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머스크인가? 테슬라보다 ‘스페이스X’를 보라
더밀크의 새책 소개
스페이스X의 3전4기를 그린 ‘리프트오프’
일론 머스크의 자금과 비전, 리더십
불가능에 도전하지만 실패도 옵션으로
2000년 말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페이팔에서 쫓겨났고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온 이민자. 하지만 미국에 온 지 10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에 많은 성취를 이뤘다. 아이비리그 대학(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했고 이미 페이팔과 집2(Zip2)라는 2개의 성공적인 기업을 창업했다.
사람들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다음에 뭘 할지. 한 친구가 머스크에게 앞으로 뭘 할거냐고 물었다. 머스크는 답했다.
“난 항상 우주에 관심이 많았는데…”
하지만 머스크는 우주 관련 사업은 한 개인이나 민간 기업이 맡아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당시는 인류가 달에 간 지 30년이 지난 시점. 머스크는 미항공우주국(NASA)이 이미 화성에 사람을 보낼 계획을 하고 있을 줄 알았다.
그날 저녁, 머스크는 친구와의 대화가 생각나 NASA 홈페이지를 찾아봤다. 하지만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얘기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다. NASA가 홈페이지 디자인을 잘못 했겠거니 싶었다. 머스크는 캘리포니아에서 우주 관련 컨퍼런스를 다니면서 NASA에게는 애초에 그럴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우주와 관련된 벤처기업을 기웃거리던 머스크는 2001년 화성에 온실을 만들어 작물을 재배한다는 ‘마스 오아시스(Mars Oasis)’ 아이디어를 구체화 했다. 그리고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궁극적으로 화성에 사람을 보낸다는 야심찬 목표를 가지고 출발했다.
그러니까 사실 머스크에겐 테슬라 이전에 스페이스X가 있었던 셈이다. 비록 최근 결제 솔루션 업체 스트라이프에 ‘가장 가치 있는 비상장 기업’ 타이틀을 넘겨주긴 했지만 스페이스X는 액체연료 로켓을 지구 궤도로 쏘아 올렸고 사람을 우주정거장에 보냈다. 둘 다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다. 발사한 로켓을 다시 착륙시켜 재활용하는 기술을 처음으로 개발한 것도 스페이스X다. 이룬 건 많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며 동시에 갈 길이 먼 최고의 민간 우주개발 기업이다.
이런 스페이스X가 2000년대 중반까지 3번의 로켓 발사 실패를 거치면서 거의 망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스페이스X의 이런 창업 초기 과정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우주개발 사업을 취재하는 베테랑 기자이자 현 아르스 테크니카(Ars Technica) 에디터 에릭 버거(Eric Berger)가 펴낸 ‘리프트오프(Liftoff, 발사)’다. 3월 초 미국에서 발간 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이 책에는 ‘일론 머스크와 스페이스X 창업 초기의 필사적인 나날(Elon Musk and the Desperate Early Days that Launched SpaceX)’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