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스타트업 성공 조건은 '기술력' 아닌 '조직 문화'
[엘캠프 실리콘밸리] 한기용 산호세 주립대 교수 강연
①성장통은 아름다운 고통… 의사소통 비용을 낮추라
②창업자가 직접 HR 챙겨야… 어려운 결정도 필요하다
③리더십은 명확한 결정과 긴 호흡에서… 폴리보어 vs 유데미
핵심 메시지 요약: “창업은 100미터 달리기 아닌 마라톤”
‘스타트업은 자금 부족이 아니라 전략 부족으로 실패한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통용되는 이 격언은 비단 스타트업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비즈니스, 기업 활동의 핵심이 ‘인사 및 조직 관리 전략’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제품, 마케팅, 영업, 기획, 자금 등 기업의 핵심 가치는 결국 ‘사람’에 의해서 창출된다. 핵심 인재 채용, 기존 팀원과 신규 팀원의 융합, 조직 내 커뮤니케이션 비용 및 갈등 조정 능력 등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삼성전자, 야후 미국 본사 등 글로벌 대기업을 비롯해 나스닥 시장에 상장한 유데미(Udemy) 등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8곳을 거친 한기용 산호세 주립대 교수의 조언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한 교수는 다양한 규모, 단계의 조직을 경험하며 리더십과 조직 관리의 정수를 몸으로 익힌 베테랑 리더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커리어를 시작한 데이터, 머신러닝(ML) 전문가이기도 한다. 몰로코(Moloco), 팀블라인드, 쿼리파이 등 다수의 스타트업과 SKT 등 대기업에 자문을 제공했고, 업젠(UpZen) 대표로서 다양한 스타트업에 엔젤투자도 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각)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진행한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연사로 참여한 한 교수는 “자문을 하다 보면 잘 되는 조직과 잘 안되는 조직의 차이점이 보인다”며 “고속 성장하는 모든 회사는 성장통을 겪게 되는데, 이를 잘 극복하면 더 좋은 회사로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벤처스와 더밀크는 2021년부터 국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엘캠프 실리콘밸리를 진행해 왔다. 성공하는 스타트업,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놓치지 말아야 할 한 교수의 핵심 조언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①성장통은 아름다운 고통… 의사소통 비용을 낮추라
한 교수는 “모든 회사가 성장통을 겪는 것은 아니다. 성장통도 못 겪고 망하는 회사가 더 많다”며 “성장통은 극히 일부 회사만 겪게 되는 아름다운 고통”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자신이 4년간 몸담았던 온라인 교육 플랫폼 유데미의 사례를 통해 성장통의 구체적인 모습을 설명했다. 유데미는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 교수가 재직하는 동안 CEO가 두 번이나 교체됐고,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중심에서 B2B(기업 간 거래)로 사업 모델을 급격히 전환했으며 무리한 가격 인상 정책으로 매출이 40% 급감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또한, 기술 부채(technical debt, 가장 효과적인 솔루션이 아닌 가장 빠른 솔루션을 선택하면서 발생한 추가 작업 비용)가 쌓여 추수감사절 기간 동안 결제 시스템이 마비되는 대형 사고도 발생했다.
그는 이러한 성장통의 핵심 원인으로 ‘인재 밀도 저하’와 ‘의사소통 비용 증가’를 꼽았다.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며 사람 수는 늘어났지만, 그에 걸맞은 역량을 갖춘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지 못해 인재 밀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회사 방향 전환 시 구성원에 대한 설득 비용 증가 등 보이지 않는 의사소통 비용을 폭증시켜 성장을 막는다.
유데미 역시 B2B 전환 시 내부 반발과 회의적, 부정적 시각 팽배라는 성장통을 겪었다는 게 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의사소통 비용을 낮추고 인재 밀도를 높이면 성장 및 발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②창업자가 직접 HR 챙겨야… 어려운 결정도 필요하다
한 교수는 스타트업 및 조직 성공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사람’이라고 반복해서 강조했다. 그는 “인사(HR)를 무시하는 창업자 치고 잘 되는 사람을 못 봤다”며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창업자가 직접 HR을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좋은 인재가 알아서 찾아오지 않기 때문에 창업자가 직접 나서서 관계를 형성하고, 회사의 비전을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 당장 조인해달라고 매달리면 오히려 채용 가능성이 낮아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계를 구축하는 ‘아웃바운드’ 노력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채용하려는 포지션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사람을 만나 인재상을 명확히 하는 것도 좋다고 했다. 서두르지 않되 채용 기준을 낮추지 말아야 한다는 게 한 교수의 주장이다.
좋은 사람을 뽑은 후 진행되는 온보딩(onboarding, 조직 적응) 과정도 중요하다. 신규 팀원이 성공적으로 회사에 기여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온보딩의 핵심이 ‘빠른 피드백’이라고 했다.
아쉬운 행동이나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얼마나 빨리 이야기해 주느냐가 성공적인 온보딩의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침묵하거나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는 “특히 시니어급 인력이 이전 회사의 방식을 고수하며 ‘재능 기부’하듯 일하는 태도를 보일 경우 즉시 명확한 피드백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동 창업자를 포함한 초기 멤버가 성장을 멈추고 ‘고인물’이 되는 현상 역시 많은 스타트업이 겪는 문제다. 이들은 과거의 공헌을 내세우며 새로운 인재의 합류와 성장을 방해, 결국 인재 밀도를 떨어뜨린다.
한 교수는 “같이 못 갈 사람은 빨리 정리하는 것이 제대로 된 기업을 이끄는 과정”이라며 “사람에 관한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창업 경험을 공유하며 “공동 창업은 결혼과 비슷해서 회사에 대한 비전·헌신 수준이 서로 다른 사람과는 오래가기 어렵다”고 했다.
③리더십은 명확한 결정과 긴 호흡에서… 폴리보어 vs 유데미
한 교수는 야후에서 만난 좋은 리더들의 사례를 언급하며 바람직한 리더십의 모습도 제시했다. 그는 “결정의 명확성이 중요하다. 옳은 결정을 내리려고 시간을 끄는 것보다 틀리더라도 명확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낫다”고 강조했다.
또 수평적인 소통으로 다양한 의견을 듣되, 결정은 명확하고 수직적으로 내려야 팀이 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너무 착한 창업자, 맏형이나 맏언니 스타일이 가장 힘들다”며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하기보다 원칙을 가지고 성장하는 사람들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긴 호흡’이다. 그는 “잘하는 창업자는 ‘타임 호라이즌(time horizon, 투자 시작부터 회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사람들”이라며 “10년은 할 생각으로 임해야 출렁임을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 초기의 실패는 긴 커리어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자산이 될 수 있으며 실패 자체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성공하는 조직과 실패하는 조직의 차이를 부각하기 위해 직접 일했던 두 스타트업 조직을 예로 들었다. 폴리보어(Polyvore)와 유데미가 그 주인공이다. 폴리보어는 야후 출신 엘리트들이 창업해 초기 멤버 구성이 뛰어났지만, 강한 ‘이너 서클’ 문화로 인해 새로운 인재가 합류해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웠다. 결국 결국 야후에 2억2200만달러(약 3190억원) 기업가치로 인수되는 수준에 그쳤다.
반면 유데미는 터키 출신 창업자가 자국 대학 후배들과 시작, 초기 역량은 부족했지만 외부의 뛰어난 인재를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그들이 기여할 수 있도록 기존 멤버들이 도왔기 때문에 상장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상장 당시 유데미의 기업가치는 40억달러(약 5조7000억원)로 폴리보어 인수가의 18배에 달했다.
한 교수는 “결국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뽑아서 온보딩할 수 있느냐가 차이를 만들었다”고 했다.
핵심 메시지 요약: “창업은 100미터 달리기 아닌 마라톤”
창업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입니다. ‘타임 호라이즌(time horizon, 투자 시작부터 회수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창업자들이 결국 잘합니다. 실수하거나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고 팀원들과 의사소통을 해야 합니다. 다만 너무 빠르게 단정 짓거나 공격적으로 이야기하지 말고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생각할까,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겠지’라는 호기심에 기반한 접근 방식을 취하는 게 좋습니다.한기용 산호세 주립대 교수
빠른 성장을 위해 사람을 많이 뽑으면 인재 밀도가 낮아질 수 있고, 방향을 바꿀 때마다 의사소통을 해야 해서 관련 비용이 많이 듭니다. 이를 경계해야 합니다. 현금 흐름을 잘 관리해서 런웨이(runway, 보유 자금으로 운영 가능한 기간)를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은 유지해야 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를 만들며 실패로부터 배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한기용 산호세 주립대 교수
▲창업은 100미터 달리기가 아니라 마라톤
▲틀리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
사람에 대한 문제는 대화(피드백)로 풀어라
의사 결정과 충돌 해결은 밀도 있게 고민하고, 명확하게 결정
▲너무 빨리 스케일링하는 것을 조심하라
낮은 인재 밀도와 높은 의사소통 비용 경계
현금 흐름을 잘 관찰해야. 6-12개월 런웨이 유지
▲피드백을 주고받는 문화를 만들어라
언제나 첫날처럼(Day 1 mentality) &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