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출품 50% 급증... 혁신상으로 보는 CES2025 ‘3대 트렌드’
3400여 개 제품 출품… 13% 증가 ‘역대 최대’
작년 신설된 AI 부문, 출품 50% 급증
디지털 헬스, 43개 제품 수상… 33개 부문 중 최다
지속가능성 화두… 뷰티·패션 등 4개 부문 신설
오는 1월 열리는 세계 최대 테크 전시회 ‘CES2025’의 핵심 트렌드는 무엇일까.
CES 주최 기관 CTA(미국소비자기술협회)가 발표한 혁신상(CES Innovation Awards) 수상작에서 힌트를 발견할 수 있다. 주요 키워드는 AI·헬스케어·에너지다. CTA가 1차로 공개한 혁신상 수상 제품 분야, 수상작 수를 더밀크가 분석한 결과 이 세 가지 부문에서 가장 많은 혁신상이 나왔다.
더밀크가 지난 10월 ‘트렌드쇼2025’를 통해 제시한 3대 트렌드와 정확히 일치한다. 2025년 이후 글로벌 기술·산업의 방향성이 이곳에 있음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의 존재감도 두드러졌다. CTA가 1차로 공개한 ‘최고혁신상(Best of Innovation)’ 수상작 19개 중 3분의 1이 넘는 7개가 한국 제품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버즈3 프로’, SK텔레콤의 ‘스캠밴가드’, 웅진씽크빅의 AI 독서 플랫폼 ‘북스토리’, 슈프리마AI의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Q-비전 프로’, 니어스랩의 ‘드론 스테이션’ 등이 최고혁신상 수상의 영예를 차지했다.
CTA에 따르면 CES2025 혁신상 프로그램에 33개 부문에 걸쳐 총 3400여 개 제품이 출품됐다. CES2024 대비 13%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뷰티 및 퍼스널 케어(Beauty & Personal Care), 패션 테크(Fashion Tech), 산업 장비 및 기계(Industrial Equipment & Machinery), 반려동물 테크 및 동물 복지(Pet Tech & Animal Welfare) 등 4개 부문이 신설, 추가됐다는 점도 특징이다.
CES 혁신상은 1976년에 제정됐다. CTA 전문가 그룹이 출품 제품의 기술력과 디자인, 소비자 가치 등 혁신성을 종합 평가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혁신상 수상작 전체 목록과 수상 기업은 CES2025 전시 기간 중 발표된다.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Venetian Expo)’ 전시장에 마련된 이노베이션 어워드 쇼케이스(Innovation Awards Showcase)에서 수상작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혁신 제품을 실제로 만져보고 체험하길 원하는 전 세계 IT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이 라스베이거스로 쏠리고 있다.
트렌드①: AI 분야 출품 50% 급증… CES2025도 지배
CTA가 혁신상 부문에 AI를 추가한 건 CES2024부터였다. 챗GPT 등장 이후 폭발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생성 AI 붐을 반영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AI는 소프트웨어, 반도체, 딥테크(Deep tech, 첨단기술)를 넘어 소비자 가전, 자동차, 건설 기계 장비 등 전 산업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CES2025에도 이런 트렌드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AI 분야 출품작이 전년 대비 49.5% 급증,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향상된 사용자 경험, 생산성 제고, 의료 부문 개선 등을 통해 우리 삶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CES2025 기조연설자로 무대에 오른다는 점도 AI 기술 및 트렌드의 중요성을 상징한다.
게리 샤피로(Gary Shapiro) CTA 회장 역시 CES2025 최고 화두로 AI를 꼽은 바 있다. 그는 “올해 선정된 수상작들은 AI 생태계를 포함한 모든 기술 분야를 아우르는 제품”이라며 “기록적인 출품작 수는 기술 혁신이 세계의 과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CTA가 AI분야 최고혁신상으로 선정, 가장 주목한 제품은 웅진씽크빅 AI 독서 플랫폼 북스토리였다.
북스토리는 웅진씽크빅의 증강현실(AR) 독서 솔루션 ‘AR피디아(ARpedia)’를 기반으로 새롭게 개발된 차세대 독서 플랫폼이다. 웅진씽크빅과 AR/XR 기업 아티젠스페이스 협업해 개발한 제품이다. 생성형 AI 기술을 적용, 원하는 언어로 책을 읽어줄 수 있다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AI 기술을 활용, 책 내용에 맞는 효과음과 시각 효과를 제공하는 등 생동감 있는 독서가 가능하며 부모의 목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다양한 성우들의 목소리를 적용할 수도 있다. 아동, 장애인, 노인 등 혼자 책을 읽기 어려운 이들을 도울 수 있다는 점도 호평받았다. 웅진씽크빅은 북스토리를 내년 초 국내 및 해외시장에 동시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 AI 스타트업 가우디오랩도 AI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 주목을 받았다. 가우디오랩은 AI 분야 중에서도 오디오 솔루션을 전문으로 제공하는 기업이다.
혁신상을 수상한 제품 ‘가우디오 뮤직 플레이스먼트(Gaudio Music Placement)’는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종합 오디오 솔루션이다. 가우디오랩에 따르면 동영상만 업로드 하면 AI가 배경음악 추천 및 배치, 배경음악 교체, 더빙, 자막, 효과음 선정, 소음 제거, 대사 분리 등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3D 콘텐츠 생성 AI 스타트업 아이리브(Ailive)의 ‘아이리브 스튜디오’도 AI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AI 기술을 활용해 3D 제작에 대한 지식 없이 누구나 쉽게 고품질 3D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이 호평받았다.
글로벌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 AMD의 PC용 AI 칩 ‘라이젠 AI 9 HX 370(Ryzen AI 9 HX 370)’, 퀄컴이 온디바이스AI 칩 ‘스냅드래곤 8 엘리트(Snapdragon 8 Elite)’용으로 개발한 퀄컴 AI 엔진도 AI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트렌드②: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 43개… 최다 수상
디지털 헬스(Digital Health) 부문은 33개 부문 중 가장 많은 혁신 제품이 소개된 분야다. 1차 발표된 CES2025 수상작 중 총 43개가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CTA는 CES 기간 중 이틀간 ‘디지털 헬스 서밋’을 개최하며 별도의 디지털 헬스 컨퍼런스 트랙을 만들 정도로 이 부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강 관리는 인류의 가장 큰 문제이자 관심사이며 기술로 이를 개선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 등 첨단 기술 기반의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며 일반 대중의 일상생활까지 바뀌는 추세다. 김현우 카이스트 생명과학과 교수는 “GLP-1 혁신은 단순히 질병을 고치는 신약 수준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정도로 큰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최고혁신상을 수상, 가장 큰 이목을 끈 건 한양대학교가 개발한 이명 치료 장치 ‘TD 스퀘어’였다. TD스퀘어는 청각, 시각, 촉각 피드백 시스템, 가상현실(VR) 기술을 결합해 인지장애치료에 활용하는 디지털 치료 기기다.
이명은 외부의 음성 자극 없이 귀 속에서 소음을 주관적으로 느끼는 병이므로 약물적 치료보다는 인지장애치료가 효과적이다. 여기에 착안해 첨단 기술을 활용, 유의미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게 한양대학교 ICT융합학부 측의 설명이다. CTA는 TD스퀘어를 소개하며 “VR 환경에서 AI가 생성한 입체음향을 통해 이명을 제거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의 AI 기반 수면 추적 태블릿 ‘슬립보드(SleepBoard)’도 혁신상을 수상했다.
에이슬립의 수면 추적 기술 에이슬립트랙(AsleepTrack) 기반으로 작동하며 침대 옆 탁자 위에 슬립보드를 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스마트 홈 장치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수면 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으며 잠에서 깨면 왓츠앱, 라인, 텔레그램 등 다양한 메시지 앱을 통해 개인화된 아침 메시지도 보내준다.
일본 식음료 기업 기린 홀딩스와 메이지 대학교 등이 협업해 개발한 ‘전기 소금 숟가락(Electric Salt Spoon)’도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은 전기를 활용, 저염 음식의 짠맛과 감칠맛을 높여주는 독특한 식기형 기기다.
숟가락 끝부분이 음식에 약한 전류를 전달, 짠맛과 감칠맛 등 음식의 맛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게 기린 홀딩스 측 설명이다. 소금, 인공 조미료 섭취를 줄여 건강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식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 내구성을 고려해 설계됐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애보트의 웨어러블 제품 ‘링고(Lingo)’도 혁신상을 받았다. 링고는 혈당 수치를 추적하고 개인화된 인사이트와 맞춤형 코칭을 제공, 건강한 습관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제품이다. 14일 동안 팔에 부착하는 바이오센서와 결합된 시스템이다.
트렌드③: 지속가능성·에너지는 전 세계의 화두
지속가능성, 에너지 및 전력(Sustainability & Energy/Power) 부문은 디지털 헬스, AI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혁신상을 받은 부문이다. 총 30개의 흥미로운 혁신상 수상 제품이 소개됐다.
이런 흐름은 ‘지속가능성’이 전 세계 기업의 거대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에너지를 낭비하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CTA 역시 CES2025의 주요 화두로 에너지 및 양자 기술을 제시했다.
샤피로 CEO는 “CES2025에서는 다양한 에너지 솔루션을 탐구하는 핵심 에너지 전환 프로그램 트랙이 마련될 것”이라며 “(생성 AI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고, 전 지구적으로 이 기술이 더 많이 적용되면서 에너지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했다. CTA는 이와 관련 ‘양자 월드 콩그레스’와 협력해 퀀텀 세션도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패러디 리액터(Farady Reactor)’는 CES2025 지속가능성, 에너지 및 전력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 주목을 받은 대표 제품 중 하나다.
미국 기업 VVater가 개발한 패러데이 리액터는 폐수를 포함한 다양한 수원을 화학 물질 없이 효율적으로 정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혁신적인 수처리 기술이다.
추가적인 화학물질, 필터, 멤브레인 또는 생물학적 제제 없이 ‘첨단 저장력 전기 천공법(Advanced Low Tension Electroporation Process, ALTEP)’을 사용, 원치 않는 미생물 및 유기 오염 물질을 분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TA는 “패러디 리액터를 사용하면 화학 잔여물도 남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가장 발전된 수처리 기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기업 리브올(LIVALL)의 ‘피카부스트2(PikaBoost 2)’도 이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피카부스트는 일반 자전거에 장착, 일반 자전거를 전기 자전거로 바꿔주는 기기다. CTA는 “모터, 배터리, 제어 시스템, LED 후미등, 낙상 감지 및 SOS 경보 시스템을 통합한 컴팩트한 올인원 디자인으로 라이더의 가시성, 안전성을 높여준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첨단 에너지 저장 시스템 ‘SBB1.5(Samsung Battery Box)’도 지속가능성, 에너지 및 전력 부문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플러스: 뷰티·패션 등 4개 부문 신설… 라이프 스타일 혁신
뷰티 및 퍼스널 케어, 패션 테크, 산업 장비 및 기계, 반려동물 테크 및 동물 복지 부문이 새롭게 추가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세계인들의 삶의 방식이 뷰티, 패션, 반려동물 돌보기 등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반영한 흐름이기 때문이다.
킨제이 파브리지오(Kinsey Fabrizio) CTA 사장은 “기술은 산업을 재편하고 제품을 향상시키며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방식으로 삶을 개선한다”며 “농업, 광업 부문 효율성 제고부터 반려동물 돌봄 방식 개선에 이르기까지 세상을 바꾸는 트렌드를 CES2025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패션 테크 부문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한 ‘액티브 전기 삼투 멤브레인 재킷(Active Electroosmotic Membrane Jackets)’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재킷은 스위스 회사 ‘오스모텍스(Osmotex)’를 인수한 캐나다 기업 마이언트(Myant)가 출품한 제품으로 오스모텍스는 수십억 개의 기공이 있는 멤브레인 및 직물에서 수분과 입자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 CTA는 “멤브레인 섬유는 불충분한 수분 운반이라는 특성 때문에 땀을 통한 신체 열 조절 능력을 방해한다”며 “액티브 전기 삼투 멤브레인 재킷은 사람의 땀 배출 속도에 맞춰 조절 가능한 ‘섬유 펌프(textile pump)’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폭우 등에도 날씨 조건과 무관하게 스스로 건조된다”고 설명했다.
일본 화장품 업체 시세이도가 개발한 ‘스킨 비주얼라이저(Skin Visualizer)’는 뷰티 및 퍼스널 케어 부문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이 제품을 사용하면 현재 피부 상태를 즉각적으로 측정, 개인별 맞춤 뷰티 조언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