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1B 비자 사태, 본질은 '인재 유출' 아닌 '인재 순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H-1B 전문직 비자 신청에 대해 연간 10만 달러라는 초고액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국 내 이민자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합법 이민마저 억제하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전문직 단기 취업(H-1B) 비자 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H-1B 비자 신청 시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현재 H-1B 비자 신청에 드는 비용은 추첨 등록비 215달러와 I-129 양식 제출비 780달러로 총 995달러 정도였다. 하지만 새 정책이 시행되면 수수료가 100배 넘게 폭등하게 된다. 이 정책의 후폭풍은 즉각적이고 파괴적이었다. 애플, 메타,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외국 전문 인력 고용에 크게 의존해온 빅테크 기업은 초비상 사태다. 이들은 한해 최소 1만건, 최소 수천건의 H-1B 비자를 확보하고 해외(주로 인도, 중국 등) 인력을 확보하려 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조치 발표 직후 전직원들에게 긴급 지침을 내리고 H-1B 소지 직원들에게 “해외 출장을 자제하고 현재 해외에 있는 직원은 21일까지 반드시 미국으로 복귀하라”고 통보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H-1B 비자 소비자는 미국내 머물라”고 권고하고 비상 대응에 나섰다. 파장이 크자 백악관은 관계자는 20일, “해당 수수료는 오직 신규 비자 신청자에게만 적용되며 기존 비자 소지자나 갱신 신청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말하며 파장을 축소하려 했다. 그러나 수수료가 없어지지는 않기 때문에 대세를 바꿀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H-1B 비자는 실리콘밸리와 글로벌 기업들이 외국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핵심 경로였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근로자 우선주의"를 앞세워 강하게 제약해왔다. 그동안 한국인들은 H-1B 비자를 통해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인재들이 인도나 중국에 비해선 많지 않았다. 지난 조지아주 구금 사태와 같은 수준의 타격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미국의 향후 방향 뿐 아니라 한국의 정책적 대응에 중요한 시사점을 주기 때문에 중요하게 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