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10억원으로 시작한 리얼월드, 글로벌 물리AI 이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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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 2025.04.15 07:47 PDT
[현장] 210억원으로 시작한 리얼월드, 글로벌 물리AI 이끌까?
4월 15일 열린 리얼월드 미디어 테이블에서 설명하는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 (출처 : 리얼월드)

[현장 취재] 제조 데이터 품은 '물리AI' 스타트업의 탄생
SK텔레콤·KDDI·ANA홀딩스 등 글로벌 제조 대기업과 협력
"실세계 데이터와 한일 제조업의 경험이 글로벌 AI 경쟁력의 핵심"
산업 현장 중심의 로보틱스 파운데이션 모델로 AI 혁신 시동

210억원 규모로 시드 투자를 유치한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물리AI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 분야는 아직 세계적으로 선두 기업이 없어 선점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기술적 난이도와 실행 장벽이 높은데다 비즈니스 모델도 아직 불투명해 '실행력'이 성공의 관건이란 지적이 나온다.

물리AI 스타트업 리얼월드(RLWRLD, 대표 류중희)는 15일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회사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지난해 7월 설립된 리얼월드는 올라웍스를 창업, 인텔에 매각 한 후 액설러레이터 퓨처플레이를 성공리에 운영한 류중희 대표가 퓨처플레이 대표직을 사임하고 뛰어든 스타트업이다.

리얼월드는 제조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세계(Real-world)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산업 환경에 적용 가능한 RFM을 개발한다. 이는 기존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이 디지털 지식 노동을 보완하던 흐름을 넘어, 물리적 노동의 생산성 혁신을 목표로 한 새로운 피지컬 AI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시도다.

시드투자로만 210억원을 모았는데 해시드, 미래에셋벤처투자, 글로벌브레인(Global Brain), PKSHA 테크놀로지 캐피탈 등의 벤처캐피털을 비롯해, LG전자, SK텔레콤, DRB동일, KDDI, ANA홀딩스, 미츠이케미칼, 시마즈제작소 등 한국과 일본의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리얼월드는 투자자들과의 전략적 협업을 통해 제조 현장에서 생성되는 고품질 데이터를 RFM 학습에 직접 활용하고, 산업 중심의 AI 기술 상용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위로보틱스와 협력해 차세대 레퍼런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로보티즈, 레인보우로보틱스, 원익로보틱스 등 다수의 로봇 기업들과 기술 연계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서 및 AI 스타트업들과의 협력도 활발하다. 에스오에스랩, 에이딘로보틱스, 비트센싱, 딥핑소스, 플라잎, 서울로보틱스 등이 주요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 리얼월드는 2025년 말부터 한국,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 기반의 PoC(기술 실증)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산업용 로봇 및 물류·생산 자동화 분야에 RFM을 상용화하고, RFM의 글로벌 표준화를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리얼월드는 올 연말부터 한국, 일본, 미국을 중심으로 산업 현장 기반의 PoC를 추진하고 장기적으로는 산업용 로봇 및 물류·생산 자동화 분야에 RFM을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어 RFM의 글로벌 표준화를 견인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 (출처 : 리얼월드)

리얼월드의 경쟁력은?

리얼월드는 RFM 학습을 위한 핵심 데이터로 '사람의 손' 동작에 주목했다. 고속 3D 센서를 활용해 실제 작업 현장의 정교한 손 움직임을 캡처하고, 이를 학습 가능한 데이터로 증강한다.

사람이 원격으로 조종하는 기존의 텔레오퍼레이션(teleoperation) 방식이 전문가의 수작업에 의존한 데 반해, 리얼월드는 자연스러운 실세계 데이터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학습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사람의 손 두 개에 인간 지능의 상당 부분이 담겨 있다. 우리는 손의 미세한 지능을 AI에 이식하고자 한다"며, 기존 방식보다 10배 이상 높은 효율의 데이터 수집 체계를 강조했다. 이 데이터는 로봇이 복잡한 부품을 집고 끼우는 등 고도화된 조작을 학습하는 데 핵심이 된다.

리얼월드는 이 데이터를 단일 모델 학습에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파인튜닝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있다. 향후 전자, 자동차, 연성소재, 용접 등 특화된 제조 공정에 맞는 AI 지능 개발도 목표로 한다.

물리AI는 단지 기술적 도전이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시대적 명제'라는 게 리얼월드의 입장이다. 제조 기반 국가인 한국과 일본은 빠르게 줄어드는 생산 가능 인구로 인해, 고도 자동화의 필요성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리얼월드는 이를 '산업 전환의 골든타임'으로 정의했다.

류 대표는 "우리가 가진 손기술이 사라지고 있다. 이 기술을 AI에 이식하지 않으면, 제조업의 미래는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 데이터는 공장 안에 있다. 이 데이터를 잘 쓰는 나라가 미래의 AI 제조 패권을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기업들과의 전략적 파트너십도 그 연장선이다. KDDI, ANA홀딩스, 미츠이케미칼, 시마즈제작소 등은 단순 재무 투자자에 그치지 않고 실증 및 제품화 단계에 공동 참여하며, 동아시아형 피지컬 AI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리얼월드는 핵심 비즈니모델로 SaaS 기반의 AI 구독 모델과 로봇 임대를 결합한 비즈니스 구조를 제시했다. 기업은 로봇을 월별로 임대하고 탑재된 AI는 구독 형태로 사용한다. 이는 인력 비용보다 낮은 비용으로 정밀 작업을 가능하게 해, 자동화 도입의 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류 대표는 "사람 한 명을 채용하는 비용보다 저렴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정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면 시장은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제조업이 AI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리얼월드는 SK텔레콤, KDDI, 미츠이케미칼 등과 함께 전자·조선·연성소재 분야에서 PoC(Proof of Concept, 기술 실증)를 진행 중이다.

글로벌 피지컬AI 기업들에 대해 설명하는 류중희 리얼월드 대표 (출처 : 리얼월드)

리얼월드의 강점 : 대한민국 AI 로보틱스 인재 모았다

리얼월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진과 산업 베테랑으로 조직을 꾸렸다. 컬리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류형규 최고제품책임자(CPO), 업스테이지 AI 프로덕트 리드였던 배재경 CTO, BCG 매니징 디렉터 및 파트너였던 이강욱 최고사업책임자(CBO) 등 업계 베테랑들이 합류했다.

RFM 연구에는 KAIST AI대학원 석좌교수인 신진우 박사가 수석 과학자(Chief Scientist)로 영입돼 기술을 주도하고 있다. 그는 "GPU와 로봇 하드웨어 등 인프라 부족으로 RFM 연구가 더뎠던 상황에서, 리얼월드는 연구와 현장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드문 환경을 갖췄다"며, "실세계 데이터를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기반에서 진짜 경쟁력 있는 AI가 나온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이건 혼자 할 수 없는 게임이다. 우리는 동아시아 제조 기술과 연구 인프라, 산업 파트너를 아우르는 드림팀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리얼월드는 로보티즈, 위로보틱스, 에이딘로보틱스 등과 인터페이스 호환성 기반 협업을 진행 중이며, AI-로봇 상호운용 기술까지 내재화하고 있다.

이 회사에 투자한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블록체인은 인간의 활동이 가상세계로 이동한다는 흐름을 본 것이고, 리얼월드는 그 반대로 현실의 노동이 AI로 이동하는 흐름을 본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글로벌 기술 주도권의 중심이다. 리얼월드는 이를 가장 현실에 가깝게 풀 수 있는 팀이며, 동아시아 제조의 잠재력을 세계 시장에 증명할 수 있는 플레이어"라고 덧붙였다.

리얼월드 전체 임직원 (출처 : 리얼월드)

더밀크의 시각 : 리얼월드의 의미있는 도전. 그러나 과제도 산적.

리얼월드는 아직 극초기 기술과 시장이 형성 안된 '물리AI'에 선제적으로 도전한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그만큼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우선 높은 기술적 난이도와 실행 장벽을 해결하는 것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사람의 손재주와 유사한 수준의 로봇 제어, 다양한 센서 데이터 처리, 물리 환경 적응성 및 안전성 확보 등 RFM 개발 및 상용화는 거대언어모델(LLM)보다 훨씬 복잡하고 기술적 난이도가 높다. 향후 로봇 하드웨어, AI 소프트웨어, 실제 제조 환경 등 3요소를 통합해야 하는데 이 부분은 아직 글로벌 기업들도 난관을 겪고 있다.

물리AI 시장은 현재 빅테크 기업이 뛰어드는 '자본 싸움'이 되고 있는데 리얼월드가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고 지속적 자본 조달이 가능할지도 성공의 관건으로 꼽힌다. 시드 펀딩으로 유치한 210억원 규모는 한국에서는 전례없는 수준이지만 이 분야는 미국에서도 구글, 테슬라, 엔비디아 또는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을 가진 글로벌 스타트업이 뛰어드는 분야이기 때문에 향후 기술 경쟁 뿐 아니라 '자본 경쟁'에서도 이겨야 하는 어려움이 나타날 수 있다.

지속적인 자금확보를 위해선 기술 검증에 이어 '비즈니스 모델'이 작동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물리AI는 아직 미국에서도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지속적 펀딩이 가능할지가 중요하다.

혁신적인 기술이라도 실제 산업 현장에서 비용 효율성을 입증하고 안정적으로 적용되기까지는 많은 검증이 필요한데다 리얼월드가 타깃으로 삼은 제조업체들이 핵심 데이터 공유에 보수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에 고품질의 실시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지도 성공하는 길로 가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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