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K푸드가 미국서 성공하는 비결을 알려준다
[인터뷰] 김소형 스탠포드 이노베이션 & 디자인 연구센터 (SCIDR) 센터장
디자인 씽킹 기반 미국 시장 공략 노하우
성공의 열쇠①: 강력한 현지화 브랜드
성공의 열쇠②: 실제 소비자로부터 얻는 인사이트
성공의 열쇠③: 결국 물류, 오프라인 시장을 잡아야
“한국 화장품의 품질, 기술력은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최근 NBC 선정 자외선 차단제(선크림) 평가에서도 한국 제품이 1위를 했죠.”
김소형 스탠포드 이노베이션 & 디자인 연구센터 (SCIDR) 센터장은 더밀크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한국 기업들이 우수한 제품을 바탕으로 K뷰티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센터장이 언급한 제품은 한국 브랜드 ‘라운드랩(Round Lab)’의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 지난 10일(현지시각) 미국 NBC가 발표한 ‘올해의 선크림’에서 110개 테스트 제품 중 1위를 차지했다. NBC 에디터들이 총 3800달러어치 제품을 직접 구매해 몇 주 동안 실제로 사용하고, 피부과 전문의들의 조언을 반영해 순위를 매긴 결과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한국 뷰티 및 푸드 제품이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K뷰티와 K푸드가 미국 시장에서 ‘메이저 브랜드’로 도약하는 건 다른 이야기다. 소셜미디어에서 바이럴 되거나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더라도 흐름을 이어가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
“식빵 절반에만 선크림을 발라 토스터에 구운 후 상태를 확인하는 자극적인 틱톡 영상이 바이럴 되거나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용한 화장품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되곤 했습니다.”
반짝 인기를 넘어 스테디셀러로서 안착하려면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게 김 센터장의 주장이다. 김 센터장은 K뷰티, K푸드의 미국 진출을 돕는 이 분야 최고 전문가 중 하나다. 그녀가 생각하는 ‘K뷰티·K푸드’가 미국 시장에서 성공 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 열쇠는 무엇일까?
성공 열쇠①: 강력한 현지화 브랜드를 구축하라
K뷰티, K푸드의 성공 요건으로 김 센터장이 첫 번째로 강조한 건 ‘강력한 현지화된 브랜드’다. 현재 많은 한국의 K뷰티 브랜드들이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한 채 ‘패스트 뷰티’라는 단기 소비 카테고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K푸드 역시 마찬가지다. 개별 브랜드가 주목받기보다는 ‘트레이더 조 김밥’, ‘코스트코 김치’ 등 리테일 브랜드의 영향력이 더 큰 실정이다.
김 센터장은 그 원인으로 '한국식' 방식을 미국에서도 고수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에 오면 미국인들이 좋아하고 생활하는 방식으로 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어느정도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 건너오려 하다보니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것.
미국 현지지화된 브랜드를 구축하지 못하면 확산되는데 한계가 있다. 김 센터장은 현지화 브랜드 구축 사례로 SCIDR의 ‘스탠퍼드 컨슈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Stanford Consumer Accelerator)’에 참여한 기업의 실제 사례를 언급했다. 저당 막걸리 브랜드 ‘뉴룩(newlook)’이 대표 사례다.
한국에서는 뉴룩의 발음이 ‘누룩’과 비슷해 ‘새로운 막걸리’라는 브랜드, 제품 이미지로 연결되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막걸리 누룩과 뉴룩이 연상되는 지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미국에선 전혀 다르다. 뉴룩은 막걸리와는 거리가 먼 아이웨어로 인식된다는 걸 확인했다.
뉴룩은 미국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 ‘SWRL’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정립했고, 제품 역시 미국인들이게 익숙한 ‘하드셀처’로 포지셔닝해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미국 소비자의 특성을 고려, 스파클링 형태의 홍삼 드링크를 출시한 ‘진사(Ginsa)’도 흥미로운 사례다. 진사는 현지 시장을 철저히 분석, 미국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발음과 이미지를 고려해 브랜드 이름을 결정했다. 현재 미국 서부 코스트코 입점에 성공, 빠른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김 센터장은 “미국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강력한 브랜드 구축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와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팬덤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지속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 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공의 열쇠②: 실제 사용하는 소비자로부터 솔루션을 찾아라
김 센터장이 두 번째로 강조한 요건은 ‘사용자 연구’다.
제품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 소비자들의 생각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 보다 치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K 브랜드들은 막연하게 '이럴 것이다'라는 감을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접근하려 한다. 그리고 소프트 랜딩을 위해 미국에 있는 한인 사회 중심으로 파고들려 한다. 미국에서도 어느 정도 먹힐 수 있지만 전체 미국 시장에 파고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은 인종별, 세대별, 지역별로 차이가 크다.
김 센터장이 예로 든 여드름 패치 브랜드 ‘스타페이스(Starface)’ 사례는 미국 Z세대의 행동 양식을 파고들어 성공한 사례다.
스타페이스는 여드름 보위 치료 및 보호를 위한 패치인데, 눈에 띄는 색상, 별 모양이 특징이다. 여드름을 부끄러운 것, 가려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 피부와 같은 색 패치를 선호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Z세대들은 이를 ‘자기 표현’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김 센터장은 “여드름 패치 기술 자체는 한국이 가장 잘하고, 주도해 왔는데 스타페이스는 한국 회사가 아닌 미국 회사”라며 “미국 문화와 소비자에 대해 깊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한국이 우수한 기술과 실제 팔리는 제품까지 가지고도 미국에서 통하지 못했고 결국 이를 눈여겨본 미국 회사가 큰 트렌드를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 전통의 음식을 바탕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깊게 연구해 결국 성공한 사례도 있다. 바로 '김'이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 김은 한국에서 잘 알려진 브랜드가 아니라 '김미(Gimme)'다.
김 센터장은 “김미는 미국인들이 김을 밥 반찬이 아니라 스낵이나 안주처럼 즐기길 원한다는 점을 파악해 다양한 맛과 디자인의 제품을 출시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제조 기술 자체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와 함께 SCIDR에서 연구 중인 정다향 박사는 “스탠퍼드 SCIDR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라는 학문적 기반과 역량을 갖추고 있어 사용자 이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스탠퍼드 컨슈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역시 이런 부분을 강조해 설계됐다”고 했다.
성공의 열쇠③: 유통망, 오프라인 시장을 잡아라
마지막 세 번째는 유통망, 오프라인 시장 공략이다.
한국은 쿠팡을 중심으로 전국적인 온라인 커머스 기반이 정착돼 있지만, 미국의 경우 여전히 핵심 유통이 오프라인 리테일에 집중돼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아직 많은 K뷰티, K푸드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 이 영역의 침투율이 미국 내 K-컨슈머 트렌드의 입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런 어려움 해결을 돕기 위해 오는 9월 스탠퍼드대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 ‘제3기 액셀러레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며 “미국에서 오프라인 유통까지 갈 수 있는 창업자, 미국에 건너와 주류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진 창업자를 찾고 있다”고 했다.
K뷰티 및 K푸드 스타트업의 오프라인 유통 채널 진출을 돕기 위해 미국의 ‘크레도 뷰티(Credo beauty)’ 같은 대형 채널과의 접점도 강화하고 있다. 정다향 박사는 “미국 유통 채널에서도 한국 뷰티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다”며 “크레도 뷰티의 마케팅 담당 VP와 밀접히 협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뷰티 강세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규모는 102억달러(약 14조원)로 전년 대비 20.6% 증가했다. 과거 최대 수출액을 기록한 2021년(92억달러)보다 10.9% 증가하며 최고 실적을 갈아 치웠다. 국가별 수출액은 중국이 25억달러로 가장 많았고, 미국이 19억달러로 2위였다.
[Stanford Consumer Accelerator 3기 모집 안내]
프로그램명: Branded to Transcend – Stanford Consumer Accelerator 3기
모집 기간: 7/18 (금) 자정 KST 마감
프로그램 기간: 9/18(목) - 9/26 (금) PST
장소: Stanford University 및 샌프란시스코 일대
신청방법: stanfordscidr.org 에서 구글폼 지원서 제출
문의사항: 정다향 연구원 helloscidr@stanford.edu에게 이메일 문의
세부 일정은 웹사이트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