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피스메이커, 나는 페이스메이커"... 한미 정상회담이 던진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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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08.25 16:54 PDT
"당신은 피스메이커, 나는 페이스메이커"... 한미 정상회담이 던진 의미는?
25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 직후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포즈를 취했다. (출처 : 백악관 X)

[한미정상회담 분석]
트럼프 회담 직전 SNS '숙청·교회 압수수색' 언급... 돌발상황에 '긴장'
"피스메이커" 언급 등 구애외교... 마스가, 에너지 등 '경제협력' 강화 논의

이재명 대통령의 ‘트럼프 구애외교’가 효과를 거뒀다.
블룸버그 통신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 블룸버그통신이 내린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83일 만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 문제와 안보, 조선 산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블룸버그통신의 평가는 회담이 시작되기 세 시간 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비판한 상황 속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상황을 두고 “숙청(Purge)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며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글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포스팅과 관련해 기자들에게 “한국 새 정부가 교회를 잔혹하게 압수수색하고, 우리 군사 기지에 들어가 정보를 수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경기 평택 오산기지와 여의도순복음교회에 대한 특검 압수수색을 의미한 것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글은 이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한국 내에서 계속 제기돼온 취약점을 다시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상대국 내정을 언급하며 주도권을 잡으려는 트럼프 특유의 ‘압박 전술’을 예고한 것 아니냐는 관측 속에, 정상회담이 순조롭지 않을 수 있다는 긴장감도 감돌았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시작 직전 이 대통령에게 압수수색 문제를 물었고, 이 대통령은 "취임 전의 정치적 혼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것이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출처 : 트루스쇼셜 )

이 대통령 "구애외교"... 마스가, 에너지 협력 확대 예상

회담 직전 우려와 달리 양국 정상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회담을 이어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문제, 안보, 조선 산업에서 긴밀한 협력 의지를 밝히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이재명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식시장 상승, 백악관 집무실에 추가된 황금 장식, 평화 유지 노력 등을 치켜세우며 ‘구애외교’를 펼쳤다. 그는 한반도 긴장 완화에 집중해 달라고 요청하며, 만약 평화가 실현된다면 북한에 ‘트럼프 타워’를 세울 수도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부과된 관세 협정에서 추가 양보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합의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시사하며, 아직 합의의 세부 사항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대통령은 "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트럼프의 성과를 치켜세웠다. 이 대통령은 조선과 제조업 분야를 언급하면서 "이런 분야에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조선소나 선박 전조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눌 것"이라며 "한국에서 선박을 구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다시 선박이 건조되고 미국의 조선업이 부흥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도 다뤄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한국이 필요로 하는 석유와 관련해 알래스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는 석유가 필요하고, 우리는 그것을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은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지만, 그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며 "알래스카를 매개로 한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일본도 이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한국이 우리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바로 에너지”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 지난달 말 타결된 관세 협상에서 미국으로부터 1천억달러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와 기타 에너지 제품을 구매하기로 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출처 : AP통신 )

더밀크의 시각: 실용 외교로 물꼬 튼 한미 관계, 과제는 남았다

우려 속에서 시작된 한미 정상회담은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출발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익을 최우선에 둔 이재명 대통령의 철저한 ‘구애 외교’가 긍정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물론 방위비 분담금, 주한미군 기지 부지 소유권 등 민감한 현안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드러난 ‘이재명 대통령의 변신’은 향후 현명한 대처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목할 이슈 중 하나는 알래스카 에너지 개발 협력과 이를 통한 미·한·일 공조 강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알래스카 협력은 단순한 자원 비즈니스로 볼 수 없다. 미국은 에너지와 조선업이라는 ‘실물 협력 카드’를 앞세워 한국과 일본을 동시에 파트너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동시에, LNG 운반선과 인프라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양국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더 중요한 의미는 지정학적 차원에서 드러난다. 미·한·일이 알래스카 에너지를 매개로 협력할 경우, 이는 중국의 에너지 수급 전략과 해양 진출을 견제하는 실질적 압박 카드가 된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는 데 있어 군사동맹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경제·에너지 협력이 새로운 전략 축으로 부상할 수 있으며, 알래스카 에너지가 그 핵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회담에서 한일 관계 문제를 직접 언급하며 중재자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로 인해 한일 관계 개선이 어려운 것 같다”며 “이는 한국에 큰 문제이고, 일본은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는 경제협력을 넘어 미·한·일 삼각 공조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깔린 발언으로 해석된다. 결국 이번 회담은 에너지와 조선업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안보 연대, 그리고 한일 관계 개선을 통한 지정학적 공조라는 두 가지 큰 함의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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