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 산업의 판을 흔든다... 5대 핵심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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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욱 2025.06.24 08:58 PDT
AI 로봇, 산업의 판을 흔든다... 5대 핵심 트렌드
STK2025에 등장한 유니트리 로봇. 참관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출처 : 엑스포럼)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 2025년 하반기 5가지 미래 신호
현장에서 동료처럼 협업할 수 있는 로봇으로 진화 중
AI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 설비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해 셧다운 35% 감소 사례도
AI 인프라의 엣지 이동 현상도 두드려져... 에이전틱 AI 부상도 눈에 띄어

연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2025를 시작으로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최대 모바일쇼 MWC2025, 그리고 콘텐트 혁신을 이야기한 SXSW와 엔비디아가 주최한 GTC까지 상반기에 연달아 이어진 혁신원정대가 목도한 변화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밀도가 높고, 예측불가능한 거대한 태풍이었다.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TK2025는 잠시 고요해진 태풍의 눈 안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줬다. 단순한 기술 시연이나 제품 발표가 아닌 산업적 변화의 엄청난 속도와 방향을 잠시나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AI는 실생활과 거리가 있는 먼미래 같은 존재였고, 로봇은 공장 바닥에 고정된 팔이나 창고에서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올해 STK2025는 그 장면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AI는 이제 로봇이라는 몸체를 얻어 물리적 세계로 내려왔고, 산업은 AI라는 새로운 ‘뇌’를 통해 자율적 진화를 시작했다. AI×로보틱스의 융합은 산업과 일상의 구조적 재설계를 예고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서 우리는 그 가능성을 직접 목격할 수 있었다.

AI×로보틱스 5대 트렌드를 깊이 분석해 본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산업 경쟁력의 본질을 다시 묻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이 다섯 개의 흐름을 어떻게 읽고 움직이느냐에 따라, 다음 10년이 결정될 것이다.

STK2025에 등장한 '마음AI' (출처 : 더밀크)

트렌드 1: 휴머노이드, 현실에 들어오다

그동안 휴머노이드 로봇은 테크 쇼의 대표적인 포토존 역할을 했다. 하지만 STK2025에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전시관에는 AI가 탑재된 인간형 로봇들이 실제 산업에 투입될 준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단순한 데모를 넘어, 실제 공장과 물류 현장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스스로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을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배경에는 AI의 급격한 진화가 있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멀티모달 인식기술이 접목되면서 이제는 사람의 언어로 명령을 이해하고 시각과 촉각 정보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게 됐다. 센서 퓨전과 강화학습을 통해 복합적이고 유연한 작업 수행 능력도 빠르게 발전 중이다.

STK2025에서는 국내 기업의 운송로봇이 전기차 배터리 제조 라인에서 원자재 이송을 작업자의 손짓과 음성 명령으로 자연스럽게 수행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이제 프로그래밍된 반복 작업에서 벗어나, 현장에서 동료처럼 협업할 수 있는 로봇으로 진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글로벌에서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피규어AI는 BMW 공장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해 인간 작업자와 나란히 스크류 조립·검사 작업을 수행하게 했고, 테슬라는 두 번째 버전의 옵티머스 휴머노이드를 통해 사무실과 공장 내에서 자율적으로 커피를 내리고, 상자를 들어올리는 시연을 진행했고, 생츄어리 AI의 피닉스(Phoenix)는 약국과 물류창고에서 100개 이상의 작업을 수행하며 상업적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의 혼다도 아시모 프로젝트 이후 한층 업그레이드된 인간형 로봇을 선보이며 인간과 자연스러운 사회적 상호작용을 실험 중이다.

한재권 교수의 분석처럼 우리가 이들과 경쟁하려면 단순한 하드웨어 기술이 아니라 산업현장에서 축적된 '실제 데이터를 학습시킨 인공지능'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휴머노이드가 단순히 걷는 존재에서 유의미한 산업 파트너로 진화하는 지금, 한국 역시 산업 기반 데이터의 확보와 고도화된 지능의 내재화가 절실하다는 의미이다.

핵심은 이들이 기존 산업의 공정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로봇이 상호보완적으로 작업을 나누는 구조로 재설계 중이라는 점이다. 정형화되지 않은 작업, 다양한 상황 인식과 적응, 자연어 기반 협업, 이것이 미래 산업 현장에서 휴머노이드가 수행할 핵심 역할이 될 것이다.

앞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은 특정 고부가가치 업무에 특화된 형태로 산업 현장에 점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산업 노동의 재구조화라는 훨씬 더 깊은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STK2025에 나온 브릴스(BRILS)의 로봇

트렌드 2: 제조업, AI와 함께 다시 태어난다

AI는 더 이상 디지털 산업만의 기술이 아니다. 이제 제조업의 뼈대까지 바꾸고 있다. 전통적으로 느리고 보수적인 영역으로 평가되던 조선, 철강, 반도체 같은 산업에서도 AI 기반의 프로세스 혁신이 본격화되고 있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비비티AI의 사례가 인상적이었다. 이 기업은 조선, 건설 현장용 AI 솔루션을 통해 용접 품질 예측, 구조물 내 균열 검출을 실시간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철강 분야는 AI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이 설비 고장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해 셧다운 건수를 35%나 감소시키고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흐름은 AI가 단순한 분석 도구를 넘어, 실시간으로 산업 공정을 최적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AI 기반 반도체 검사 시스템을 통해 나노 단위 결함까지 실시간으로 잡아내고, 기존 대비 20배 빠른 속도로 품질 관리를 수행하고 있다.

인도 기반의 ATI모터스가 선보인 '세프파 터그(Sherpa Tug)' 자율운반 로봇도 주목을 받았다. 엔비디아의 젯슨 오린(Jetson Orin) NX 칩을 탑재한 이 로봇은 현대제철과 포스코, 보쉬 공장에서 1톤이 넘는 무거운 자재를 자율적으로 운반하며, 공정 간 연결을 자동화한다. 한국 로봇기업 중 하나는 중소규모 기계부품 공장에 AI 기반 품질검사 솔루션을 도입, 불량률을 40% 이상 줄였다는 피드백을 공개했다.

과거 스마트팩토리는 데이터를 수집해 인간이 분석했지만, 이제는 AI가 실시간으로 학습하며 스스로 생산성과 품질을 개선하는 구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제조업은 AI와 결합하며 스스로 진화하는 산업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앞으로 제조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공정에 융합하느냐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제조인프라가 가지고 있는 오랜 시간의 노하우와 경쟁력을 AI가 학습하고 더 진화시킬 수 있게 만드는 일도 매우 중요해졌다.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AI전쟁에서 우리가 존재감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선 제조역량을 빠르게 AI와 접목하여 모두에게 윈윈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다음 10년을 위한 포석이 되어야 한다.

트렌드 3: AI 인프라, 엣지로 이동하다

AI 인프라의 이동도 주목해야 한다. AI로 인해 클라우드의 확장은 더 가속화되고 있지만 동시에 엣지와 온디바이스에서 AI가 실시간으로 판단하고 반응하는 시대가 열렸다.

현장에서 만난 물류용 자율주행 로봇은 온디바이스 AI 칩을 통해 실시간 경로 재설정이 가능했다. 덕분에 네트워크 오류나 지연이 발생해도 로봇은 독립적으로 창고 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의료용 AI 스캐너는 환자의 개인정보를 클라우드로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즉각 분석과 진단을 지원했다. 이러한 구조는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도 큰 진보다. 스마트 헬멧 시스템도 인상적이었다. 헬멧에 내장된 엣지 AI 프로세서가 작업자의 행동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위험 상황을 경고했다.

퀄컴은 CES 2025에서 발표한 AI PC 플랫폼에서 초저전력 AI 연산이 가능한 12코어 칩셋을 공개했으며 구글은 텐서 칩 기반의 AI 음성 비서를 온디바이스로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LG CNS가 스마트 팩토리 운영 시스템에 엣지(Edge) AI 모듈을 삽입, 클라우드 없이도 로컬 현장에서 불량 예측을 가능하게 하며 생산 지연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있다.

반도체, 카메라 부품 회사를 대상으로 하는 AI 엣지 비전 시스템도 주목받았다. 한 업체는 카메라 1대당 60프레임의 이미지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하여, 사람보다 빠르게 품질 기준을 분류해냈다. 클라우드 없이 현장에서 바로 실행되는 즉시성이 AI 전환의 물리적 경계를 허문다.

특히, 이 흐름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변화다. 엣지 AI의 확산은 AI가 산업의 모든 영역으로 퍼질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고비용, 고대역폭, 고성능의 클라우드에만 의존하지 않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빠르게 반응하는 효율적인 AI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엣지, 온디바이스 AI는 앞으로 AI가 산업의 표준 기능으로 내재화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며 산업의 AI전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가속화할 것이다.

STK2025에서 참관객들이 휴모노이드 로봇을 관심있게 보고 있다 (출처 : 엑스포럼)

트렌드 4: AI는 이제 누구의 도구도 될 수 있다

AI가 전문가의 전유물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일상 도구로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실감했다. AI 글래스 부스에서는 초등학생부터 70대 시니어까지 실시간 번역, 사진 검색, 음성 메모 기능을 직접 체험하고 감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AI의 벽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전시회 현장 여기저기에서 활용되고 있던 XL8 번역 솔루션은 이벤트 현장은 물론 OTT 콘텐츠 제작 현장에서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다. AI 번역과 인간 감수를 결합해 자막 제작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품질을 높이고 있었다. 또한 스타트업의 AI 이미지 변환 앱은 일반 사용자들이 AI의 창의적 가능성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장치로 큰 호응을 얻었다. 사진 한 장으로 애니메이션풍 영상을 생성하는 체험 부스에는 긴 대기열이 형성됐다.

할리데이(Halliday)의 AI 글래스는 미팅 중 실시간 요약 자막을 띄우고, 키워드 기반 검색 기능을 통해 대화 중 회의록 작성을 가능하게 했다. 메타의 레이밴(Ray-Ban) AI 안경은 페이스북 메신저와 연동 돼 음성으로 사진을 전송하고, 번역하거나, 음악을 검색할 수 있었다. 엔리얼(현 엑스리얼, XREAL)은 안경 형태의 디스플레이에 AI 기능을 내장해 넷플릭스 콘텐츠 추천부터 실시간 채팅 분석까지 수행한다.

점점 더 기능으로서의 AI에서 플랫폼으로서의 AI로 진화 중이다. 앞으로 모든 산업·제품·서비스가 AI를 내장한 형태로 재탄생할 것이다.

트렌드 5: 에이전틱 AI, 자율적으로 일하는 AI가 부상하다

가장 미래적인 흐름은 단연 에이전틱 AI의 부상이었다. AI가 단순 명령에 응답하는 단계를 넘어, 복합적 목표를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는 모습이 STK2025에서 다수 등장했다.

기업용 AI 업무 에이전트는 고객 응대부터 주문 처리, 재고 확인, 발주 요청까지 풀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있었다. AI 일정 관리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이메일·메신저를 분석해 회의 예약과 일정 조율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스마트 리테일 AI 에이전트는 재고 분석부터 자동 발주, 프로모션 추천까지 전방위 업무를 스스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 변화는 기업 경영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다. AI가 단순 보조에서 벗어나 능동적 에이전트로 조직 내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되면, 업무 프로세스 전반이 AI 중심으로 재설계될 수밖에 없다. 에이전틱 AI는 앞으로 조직 구조·업무 방식·인적 자원 관리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기업들은 이를 단순한 ‘도입’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적 설계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오픈AI는 최근 오퍼레이터와 에이전트 SDK를 통해 기업용 AI 업무 처리 구조를 공개하며, GPT 기반 AI가 스스로 업무 단계를 설계하고 복잡한 요청을 처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메타는 스케일AI 투자를 통해 초지능 개발을 공식화했고, 구글은 이메일 작성, 회의 요약, 콘텐츠 추천 등 사무 자동화를 고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세일즈 에이전트 AI'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AI는 고객 문의 대응부터 제품 추천, 주문서 발행, 재고 체크까지 5단계를 스스로 처리하며, 하루 50건 이상의 거래를 무인으로 성사시켰다. 이는 단순 자동화가 아닌, 업무의 재설계다.

명령을 기다리지 않는다.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절차를 실행하고, 결과를 요약해준다. 이것이 에이전틱 AI다.

기업용 AI 에이전트는 고객 응대, 재고 확인, 발주까지 자동으로 처리했고, 일정관리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대화 내용을 분석해 회의 일정을 자동 예약했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질문이다. 우리는 AI에게 어떤 권한을 넘길 것인가? 어디까지 판단하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다음 10년을 준비하는 기업의 과제다.

STK2025에서 인기를 모은 로봇개와 휴머노이드 로봇. (출처 : 엑스포럼)

AI×로보틱스, 새로운 산업 운영체계를 만들다

STK2025는 단순한 전시회가 아니었다. AI가 산업의 운영체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쓰는 변곡점을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AI는 로봇의 지능이 되어 물리적 세상에 적용되고, 로봇은 AI의 팔과 다리가 되어 새로운 인간-기계 협업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산업은 AI와 결합해 스스로 진화하는 유기적 시스템으로 재편되고 있다. 엣지·온디바이스 AI는 이러한 변화를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고, AI는 이제 누구나 활용하는 도구가 되어 산업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가장 미래적인 변화는 에이전틱 AI가 사람을 대신해 스스로 행동하는 단계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산업 운영과 조직 설계를 완전히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흐름이다.

STK2025는 분명한 메시지를 남겼다. AI×로보틱스의 융합은 산업과 사회의 판을 다시 쓰는 변화의 시작점이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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