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열풍과 한국의 딜레마
지난 2025년 6월 미국 상원이 68대 30으로 일명 '지니어스 법안(GENIUS, Guiding and Establishing National Innovation for U.S. Stablecoins Act)을 통과시키면서 전 세계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됐다. 이 법안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포괄적인 연방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또 발행사들이 미국 달러와 단기 국채로 1:1 완전 담보를 유지하도록 의무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만 남겨둔 상황에서 이 법안은 현재 약 2320억 달러(316조 4248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시장에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미국의 재빠른 움직임은 즉각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월마트와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이 자체 스테이블 코인 발행을 검토하고 있으며, 프랑스 소시에테 제네랄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 출시를 공식 발표했다. 서클(Circle)의 상장과 함께 USDC 발행사의 주가가 3일 만에 4배 상승하는 등 스테이블 코인은 이제 투기적 가상자산(암호화폐)를 넘어 주류 금융 시스템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한국 역시 이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민주당은 2025년 6월 '디지털 자산 기본법'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안은 5억 원 이상의 자본금을 보유한 기업들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한국은행 데이터에 따르면 이미 국내 5대 거래소에서 1분기에만 57조 원(420억 달러) 규모의 달러 스테이블 코인 거래가 이뤄졌다.하지만 블록체인 기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근본적인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이 추진하는 원화 스테이블 코인의 실질적 필요성과 기존 블록체인 인프라의 구조적 한계에 대한 의문때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비은행 스테이블 코인이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 것처럼,중앙은행조차 현재 논의 방향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테라-루나 사태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한국 태생의 권도형이 만든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붕괴로 2022년 5월 단 일주일 만에 450억 달러가 증발했던 기억과 피해는 한국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트라우마다. 권도형의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발행하면서 '테라 프로토콜'이라는 알고리즘을 통해 미화 1달러에 연동하도록 설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테라폼랩스 주장과 달리 달러화 연동이 깨지면서 수많은 투자자 피해를 유발했고 그는 미 검찰에 기소됐다. 물론 지급 준비금 방식과 알고리즘 방식은 다르다. 하지만 같은 '스테이블 코인' 상품 중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화 스테이블 코인 도입이 어떤 파급 효과를 낳게될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는 정말로 ‘그들처럼’ 따라가야 하는가?" 한국만의 인프라, 한국만의 디지털 문화, 그리고 무엇보다 뛰어난 결제 경험이 존재하는 지금, 단순한 규제 모방보다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스테이블 코인 붐 사이에서 한국은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냐면 AI와 마찬가지로 스테이블 코인 제도와 기술을 산업 부흥의 기회로 삼아야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