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세상 만드는 기술, 그 현재와 미래
[뷰스레터플러스]
엔비디아는 왜 메타버스에 올인할까?
AI, 뮤직비디오까지 만든다
밥 아이거 “신기술은 적이 아니라 파트너”
안녕하세요, 뷰스레터 독자 여러분.
오늘은 최근 취재한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Nvidia)’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엔비디아는 2009년부터 매년 미국 산호세에서 자체 컨퍼런스 ‘GTC(GPU Technology Conference)’를 개최해 왔는데요, GTC는 컴퓨터 게임용 그래픽칩(GPU)은 물론 디자인, AI(인공지능), 데이터 센터, 자율주행차, 메타버스(가상 세계) 분야를 망라하는 글로벌 기술 컨퍼런스입니다.
엔비디아는 2020년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GTC를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 더밀크는 GTC 2022를 맞아 별도로 진행된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질의응답(Q&A) 세션에도 참여, 이번 행사를 깊이 있게 취재했습니다.
엔비디아는 왜 메타버스에 올인할까?
메타버스(Metaverse, 가상 세계)라는 말이 글로벌 키워드로 떠오른 건 2021년부터였습니다. 구글 트렌드 데이터를 보면 검색량이 급증한 시점이 포착되는데, 바로 2021년 10월입니다.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Meta)’로 바꾸면서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한 시점이죠.
흥미로운 건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이보다 1년 앞선 2020년 10월 GTC에서 메타버스를 화두로 꺼냈다는 점입니다. 그는 “미래 20년은 공상과학영화(SF)에서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라며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the Metaverse is coming)”고 단언했습니다. 기술업계에서는 사실상 엔비디아가 가장 앞서 ‘메타버스 시대’를 선포했고, 1년 뒤 일반 대중에까지 이 용어가 널리 알려진 것이죠.
이번 GTC 2022에서도 메타버스에 집중하는 엔비디아의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전 세계 100개국에 ‘옴니버스 클라우드(Omniverse Cloud Services)’를 선보이며 의미 있는는 서비스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옴니버스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물리법칙이 적용된’ 3D 협업 소프트웨어인데, 이를 서비스형 인프라(IaaS, Infrastructure-as-a-Service)로 발전시켰습니다.
‘메타버스 인프라’인 옴니버스를 이용하면 현실 같은 메타버스를 구축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엔비디아의 핵심 메시지입니다.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가 메타버스를 ‘미래의 인터넷’이라고 부르며 강조하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AI, 뮤직비디오까지 만든다
엔비디아를 지금의 엔비디아로 만들어 준 건 AI 산업이었습니다. GPU가 대용량 데이터 처리, 머신러닝과 딥러닝에 활용되기 시작하면서 매출과 회사의 주가가 함께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병렬 연산에 강점을 지닌 GPU는 AI라는 새로운 활용처가 생겼고, 병렬 처리 프로그래밍 솔루션인 ‘쿠다(CUDA)’까지 개발되며 이른바 ‘엔비디아 전성시대’가 열렸습니다.
엔비디아는 AI 산업의 헤게모니를 잃지 않기 위해 관련 기술을 계속 개발하고 있는데, 지난해 말 공개한 AI 아트 프로젝트 ‘고갱2(GauGAN2)’도 한 가지 사례입니다. 고갱은 후기 인상주의 화가 ‘폴 고갱’에서 이름을 따온 AI 프로젝트로 문자(Text)를 넣으면 자동으로 그림을 그려주는 ‘AI 그림 그리기 도구’입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 ‘고갱’ 같은 텍스트투이미지(Text To Image) AI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이 다수 등장해 경쟁하고 있는데, ‘미드저니(Midjourney)’도 그중 하나입니다. AI 기술을 활용해 누구나 예술가처럼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온 셈입니다. AI는 가상의 아바타를 만들어 메타버스 공간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자율주행차를 가상으로 훈련할 수 있게 해주는 메타버스 시대의 핵심 기술이 되고 있습니다.
전설의 지혜 “신기술은 적이 아니라 파트너”
반도체, AI 기술이 불러온 ‘메타버스 세상’을 맞아 기업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할까요? 디즈니 CEO를 지내며 픽사, 루카스필름, 마블, 폭스 스튜디오 M&A를 진두지휘한 ‘전설’ 밥 아이거 전 디즈니 CEO의 지혜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아이거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열린 ‘코드2022(Code 2022)’ 컨퍼런스에서 지난 50년간 미디어 업계에서 일하면서 성공적으로 기업을 경영해 온 비결을 밝혔는데요. 그는 스티브 잡스 애플 CEO를 만나 협업한 경험을 언급하며 “DVD와 TV 프로그램만 있던 시기 매우 혁신적인 배포 채널(아이팟)을 뚫었다. 당시 업계에서 우리는 이단아 같았을 거라 생각한다”고 회고했습니다.
디지털화, 새로운 플랫폼 등장과 같은 파괴적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기술을 파트너로 생각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은퇴 후 다양한 기술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기도 합니다. 메타버스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먼 이야기이지만, 매우 기대된다”고 밝혔습니다.
GTC를 오래 취재해 왔지만, 이번 GTC가 특히 놀랍게 느껴졌던 건 엔비디아가 전하는 메시지가 매우 정교하고 설득력 있게 들린다는 점이었습니다.
젠슨 황 CEO가 진심으로 ‘현실 같은 메타버스가 인터넷의 미래’라는 확신을 가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기조연설 이후 기자단 대상으로 별도로 진행한 큐앤에이 세션에서도 “메타버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미래다. ‘다음 세대의 인터넷(Next generation of internet)’이란 디지털과 현실(physical) 세계를 연결하는 것이다”라고 계속 강조하더군요.
게임용 칩 정도로 취급되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AI 산업의 쌀’로 바꿀 수 있었던 건 바로 엔비디아 내부에 존재하는 이런 확신 때문 아니었을까요. 자신조차 믿지 못하는 미래는 절대로 타인에게 팔 수 없을 테니까요.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어딘가에서는 어렴풋한 미래의 방향을 그려보기 위해 비저너리, 엔지니어들이 땀 흘리고 있을 것입니다. 저희 더밀크는 계속해서 기술과 산업, 미래 트렌드의 최전선에서 가치 있는 인사이트를 찾아 독자분들께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뉴욕에서 박원익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