니 게임이 뚝딱”… 실리콘밸리 ‘바이브 코딩’ 열풍

Q: AI 시대, 디자이너의 역할은 어떻게 재정의될까.

A: 일각에서는 ‘크래프트(craft, 정교한 기술)’가 디자이너의 마지막 무기라고 하는데,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AI가 크래프트를 배우는 건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거나 고도로 기능적인 것들을 만드는 건 AI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다 소거하고 남는 건 결국 ‘인간의 의도(Human Intent)’와 방향성이 아닐까 싶다. 디자이너든 PM이든 엔지니어든 앞으로 가장 중요해지는 능력은 AI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맞는 결정을 하도록 안내하는 것이 될 것으로 본다.

개인적으로는 AI가 내가 하던 일(디자인)을 대체한다는 상실감이 이틀을 넘기지 않았다. 클로드 모델의 성능이 정말 좋아지기 시작한 게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는데, 처음 이틀 동안에는 ‘이거 내 일을 AI가 다 가져가겠네’ 싶었다. 그런데 더 복잡한 일을 시키고 더 깊이 사용해 보니 결국 AI를 쓰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Q. 지금 두 가지 프로젝트를 리드하고 있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인가.

A: 그렇다. 컨텐츠 생성 경험 통합 프로젝트와 에이전트의 메모리·컨텍스트 강화 프로젝트인데, 둘 다 AI 에이전트가 내놓는 결과물의 품질을 높이는 일이다.

에이전트 기반 컨텐츠 생성 경험은 사용자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말하면 에이전트가 최적의 포맷과 구조를 판단해서 만들어주는 개념이다. 2026년 5월 현재 첫 번째 버전 ‘크리에이트 위드 에이전트(Create with Agent)’을 베타 개념으로 소수의 사용자에게 출시했다. 이 기능은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예정이다.

에이전트에 메모리와 컨텍스트를 부여하는 프로젝트는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지 않아도 에이전트가 지난 작업과 사용자의 선호를 기억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사용자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다.

핵심은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이해해야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사용자가 모호한 요청을 던졌을 때, 지난 상호작용의 컨텍스트를 참고하거나 추측할 수 없으면 직접 물어보는 게 낫다. 사람과 사람 간의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원칙이 그대로 AI 디자인에 적용돼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다.

감마 샌프란시스코 본사에서 그랜트 리(Grant Lee) CEO가 회사를 방문한 NFL 관계자들에게 감마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 : Gamma)

인사이트③: 사용자 밀착·속도가 힘… 겁먹지 말고 실행, 경험에서 배우라

Q: 빅테크나 오픈AI 같은 회사들이 경쟁 제품을 내놓을 때 어떻게 맞설 것인가.

A: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사용자와의 밀착이다. 감마 디자이너들은 주 1~2회 사용자 인터뷰를 한다. 프로젝트 진행 중에도 멈추지 않고, 테스팅도 약 10회씩 계속 진행한다. 사용자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이 있는 셈이다.

두 번째는 속도다. 감마는 작기 때문에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다. 최근에도 팀 전체가 “어떻게 더 빨리 진행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했다. 어떤 가정이 있다면 최대한 빨리 틀렸다는 걸 확인해야 한다. 틀린 것을 빨리 파악하고, 다시 반응을 취합한 후 옳은 솔루션에 더 빨리 도달하는 거다. 이 두 가지 외에 마법 같은 공식이 있으면 사용하고 싶지만, 결국 이 두 가지가 성패를 가르는 요소라고 생각한다.

Q: AI 시대를 두려워하는 주니어 디자이너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A: 먼저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걸 만드는 게 좋은 건지 아니면 실제 솔루션을 빌드(build, 구축)하는 게 좋은 건지. 앞으로는 이 두 가지 커리어 패스가 극명하게 갈릴 거다.

솔루션을 빌드하는 쪽이라면 두 가지를 말씀드리고 싶다. 첫째, 만들기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운 도구를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마라. 일단 해보고 그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성향은 실리콘밸리에서 본 성공한 창업가들의 공통점이었다. 

둘째, 디자인의 펀더멘털(fundamental, 기초)을 소홀히 하지 마라. 퍼스트 프린시플 씽킹(First Principles Thinking, 제1원리 사고법: 가장 기본적인 사실 단위로 완전히 분해한 뒤 그 조합을 새로 설계하는 사고법),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원칙 같은 것들이 없으면 AI의 결정에 끌려가는 사람이 되기 쉽다. 자신의 의도를 가지고 방향성을 설정할 수 있어야 좋은 솔루션을 빌드할 수 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너무 겁먹지 않았으면 한다. 코딩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저도 99% 피그마 쓰던 사람에서 100% 클로드 코드 쓰는 사람으로 넘어오는 데 한 달이 채 안 걸렸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분이라면 훨씬 더 빨리 배울 수 있다.

Q: 앞으로 개인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A: AI UX(사용자 경험)는 아직 유년기를 지나가는 중이라고 본다. 정립되지 않은 부분이 많고, 발전 가능성도 엄청 크다. 

앞으로 3~5년 동안에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정의하는 사람 중 하나가 되고 싶다. 감마에서 하는 일도 그 일환이다. AI의 실용성을 일찍부터 경험했던 사람으로서 많은 사람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것들을 만들어가는 게 최종 지향점이다.

안채민 감마 AI & 이노베이션 담당 시니어 프로덕트 디자이너(앞줄 맨 오른쪽)와 감마 팀원들 (출처 : Gamma)

안채민 감마 AI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누구?

안 디자이너는 독일에서 태어난 후 열 살 때부터 한국에서 자랐다. 10년 전에 다시 미국으로 건너왔다. 산업 디자인과 가구 디자인으로 시작해 디지털로 피벗했다. 

시카고의 IIT 인스티튜트 오브 디자인(IIT Institute of Design)에서 석사를 마친 뒤 뉴욕 BCG 산하 벤처 스튜디오 ‘BCG 디지털 벤처스’에서 세 개 스타트업의 파운딩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2024년에는 스키퍼(Skipper)라는 AI 기반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한 경험도 있다. 2025년 6월부터 감마에 합류해 일하고 있다.

안 디자이너는 감마에서 일하게 된 배경으로 동료를 꼽았다. 감마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보니 하나같이 매우 기발하면서도 에너지 넘치고 똑똑했다는 것이다.

“이전 회사를 나올 때 두 가지 기준을 세웠어요. 첫 번째는 내가 진심으로 열정을 가질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회사여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일할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정말 즐겁게 일할 수 있겠다는 강한 느낌이 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감마 면접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는데 진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에너지가 더 생겼죠. 처음 있는 경험이었습니다.”

파워포인트 작업을 많이 했던 과거 경험도 커리어 결정에 영향을 줬다. 그는 “파워포인트 작업의 고통은 다들 겪어봤을 것”이라며 “첫 직장에서 일주일에 한두 개씩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야 했던 경험이 있었던 터라 감마가 해결하려는 문제가 몸으로 와닿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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