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대표 "AI 산업혁명 본질은 초지능의 산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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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우 2025.08.23 23:10 PDT
손재권 대표 "AI 산업혁명 본질은 초지능의 산업화"
(출처 : 더밀크, Genspark)

[손재권 대표 실리콘밸리 강연: AI 산업혁명과 새로운 실리콘밸리 지형도]
①AI 산업혁명... "초지능의 산업화" 시작됐다
②실리콘밸리, AI 슈퍼인텔리전스 영입 전쟁
③AI 경쟁, 지정학에서 기정학으로... "이젠 인프라 경쟁"

10년 내에 노벨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이 개발한 과학적 발견에 노벨상을 수여하는 일이 생길 것입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보더 미디어 더밀크의 손재권 대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서니베일 소재 드림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상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AI 산업혁명을 '초지능의 산업화'"라고 정의한 손 대표는 "5년 내 GPT는 인간 수준의 텍스트·코드 생성, 장편 영화·게임 제작, 고급 비서 역할, 과학적 발견 수행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언급한 '완만한 특이점'을 인용하면서 "AI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 여겨졌던 도구 사용, 사고, 학습, 창의력 일부가 처음으로 자율적으로 기계화되는 데 있다. 이는 생산성의 폭발적 확대와 지식노동 한계 극복, 부가가치 창출 구조의 전면적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권 대표는 이날 'AI 산업혁명과 새로운 실리콘밸리 지형도, 그리고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은 실리콘밸리 지역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의 모임인 ‘베이 지역 K 그룹’ 내 스터디 클럽(Study Club++)과 더밀크 주최로 열렸다. 온,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강연에는 실리콘밸리와 미국 전역, 그리고 한국 등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AI의 등장과 일자리의 미래'였다. 최근 빅테크기업들이 대거 몰려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대규모 감원과 AI 인재 경쟁 등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손재권 대표는 이런 현상에 대해 “AI 시대에는 더 이상 전통적인 ‘일자리(job)’라는 개념이 유효하지 않다”며 “일과 자리가 분리되고 있으며, 직무와 업(業)도 갈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직은 구체적인 직무를 의미하지만, 업은 인간의 사명,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목적”이라면서 업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AI가 가져올 노동 구조의 변화를 로봇을 빗댄 ‘크롬칼라(Chrome Collar)’라는 신조어로 정의했다. 그는 “블루칼라, 화이트칼라를 넘어 이제 크롬칼라 계급이 등장하고 있다”며 “AI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이자 독립적 개체로서 업무를 찾아다니는 새로운 노동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단순한 도구(tool)로 볼 것이 아니라 존재(entity)로 인식해야 한다”며 “인터넷이나 전기와 같은 기반 기술을 넘어 인간의 동료, 멘토, 심지어 선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런 이유로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양에서는 인간을 하나의 객체로 보지만, 동양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간이라 정의해왔다”며 “AI에 의존하는 삶이 늘어나면서 인간성, 창작물의 주체성,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다시 성찰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손재권 대표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은 다시 ‘도구를 쓰는 존재’로 돌아가야 한다. 도구를 다루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의력이 발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재권 더밀크 대표 (출처 : 더밀크)

①AI 산업혁명... "초지능의 산업화" 시작됐다 

이날 3부로 진행된 강연회에서 손재권 대표는 '초지능의 산업화'로 설명할 수 있는 'AI 산업혁명'에 대해 강조했다. 손 대표는 “AI는 기술 역사상 가장 빠르고 넓게 확산되는 혁신”이라며 “그 본질은 인간 고유 능력이라 여겨졌던 도구 사용, 사고, 학습, 창의력의 일부가 자율적 기계화 되는 최초의 산업혁명”이라고 규정했다.

손 대표에 따르면 AI 윤리학자인 닉 보스트롬이 제시한 ‘슈퍼 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 개념은 이미 산업계 담론으로 자리 잡았다. 오픈AI 창립자 샘 알트만과 일론 머스크 역시 이 개념에서 영향을 받아 회사를 설립했다.

실제 초지능의 산업화로 인해 모든 영역에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이는 인텔 창업자 앤디 그루브가 제시한 ‘전략적 변곡점(Strategic Inflection Point)’ 개념을 적용해 해석할 수 있다. 전략적 변곡점은 외부 환경이 급변하거나 기존 성공공식이 무력화돼 조직의 생존과 미래가 좌우되는 시점을 뜻한다.

손 대표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삼류기업은 좌절하고, 이류기업은 극복하며, 일류기업은 위기를 통해 발전한다”며 “과거 반도체 산업의 상징이던 인텔조차 지금은 국영화 논의가 오갈 정도로 몰락 위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변곡점의 시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는 AI의 빠른 발전속도에서 기인한다. 손 대표는 “AI 산업혁명의 파급력은 인터넷 혁명의 9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기존 인터넷 확산이 물리적 제약을 받았다면, AI는 디지털 환경에서 즉각적으로 복제·배포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AI는 인터넷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산업 전반에 스며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손재권 대표는 향후 ‘에이전트(Agent) 이코노미’의 부상을 강조했다. “2030년까지 개인마다 100여 개의 AI 에이전트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며 “이 에이전트들이 서로 연결돼 인간의 뇌 신경망처럼 작동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가 언급한 ‘오픈 에이전트 웹(Open Agent Web)’이 대표적이다. 인터넷 생태계가 AI 에이전트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의미다.

A 대표는 AI 하드웨어의 중요성도 지적했다. “AI 글래스와 같은 하드웨어는 오프라인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핵심 장치”라며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 AI 안경은 주요 활용 사례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로보택시를 운영하는 웨이모, 대규모 거리 데이터를 보유한 테슬라는 물리적 AI(Physical AI) 경쟁에서 앞서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그는 “AI 경쟁은 소프트웨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하드웨어·데이터를 결합한 총체적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변화 속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지각변동도 가시화되고 있다. 손 대표는 “AI 에이전트가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능을 대체하면서 SaaS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급락하고 있다”며 “업데이트 한 번에 기존 SaaS 모델이 무너지는 구조적 위기가 진행 중”이라고 분석했다.

실리콘밸리의 한인 엔지니어, 교민 들이 지난 8월 15일 서니베일 드림센터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손재권 대표의 강연을 경청하고 있다 (출처 : 더밀크)

②실리콘밸리, AI 슈퍼인텔리전스 영입 전쟁

그러면 AI 경쟁이 치열한 실리콘밸리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손재권 대표는 "현재 실리콘밸리는 다시 ‘창업자 모드(Founder Mode)’로 돌아왔다"고 규정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회사를 리셋하고, 초지능(AI Superintelligence)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최근 AI 슈퍼인텔리전스팀을 직접 출범시켰다. 그 배경에는 라마(LLaMA) 모델을 오픈소스로 공개한 전략적 선택이 있었다. 저커버그는 "SNS 플랫폼 위에 오픈소스 AI를 얹으면 글로벌 사용자 기반이 곧 메타 AI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여전히 AI경쟁에서는 뒤처진 모습이다. 이에 저커버그는 새로운 조직을 출범하고 AI 초지능 전쟁에 뛰어든 상태다. 결과적으로 메타 기존 조직은 ‘레거시’로 밀려났다.

구글 역시 챗GPT 등장 이후 창업 이후 최초로 ‘적신호(레드 플래그)’를 선포하고 회사를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처음으로 대규모 해고를 단행했고,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이 복귀해 ‘100일 작전’에 돌입했다. 그 결과 구글은 다시 핵심 기술 중심의 정체성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손 대표는 "스타트업처럼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파운더 모드’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빅테크 CEO들이 직접 리셋 버튼을 누르고 사업 방향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AI 인재 전쟁은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화됐다. 손재권 대표는 "초지능 설계나 컴퓨팅 파워 아키텍처를 설계할 수 있는 인재는 전 세계적으로 100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메타가 수백억 원대 보상으로 인재를 영입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비싼 투자가 아니라 하루 주가 변동으로 감당 가능한 가성비 높은 전략적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영입 대상인 'AI 슈퍼인텔리전트'는 누구일?

손 대표에 따르면 이들은 톱 대학 박사 출신으로 한때 외면받던 AI 연구를 꾸준히 이어온 인재들이다. 또 오픈AI와 구글에서 GPT와 제미나이 개발에 참여하며 집단 지식을 축적한 핵심 인력들로 구성됐다.

손재권 대표는 "초지능을 설계하고, 인간-AI 관계 재정의하며 새로운 인터페이스 창조 능력을 지닌 ‘슈퍼스타급’ 연구자 확보에 기업들이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들의 이동이 곧 실리콘밸리 AI 전쟁의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자신의 AI 스타트업 xAI 팀원들과 그록4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 xAI X 캡처, 더밀크 편집)

③AI 경쟁, 지정학에서 지정학으로... "이젠 인프라 경쟁"

AI 경쟁은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지정학의 최전선으로 확산되고 있다. 손재권 대표는 “지금은 지정학(geopolitics)에서 기정학(tech-politics)으로 전환되는 시기”라고 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중동 순방에서 사우디·UAE와 총 2,762조 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중국의 중동 영향력 확대와 위안화 결제 시도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동시에 중국 AI가 중동에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기술 봉쇄’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9,000억 달러(약 1200조 원) 규모의 ‘AI+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데이터센터·전력망·원자력 발전을 아우르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더불어 행정명령을 통해 ▲혁신 가속화 ▲AI 인프라 구축 ▲국제 협력 ▲표준화 추진을 국가 전략으로 못박았다.

중국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딥시크(DeepSeek) 등 중국 AI 기업들은 저렴하고 경량화된 모델을 내세워 ‘보편적 AI’를 주장한다. 서버·하드웨어까지 패키지로 공급하며 각국 정부와 손잡고 중국식 AI 표준 확산을 꾀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사례는 인프라 경쟁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가 만든 ‘그록(Grok) 4’가 벤치마크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멤피스에 세운 ‘콜로서스(Colossus)’ 데이터센터가 있다. 이곳에는 20만 개의 GPU가 가동 중이며, 조만간 100만 개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더욱이 이 거대 인프라는 불과 122일 만에 완공됐다.

손재권 대표는 “AI 전쟁의 본질은 결국 인프라 경쟁”이라며 “GPU, 전력, 데이터센터 등 컴퓨팅 자원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이 추구하는 것은 세계 최고 인재 흡수와 자본·인프라 집중 투자를 통한 슈퍼 인텔리전스의 독점적 우위”라며, “실리콘밸리 기술은 더 이상 산업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정치이자 외교, 안보이자 교육이며,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축”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7월 15일 펜실베이니아주 카네기멜론대에서 열린 에너지 및 혁신 서밋에서 미국의 주요 기술 및 에너지 대기업의 리더, 행정부 관리, 의원들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AI 혁신열차 올라탄 한국, 퍼스트 클래스에 선 실리콘밸리 한인들 기여해야"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한국도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네이버, LG 등 기업 출신 전문가들이 장관급에 속속 발탁되며, 특히 AI 분야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목표는 세계 3강 진입이다.

손재권 대표는 한국 정부의 AI 비전을 언급하며 “새 정부는 123개 국정과제 중 혁신경제의 핵심으로 AI를 제시했다”며 “기초과학기술, 산업 르네상스, 기후위기 대응, 금융혁신이라는 4대 축을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한국은 이제 AI 혁신열차에 올라탔다”고 비유하면서, “실리콘밸리 한인들은 AI 혁신의 ‘퍼스트 클래스’에 올라탔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즉, 미국과 한국을 동시에 이해하며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독특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4천만 대한민국 국민 중 다수는 여전히 AI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며 “AI가 소수만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양극화를 막고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소버린 AI(주권형 AI)’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AI 패권 경쟁을 핵무기에 비유했다. “핵은 위험하지만 반드시 보유해야 했던 것처럼, 슈퍼 인텔리전스 역시 위험하지만 확보하지 않으면 종속될 수 있다”며 “80년 후 우리의 자손이 미국과 중국에 종속되지 않도록 지금이 결정적 순간”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실리콘밸리 한인들이 앞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며 “베이 지역에서 더 나은 환경과 기회를 만들고, 한국과 미국 모두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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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재권 대표의 AI 산업혁명과 새로운 실리콘밸리 지형도, 그리고 한국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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