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FTX 인수 전격 철회... 암호화폐 시장 대붕괴

글로벌 1위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2위 거래소 FTX 인수를 철회했다. 전날 인수 합의 사실을 밝힌 지 하루 만에 공식적으로 철회 입장을 밝혔다. 

바이낸스는 9일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FTX 인수를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실사(due diligence) 결과 인수가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바이낸스 측은 “고객 자산을 잘못 처리했다(mishandled customer funds)는 뉴스, 미국 감독 당국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소식 등도 인수 철회 결정에 영향을 줬다”고 했다. 

바이낸스 설립자이자 CEO인 창펑 자오(CZ)는 전날 트위터를 통해 “사용자(users)를 보호하기 위해 두 거래소가 구속력이 없는 인수 의향서(non-binding LOI)에 서명했다”며 FTX 인수 사실을 밝힌바 있다.  

바이낸스는 또 “FTX 고객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게 가능할 줄 알았으나 바이낸스가 관리하고 도와줄 수 있는 규모를 넘어섰다”며 “업계 주요 기업이 무너질 때마다 일반 개인 투자자(retail consumers)들이 고통을 겪는다”고 했다. 

이어 “개인 투자자 자금(user funds)을 남용해 성공하는 이들이 자유 시장에 의해 제거될 것으로 믿는다”며 “관련 규제가 발전하고, 암호화폐 산업이 진화하면서 전체 생태계는 더 튼튼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FTX 계열사이자 투자회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제표가 공개되면서 촉발됐다. 

알라메다리서치가 FTX 자체 토큰인 FTT 등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유동성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이다.

실제 창펑 자오 바이낸스 CEO는 지난 6일 바이낸스가 보유하고 있던 FTT 코인(5억3000만달러 규모)을 매각하겠다고 밝히는 등 FTT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표면화했고, 그 영향으로 FTT 가격이 급락하면서 위기가 실체화됐다. 

이에 FTX 설립자겸 CEO인 샘 뱅크먼 프리드(Sam Bankman-Fried)가 바이낸스에 도움을 요청했고, 양측이 M&A에 전격 합의하면서 문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상황이 180도 바뀌었고, FTX는 파산 신청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리고 말았다. 

바이낸스의 인수 철회 발표 직후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유동성 우려가 번지며 비트코인 가격은 14%가량 급락, 1만6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더리움 등 다른 주요 암호화폐 가격도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