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심 EV·배터리 공급망 재편의 열쇠는 원자재" E-모빌리티 혁신 포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서 E-모빌리티 혁신 포럼
"중국 중심 원자재 공급망 당장 바꾸기 쉽지 않아"
"전고체 배터리, 현존 배터리 단점 보완할 솔루션"
EV, 배터리, 제조업 주제 한미 기술포럼 잇따라
원자재를 어떻게 조달하느냐에 전기차의 미래가 달려있습니다.최웅철 국민대 자동차융합대학 자동차공학과 교수
지난 12월 7일(미국 현지시간)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미동맹과 E-모빌리티 혁신' 포럼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최웅철 교수(국민대 자동차공학과)는 E 모빌리티의 미래에 대해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포럼에서 'EV 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최 교수는 '원자재'를 개발하는 일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한 대부분의 원자재가 중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조달된다"며 "이런 상황을 개선하지 않고는 미국 중심의 EV 산업 재편은 어렵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최 교수가 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전기의 힘으로 회전하면서 바퀴를 구동하는 구동모터(Traction Motor)를 사용하는데, 대부분의 전기차는 작고 강력한 IPMSM 방식을 이용한다. 그리고 이 모터는 주로 중국, 베트남, 브라질, 그리고 러시아 등에 매장량이 높고, 이들 지역에서 생산하는 희토류에 크게 의존한다.
또 배터리 원자재 중 가장 중요한 리튬은 호주, 니켈은 인도네시아, 그리고 코발트는 콩고 등에서 생산되는데, 대부분의 원료 공정과 셀 부품, 배터리 셀 등의 생산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특히 배터리 셀의 구성요소를 보면 음극재에 들어가는 리튬, 니켈, 코발트 비용이 51%를 차지하고, 양극재에 들어가는 흑연 비용이 12%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흑연 생산은 중국에서 이뤄진다. 최 교수는 "미국과 한국에서도 이런 원자재를 생산하기는 하지만 소량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대해 "법은 시간이 되면 작동할 것"이라며 "문제는 어떻게 미국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중국과 다른 원자재 조달국이 아닌 곳에서 해당 원자재를 들여올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자재를 조달하는 비용이 두 배, 세 배로 늘어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는 배터리 제작을 위한 원자재가 있는 광산이 있으나,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광산이 인디언 보호구역 등에 위치해 있는 데다, 환경문제 등 복잡한 사안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광물을 재활용하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으나 일반 채굴과 비교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비용 부담도 3~4배나 높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 기업이 합작 형태로 원자재 개발 사업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합작형태의 기업을 통해 미국 내 원자재 확보 시설에 투자하는 일이 효율적일 수 있다"며 덧붙였다.
다만 IRA에 대응하기 위한 합리적인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만약 미국이 정말 IRA를 통해 EV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이를 추진하고 있는 기업과 국가에 대응할 수 있는 유예기간이 주어져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승우 "전고체 배터리, 현존 배터리 기술 대체할 솔루션"
이승우 조지아텍 교수(기계공학)는 배터리 기술 진화를 주제로 강연했다. 이 교수는 배터리 전문가로 올해 초 카이스트대 김범준 교수 연구팀과 공동 연구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앞당길 수 있는 '엘라스토머 고분자 전해질'을 개발해 주목받은 바 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생산 규모는 계속 급성장할 전망이다. 이 교수가 지난해 맥킨지가 발표한 '2021년 배터리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배터리 생산규모는 2256기가와트시(GWh)가 될 전망이다. 2020년 현재 배터리 생산 규모는 631 GWh다. 약 4배 가까이 늘어나는 것이다.
국가별로는 중국의 생산 비율이 54%를 차지할 것으로 봤고, 유럽이 21%, 미국이 13%를 차지할 전망이다.
배터리 팩 가격은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kWh 당 배터리 팩 가격은 2019년 161달러에서 2020년 140달러, 그리고 지난해 132달러까지 낮아졌다. 2023년까지 배터리 팩 가격 목표는 100달러, 2030년 58달러다.
이승우 교수는 미래 배터리 산업을 좌우할 4가지 핵심 질문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우선 얼마나 저렴한 배터리를 만들고, 더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지, 안전한지, 그리고 지속 가능한 지 등이다.
그는 또 배터리 기술의 주요 핵심 요소에 대해 "에너지 밀도, 파워 밀도,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 여부, 안전성, 그리고 비용 효율과 리사이클과 같은 지속가능성이 구비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에너지 밀도가 향상된 고체-리튬 금속 배터리를 솔루션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배터리의 안정성을 높이려면 화재 위험성이 높은 유기 액체 전해질을 안정성이 높은 고체 전해질로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라며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흑연 음극에서 리튬 메탈 음극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이 두 기술을 도입한 것이 '전고체 리튬 메탈 배터리(Solid-State Lithium Metal Batteries)'"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퀀텀 스케이프, 솔리드 파워와 같은 전고체 배터리 스타트업 회사들을 거론하면서 "이들 기업들은 한국의 현대차나 삼성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대부분의 기업은 완성차 기업이나 배터리 제조사들과 기술협약을 맺거나 투자를 받는 방식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우 교수는 특히 한국 기업들의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노력에 주목했다. 이 교수는 "삼성SDI는 2년 전 놀라울만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선보였다"며 "올초 주요 배터리사 중에서는 최초로 전고체 배터리 시험라인 착공에 들어갔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샌디에이고 대학(UCSD)과 공동 연구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 수명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했고, (이승우 교수가 이끄는) 조지아텍 연구팀은 SK이노베이션과 함께 엘라스토머(고무)를 이용한 전고체 배터리 기술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 전고체 배터리는 당장 실현 가능할까. 이승우 교수는 "전고체 배터리는 현존하는 배터리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유망한 기술로 꼽혀왔다"면서도 "배터리 상용화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고, 리튬 메탈이 충방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열과 함께 폭발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안정성에 더해 대량생산기술을 통한 전고체 배터리의 가격 하락이 결국 전고체 배터리의 시장 진입을 결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V, 제조업 주제 한미 기술포럼 잇따라
최근 미국에서는 조지아주와 앨라배마주 등 남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등 생태계 구축을 위한 기술 포럼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날 포럼 역시 애틀랜타 총영사관이 주최하고, 한미동남부상공회의소(회장 김재천), 넬슨멀린스, 웰스파고 등 한국 기업과 미국 내 상의, 법무법인, 은행 등 유관 단체와 기업들이 주도해 열렸다.
또 앞서 지난 6일에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미국협력센터와 앨라배마 오번대와 공동으로 제조업 혁신기술 포럼을 개최하는 등 학계와 기관, 기업, 정부를 연계한 학술대회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 정부가 공급망 혼란에서 중국 중심의 패권을 되찾기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미국의 리쇼어링이 맞물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현대차그룹은 SK온과 40~50억달러를 투자해 조지아주 바토우 카운티에 합작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지난달 조지아주 엘라밸 지역에 현대차그룹의 첫 전기차 생산시설 기공식을 한데 이어, 공급망 안정을 위한 배터리 생산기반을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또 5일에는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 SK가 켄터키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앞서 3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테네시주에 2억7500만달러(약 3590억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는 등 배터리와 EV를 중심으로 한 미국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장은 7일 열린 포럼에서 "지난 2018년 이후 조지아주에서만 한국 기업들의 E 모빌리티 관련 투자는 100억달러 이상이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또 5일에는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 블루오벌SK가 켄터키 공장 기공식을 개최했다. 앞서 3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미국 테네시주에 2억7500만달러(약 359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하는 등 배터리와 EV를 중심으로 한 미국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팻 윌슨 조지아주 경제개발국장은 7일 열린 포럼에서 "지난 2018년 이후 조지아주에서만 한국 기업들의 E모빌리티 관련 투자는 100억달러 이상이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