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삶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 코리아니즘
[집중분석] 케이팝 데몬 헌터스 신드롬
케데헌은 코리아니즘의 결정판. 한국의 정서, 전통, 리액션, 감정의 결을 창작의 중심에 둬야.
이를 글로벌 대중문화(영어, 팝뮤직,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언어로 풀어내는 문화적 세계관
지난 30년간 서구 문화의 충실한 학습자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부상 의미
지난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KDH)''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애니메이션 속에 익숙한 서울의 풍경이 나오고 한국인들의 생활 양식과 음식이 그대로 나오는가 하면 익숙한 걸그룹 헌트릭스, 누가봐도 '저승사자' 컨셉의 갓을 쓰고 도포를 입은 남돌(사자보이스), 우리 전통 민화에서 모티프를 딴 호랑이와 까치, 임금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한강이 보이는 실내 풍경과 주요 장면으로 나온 동숭동 낙산공원 성곽길, 컵라면까지 한국 문화가 한가득 들어간 '선물세트' 였습니다.
현서(12), 윤아(7)에겐 다소 생소할 수 있었는데 제가 "한국인임이 자랑스럽지?"란 물음에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입니다.
모든 것이 '한국적'인 이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 만든 게 아닙니다. 미국 자본으로 미국에서 만든 미국 영화입니다. 스파이더맨을 만들며 특유의 미장센과 연출로 명작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반열에 오른 '소니 픽처스'에서 제작했고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넷플릭스를 타고 전 세계 안방과 스마트폰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을 간 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유명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메기 강 감독의 작품입니다.
케데헌은 공개 후 26개국에서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으며, 93개국에서 톱10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OST 앨범은 빌보드 200 차트 8위로 데뷔, 올해 발매 사운드트랙 중 최고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케데헌이 단순한 콘텐츠적인 성공을 넘어 글로벌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새로운 한국영화 : 코리아니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감독한 한국계 메기 강 감독은 이 영화를 '한국영화'라고 규정합니다. 100% 미국 자본에 영어로 만들어져 있고 자신도 캐나다인이지만 내용과 본질은 한국과 한국인에 기반한다는 것입니다.
메기 강 감독은 “이 영화는 영어로 만들어졌지만 문화적으로는 100% 한국 영화예요. 영어로 만들었기에 더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문화가 그만큼 확장됐다는 뜻이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메기 강 감독은 이를두고 '코리아니즘(Koreanism)' 이란 표현을 썼습니다.
코리아니즘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국적 문양'이란 의미로 패션 분야에서 쓰이고 유대인이 '시오니즘'이 있듯, 한국인의 '코리아니즘'은 한국인의 정체성과 특징을 말하기도 합니다.
메기 감독이 말하는 코리아니즘은 한국의 정서, 전통, 리액션, 감정의 결을 창작의 중심에 두고 이를 글로벌 대중문화(영어, 팝뮤직, 애니메이션, 드라마 등)의 언어로 풀어내는 문화적 세계관입니다. 그는 메기인터뷰에서 코리아니즘에 대해 "최대한 한국식으로(as Korean as possible)"이라 말했습니다. 모든 창작의 출발점과 감정선, 디테일까지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설계하고 세계 각국의 언어, 즉 그들의 언어로 구현하는 창작 전략이었습니다.
그는 "우리 캐릭터들이 영어를 하지만 그 입 모양이나 이런 거를 애니메이터들이 우리 캐릭터들이 한국말을 하는 것처럼 입 모양을 그렇게 냈어요"라고 제작 후기를 나눴습니다. 그래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기 때문입니다. 최대한 한국인이 사는 것, 먹는 것처럼, 입는 것처럼 해야 팔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캐릭터의 리액션을 모두 한국인들이 평소 하던 스타일대로 그렸고 케이팝과 무속신앙을 결합시켰습니다. 또 민화, 전통 음식, 캐릭터의 제스처 등 디테일한 문화 요소를 현대 팝 장르와 연결. 전통은 박제된 과거가 아니라 살아있는 서사적 자산으로 해석했습니다.
메기 강 감독에게 코리아니즘은 단순히 한국적 요소를 넣는 것이 아니라 ① 영어로 제작돼도 본질적으로 한국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 ② 모든 디테일에서 한국적 감성과 방식을 구현하는 것 ③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정확한 표현을 추구하는 것 ④ 글로벌 언어(영어)를 통해 한국 문화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지금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지하철과 버스를 타는 외국 관광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서 언어나 결제, 지도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게 어려운데 외국 관광객들은 '네이버 맵'을 다운받아보고 한국에서 구매한 교통카드 또는 다양한 경로로 확보한 선불카드 등으로 이제는 쉽게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최대한 그들이 넷플릭스나 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한국인처럼 생각하고 활동하려 노력합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에만 머물지 않고 플랫폼이 되려면, 결국 '산업'으로 이어져 일자리 창출 등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가장 한국적으로 만들되 형식은 글로벌하고 재해석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을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기 위해 국가적으로 지원해 왔는데 이제는 미국 애니메이션을 한국인의 내용으로 만들면, 그것도 한국 애니메이션인 것입니다.
[코리아니즘의 정의]
✅ 한국의 본질과 정체성 유지 (Essence Preservation)
1. 문화적 뿌리 보존: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미학적 특성을 훼손하지 않음
2. 정체성 견지: '한국적인 것'의 고유성을 포기하지 않음
3. 철학적 기반: 음양 조화, 공동체 정신, 정서적 연결 등 한국 문화의 근본 철학 보존
✅ 현지화 언어 변환 (Localized Language Translation)
1. 문화적 번역: 같은 내용을 현지인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는 '언어'로 재해석
2. 감성적 재포장: 현지 문화의 고급스러움이나 친숙함의 기준에 맞춘 표현 방식 채택
3. 맥락적 적응: 현지 사회의 문화적 맥락과 소비 행태에 맞는 형태로 재구성
✅ 창조적 융합 (Creative Synthesis)
1. 제3의 카테고리 창조: 기존 분류를 넘어선 새로운 문화 장르 탄생
2. 혁신적 재해석: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나드는 창의적 결합
3. 문화적 가교 역할: 서로 다른 문화권을 연결하는 교량 기능

K컬쳐 30년의 진화 : 모방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로
저는 지난 2012~2013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2020년 기생충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등 4관왕 석권(아카데미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 영화의 작품상), 같은 해 BTS의 '다이나마이트' 빌보드 Hot 100 1위 등극(비영어권 아티스트 최초), 2021년 오징어게임 열풍에 이은 2022년 에미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6개 부문 석권(에미상 역사상 최초로 비영어권 드라마가 주요 부문 수상), 같은 해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오영수) 수상 등을 미국에서 경험했습니다. 에미상 시상식 때는 LA 현장에 있었어요. 2024년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이어 2025년은 한국 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작품상, 연출상 등 6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적을 연출해 냅니다. 미국의 주요 시상식 중 한국인이 주요 상을 수상하지 못한 이벤트는 '그래미상' 하나 남았습니다. 미국의 시상식이지만 미국 외 국가 중에는 이런 성취를 한 국가는 오직 한국뿐입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이 '나의 소원'에서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는 우리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고 말씀하셨는데, 후손들이 점차 이뤄가고 있는 모습이 대견할 뿐입니다.
한국 문화는 이렇게 서구 문화의 모방자에서 글로벌 창조자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은 서구 문화의 충실한 학습자에서 글로벌 스탠드로 우뚝서게 된 기적과 같은 역사 입니다.
코리아니즘으로 본 K문화의 역사
✅ 서구 문화의 충실한 학습자 (1990년대-2000년대 초) : 한국 문화산업의 연습생기
1990년대 한국은 서구 문화(& 일본 문화)의 열렬한 학습자였습니다. 할리우드 영화를 보며 영화 제작법을 익히고, 팝송을 들으며 음악 트렌드를 따라잡으려 했습니다. 이 시기 한국 문화 콘텐츠의 키워드는 '벤치마킹'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모방은 아니었습니다. 서구 문화의 형식을 받아들이되 한국적 정서를 조금씩 가미하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이 뭐길래'가 대표적 사례다. 미국 홈드라마의 형식을 차용했지만 한국 가족의 정서와 유머를 담아 시대적 드라마로 평가받았다. 서구의 성공 모델을 분석하고 학습하면서 우리만의 색깔을 조금씩 입혀가는 과정"이라고 평가한다.
이 시기 한국 문화는 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거둡니다. 2000년 NHK에서 방영된 '겨울연가'가 일본 열도를 뒤흔들었습니다. 서구 로맨스 드라마의 문법을 한국적 정서로 재해석한 것이 일본 중년 여성들에 호응을 얻어 '욘사마' 배용준에게 열광하는 모습은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같은 시기 H.O.T., S.E.S 등 1세대 아이돌은 미국과 일본의 아이돌 시스템을 벤치마킹했지만 한국 특유의 칼군무와 팬덤 문화를 더해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냈습니다. 오늘날 K팝 신드롬의 원형이 됩니다.
✅ 한국적 정체성의 확립 (2000년대 중반-2010년대) : 한류의 탄생
2005년, 한국 문화 콘텐츠에 '한류(韓流)'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한국 문화 상품이 일본을 넘어 중국으로 넘어가며 대륙을 쉽쓸자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인식됐습니다. 한국 문화가 서구 문화의 수동적 수용자에서 창조자로 변하는 시기이빈다.
드라마 '대장금'이 전 세계 70여 개국에서 방영되며 'K-드라마'라는 장르를 확립했습니다. 조선시대 궁중 의학과 요리를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를 보여주며 차별화에 성공했죠.
이 시기 K-pop은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진화했습니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원더걸스로 이어지는 2세대 아이돌들은 기존 서구 팝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체계적인 연습생 시스템, 완벽한 안무와 비주얼, 강력한 팬덤 문화,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글로벌 소통 등 'K-pop 공식'이라 불리는 독자 모델을 완성시켰습니다.
2009년 원더걸스가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고 2011년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시기입니다. 한국 문화가 아시아라는 지역적 한계를 뛰어넘어 진정한 글로벌 콘텐츠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강남스타일'은 한국의 지역적 특색(강남)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습니다. 코리아니즘 전략의 원형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 넷플릭스를 타고 세계로 (2010년대 후반-현재)
BTS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하고, 2019년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수상하면서 한국 문화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습니다. 이제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되, 그 본질은 훼손하지 않는 창조적 융합이 핵심이었습니다.
BTS의 'IDOL' 뮤직비디오에는 한국 전통 탈춤과 현대 댄스가 자연스럽게 결합됐습니다. 영화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계층 갈등이라는 지극히 로컬한 소재를 보편적 인간 드라마로 승화시켰습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넷플릭스를 필두로한 글로벌 자본이 한국 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수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서구 시장에 맞춰 현지화에 매달렸다면 이제는 외국 자본이 한국적인 것을 원하기 시작했습니다.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 '킹덤', '지옥'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하며 한국적 스토리텔링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제 한국 문화가 현지화의 대상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의 원류가 되는 순간입니다. 넷플릭스 등 외국 자본이 한국 문화의 원형을 보존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습니다.
이 시기 K-pop과 K-드라마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꽃피기 시작했습니다.
K-뷰티는 10단계 스킨케어, 쿠션 파운데이션 등 한국만의 뷰티 문화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을 석권했다. 2023년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102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미국이 19억 달러로 2위 수출국이 됐습니다. K-푸드도 마찬가지입니다.
✅ 한국 문화, 글로벌 스탠다드로 도약 (현재-미래)
한국 문화는 4단계 진화의 초입에 서 있습니다. 한국적인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미국 자본과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내용은 철저히 한국적이다. 저승사자가 K-pop 아이돌이 되고, 굿이 콘서트가 되는 상상력은 오직 한국에서만 나올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현상은 '역방향 문화 전파'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한국이 서구 문화를 학습했다면 이제는 외국에서 한국 문화를 배우려 합니다. 한국 KBO 야구장에 외국인들이 즐기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어 학습자도 급증하고 있다. 듀오링고에 따르면 한국어는 2023년 전 세계에서 7번째로 많이 학습되는 언어입다. K-pop과 K-드라마를 통해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외국인들이 한국어를 직접 배우기 시작한 것입니다.
4단계의 핵심은 문화적 소프트파워가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단순한 소비를 넘어 투자와 인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준오헤어가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8천억 원 규모의 매각 협상을 벌이는 것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필리핀 최대 외식기업 졸리비가 한국의 '컴포즈 커피'와 '노랑통닭'을 연이어 인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한국 브랜드 자체가 '알짜배기'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코리아니즘(Koreanism)을 경영 전략으로 확장하면 "형식은 글로벌하되 혼은 한국적으로"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 체계적인 미국 시장 진출 방법론이 됩니다. 한국적 본질과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국 시장의 언어와 시스템에 맞게 재해석하여 독특한 경쟁우위를 창출하는 전략입니다. 이는 단순한 현지화를 넘어선 문화적 차별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 전략입니다.K푸드와 K뷰티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K푸드] 뉴욕 톱 스테이크 하우스, 꽃 COTE
뉴욕에서 최고 스테이크 하우스 중 하나인 한식당 '꽃 COTE'에서 CEO인 김시준(Simon Kim) 대표를 만났습니다.
그가 보는 K푸드 열풍의 이유와 함께 꽃의 성공 비결을 물었습니다. K푸드의 전망도 물었죠.
김시준 대표의 꽃 COTE은 뉴욕에서도 예약하기 가장 어려운 레스토랑으로 꼽힙니다. 한식 갈비를 미국식으로 재해석했습니다. 김시준 대표의 꽃도 '한국인의 생활양식을 글로벌의 언어로... 코리아니즘'의 대표 사례입니다.
그는 “대한민국 문화는 대단해요. 현지화를 잘하면 기회는 무궁무진합니다”라며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 사례로 '계란찜'을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계란찜을 ‘스팀드 에그(steamed egg)’ 대신 ‘세이보리 에그 수플레(savory egg soufflé)’로 재해석해 메뉴에 올렸습니다. 계란찜의 부풀어 오르는 것과 치즈 맛이 나는 식감이 마치 수플레 같아서 계란찜을 세이보리 수플레로 재정의한 것입니다.
김 대표는 "음식을 바꾸지 말고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바꿔야 해요. 그게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입니다"고 말했습니다. "무엇인가 고급스럽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한국 음식을 현지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 포장하되, 본질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성공의 열쇠다"고 말했습니다. 메기 강 대표가 케데헌을 성공시킨 비결과 일치합니다.
[K뷰티] 어떻게 현지화에 성공할 수 있었나?
하형석 대표의 미미박스는 올 여름 두번째 K뷰티 브랜드를 ‘울타’에 론칭할 예정입니다.
놀라운 사실은 울타에서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울타 임원진과 LA의 인플루언서들과 함께 오는 7월 열리는 블랙핑크 콘서트를 가자고 제안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울타 임원진은 “K뷰티 브랜드의 론칭을 K팝 공연과 함께 기념할 수 있어서 무척 기대된다”고 전했습니다. 울타 임원진은 본사가 있는 시카고에서 LA까지 자체 비용으로 비행기를 타고 방문할 예정입니다.
울타가 관리하는 브랜드 중에서도 작은 기업에 속하는 미미박스의 브랜드 론칭을 기념하기 위해 시카고에서 LA까지 날아와 K-뷰티와 K-팝을 동시에 경험하겠다는 것입니다. 10여년전만 해도 K뷰티는 미국 리테일러 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찬밥 신세였는데 이제는 테크 투자자들까지 뷰티에 몰려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만나는 투자자들 마다 '뷰티' 얘기를 하고 미국에서는 'AI' 얘기를 합니다. 하 대표는 이 두 현상을 보며 "미국에 AI가 있다면 한국에는 뷰티가 있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형석 미미박스 대표의 더밀크 기고입니다.
[K컨슈머] 어떻게 현지어로 바꿀 수 있을까?
코리아니즘은 창작(제작)의 기본은 '한국적'으로 그러나 형식은 '가장 글로벌하게'로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현지어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한국에서 나고 자라서 글로벌, 특히 미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거나 '교포'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습니다.
김소형 스탠퍼드대 이노베이션 & 디자인 연구센터 (SCIDR) 센터장이 지난 2년간 'K컨슈머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미국에서 수많은 스타트업을 지켜보고 육성해 왔는데 김 센터장이 첫 번째로 강조한 건 ‘강력한 현지화된 브랜드’ 입니다.
현재 많은 한국의 K뷰티 브랜드들이 높은 매출을 달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지 못한 채 ‘패스트 뷰티’라는 단기 소비 카테고리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합니다. K푸드 역시 개별 브랜드가 주목받기보다는 ‘트레이더 조 김밥’, ‘코스트코 김치’ 등 리테일 브랜드의 영향력이 더 큰 실정입니다.
김 센터장은 '한국식'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은 좋은데 형식도 '한국적'으로 하려는 회사가 굉장히 많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언어로 표현해야 하는데 한국에서 어느 정도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 건너오려 하다 보니 '습관'을 버리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래서 김 센터장은 스탠퍼드 내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만들어 벌써 3기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더밀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코리아니즘을 구현하고 싶은 K컨슈머 기업들은 한번 지원해보세요.
한국인의 혼과 삶이 세계적 콘텐츠가 되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단순한 한류 콘텐츠가 아닙니다. ‘한국적인 세계관이 중심이 되는 콘텐츠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사건입니다. 코리아니즘은 K팝, K드라마, K뷰티의 다음 단계이자, K-이야기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코리아니즘은 21세기 글로벌화 시대에 한국이 찾아낸 독특한 문화 확산 메커니즘입니다. '뿌리는 깊게, 가지는 넓게'라는 원칙 하에 한국 문화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지 문화와 조화롭게 융합하여 전혀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창조해 낼 것입니다.
또 한류 산업이 개별 스타 의존에서 IP 기반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한류 경제학의 구조적 진화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기존 한류가 '사람'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캐릭터'와 'IP'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의 문화 산업이 개별 스타의 '스타성'과 '변동성'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을 확보했음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K콘텐츠, K컨슈머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섬세한 이해가 필요할 것입니다. 또 단기적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