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미국 대선] 실리콘밸리가 '우클릭'하는 3가지 이유
[인뎁스 테크브리핑] 민주당 텃밭 ‘실리콘밸리’는 왜 지금 ‘우클릭’ 하나?
생성AI, 크립토 등 미래 사업에서 바이든 대통령 '규제' 일변도
노숙자 마약 등 샌프란시스코의 안전 문제 심각
전체 표심은 바뀌지 않지만 실리콘밸리내 트럼프 지지 시사점 있어
무게추 움직이는 실리콘밸리, 우클릭하는 이유
전통적으로 개인의 선택과 자유를 중시하고 이민자가 많은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샌프란시스코, 산호세 지역)이 오는 2024년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세력이 늘어나면서 '우클릭'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대선 때만해도 실리콘밸리에선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지지하거나 가벼운 관계를 맺는 것 조차도 조심 스러웠습니다.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는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로부터 지난해 8월 “트럼프 지지가 틸의 페이스북 이사로서의 평가에 나쁜 결과를 미칠 것”이라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죠. 페이스북은 인수한 가상 현실 스타트업 오큘러스 VR의 공동 창립자인 팔머 러키가 2016년 트럼프 지지 단체에 돈을 준 후 그를 밀어냈습니다.
그러나 무게추가 점차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마크 앤드레슨, 벤 호로비츠 등 창업자와 벤처 캐피털리스트들이 트럼프의 2선 캠페인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하는 다른 기술 업계 인사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죠.
실리콘밸리는 점차 우클릭하는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16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 계정에 스페이스X와 엑스(X·옛 트위터)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스페이스X 본사는 캘리포니아 호손에서 텍사스 스타베이스, 엑스 본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할 예정이죠.
이런 결정은 전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학교 측이 학생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을 부모 등에게 허락 없이 알릴 수 없도록 한 새 법안에 서명한 직후 나왔습니다. 미국 내에서 이러한 학교 성소수자보호법이 제정된 것은 캘리포니아가 처음입니다. 법안 지지자들은 성소수자 학생들의 강제 아웃팅을 방지하고 학교 내에서 안전을 지켜준다고 주장하는 반면, 비판자들은 이 법안이 학부모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반발하고 있죠. 머스크 CEO는 "인내심의 한계(the last straw)"라며 "이 법과 이전 많은 법이 가족과 회사를 모두 공격했기 때문에" 이전을 결정했다고 강조했죠.
이런 이전은 정치적 우경화에 힘을 실었습니다. 머스크 CEO는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겠다고 밝혔으며, 매달 수천만달러를 트럼프 캠프에 기부할 예정이죠. 그는 오랫동안 캘리포니아의 진보적인 정치를 비판해왔으며, 여러 차례에 걸쳐 캘리포니아에서 X를 비롯한 다른 사업체를 철수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습니다.
머스크 CEO가 이끄는 전기차업체 테슬라는 이미 본사를 캘리포니아에서 텍사스 오스틴으로 이전한 상태입니다. 그는 자신의 주소지 역시 주(州) 자체 소득세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에서 소득세가 아예 없는 텍사스로 옮기면서 상당한 규모의 절세 효과도 누리고 있습니다. 공화당 소속인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같은 날 머스크 CEO의 트윗 중 하나를 엑스에 재게시하면서 스페이스X의 행보가 "텍사스를 우주탐사의 선두주자로 굳건히 만든다"고 치켜 세웠습니다.
실리콘밸리 우클릭의 시사점
과거에 비해 확실히 실리콘밸리가 우클릭한 이유를 살펴보면 한국에도 주는 시사점이 큽니다.
첫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공지능(AI)나 암호화폐(크립토) 등 미래 산업에서 ‘규제’ 일변도 정책, 그리고 기업과 개인에 대한 과한 세금이 산업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트럼프 후보는 법인세 인하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마크 앤드레슨 A16z대표는 “기술 산업은 혁신과 민첩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 규제 완화에 대한 트럼프의 접근 방식이 AI와 크립토 등 신흥 기술의 지속적인 성장에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과잉 규제가 의료, 금융,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AI 기술의 발전을 방해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둘째, 샌프란시스코의 안전 문제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문제와 마약 문제는 매우 심각하죠. 마약 과다 복용과 노숙자 증가가 생활에 위협을 줍니다. 실제 지난 2022년에는 647명이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노숙자 인구는 약 8,000명 이상으로 추산됩닏. 이들 중 상당수가 마약 중독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시민들은 안전에 위협을 받고 있는데 샌프란시스코의 지역 정치인들은 안전 문제보다 성 정체성 등 정치적 선명성을 드러내는 데만 관심을 두고 있다는 불만입니다.
세번째, 실리콘밸리 기업인들이 ‘도전자’가 아니라 도전을 막고 지켜야 하는 입장이 됐기 때문입니다. 구글(알파벳),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 기업들은 예외없이 반독점 혐의로 법무부(DoJ)와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반독점 소송 중입니다. ‘해체’까지 언급되지만 실제 판결이 어떻게 나올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막대한 로비자금을 동원 맞서고 있기 때문이죠. 생성AI 기술은 막대한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에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빅테크 기업에 승리하기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비즈니스 지키기에 나선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연스레 트럼프 지지로 돌아선 흐름이 나타난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주나 실리콘밸리 지역의 전체 표심이 ‘우클릭했다’고 가정하는 것은 무입니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와 독립적인 정치 세력을 옹호하는 표심이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입니다. 특히 조 바이든 대통령이 경쟁에서 물러나면 상황이 빠르게 바뀔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난 선거 주기보다는 더 비정치적 입장을 취하거나 트럼프 지지로 돌아설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죠.
트위터, 구글, 백악관 출신인 케이티 제이콥스 스탠튼 VC는 x에 “기후변화, 의료비 부담, 총기 폭력, 경제적 안정과 같은 시급한 과제가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잃을 시간이 없으며 국가를 더 잘 통합하고 이러한 실존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하다”면서 “트럼프에게 속지 않은 실리콘밸리가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실리콘밸리 기업과 밴처캐피털리스트들이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하게 된 것도 결국 ‘시장원리’ 때문입니다. 시장은 오직 1개의 원리로만 투표하는 유권자이며 그 원리는 바로 ‘이익’이입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도 지지로 돌리게 한 도널트 트럼프 후보와 공화당의 노력이나 혁신과 동시에 ‘안전’을 갈구하는 시민들의 요구를 무시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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