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슈퍼을’ ASML, 매출 급감… 2분기 EUV 주문도 약세

‘슈퍼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업체 ASML이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수요 감소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규제 조치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상보다 부진한 1분기 실적 및 2분기 전망에 17일 네덜란드 주식시장에서 ASML은 4% 넘게 급락 중이다. 

ASML은 이날 2024년 1분기 순매출이 52억9000만유로(약 7조7900억원)로 전분기 대비 26.9% 감소했다고 밝혔다. LSEG가 집계한 시장의 예상치(53억9000만유로)에 못 미쳤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12억2400만유로(1조8031억원)를 기록,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전분기와 비교하면 40.4% 급감했다.  

1분기 순예약매출(Net bookings)은 첨단 미세 공정 필수장비인 EUV 노광장비 6억5600만유로(약 9658억원)를 포함, 36억유로(약 5조3001억원)로 집계됐다. 지난 분기 대비 3분의 2 가량 줄었다. 순예약매출은 서면 승인이 수락된 모든 판매 주문, 인플레이션 관련 조정이 포함된 숫자다. 

피터 베닝크 ASML CEO(최고경영자)는 “1분기 총 순매출은 시장 전망치(guidance, 가이던스)의 중간을 기록했다”며 “제품 믹스 주로 일회성 요인에 의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ASML의 EUV 노광장비는 회로 선폭 7나노미터 이하 미세 공정에 필수적인 장비로 평가된다. 대만의 TSMC, 삼성전자, 미국 인텔 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전문업체)가 ASML의 주 고객이다. 

부진한 실적은 올해 1분기에 신규 주문이 예상보다 적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특히 EUV 장비 수요가 급감, 6억5600만유로를 기록하며 전 분기(56억유로)의 9분의 1로 떨어졌다. EUV 수요가 회복되기 전인 오는 2분기 매출 역시 예상보다 약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규제 역시 ASML 매출에 영향을 주고 있다. 2024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된 조치에 따라 ASML이 고성능 노광장비(DUV)를 중국에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다만 2023년 전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전망했다. 2분기 매출은 57억~62억유로, 매출총이익률은 50~51%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피터 베닝크 ASML CEO는 “2024년 전체에 대한 전망은 변함이 없다”며 “반도체 업계의 지속적인 경기 침체 회복에 따라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