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어떻게 2년 만에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나
[구글 I/O 2025] 순다 피차이가 밝힌 인사이드 구글 3대 전략
전략①: 연구에서 현실로… 상용화 본격화
전략②: 위기를 기회로… AI 모드로 진화한 검색·쇼핑
전략③: 지속적인 생태계 확장… 모든 기술·플랫폼 갖춰
“3년 전 웨이모(Waymo)를 떠올려 보면 당시 다른 사람들은 비관적이었지만, 구글은 그 시점에 투자를 늘렸습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2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본사에서 진행된 기자 간담회에서 “구글은 항상 기초적인 연구와 과학·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었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에게 그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구글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5’ 기간 열린 간담회에서 오랜 기간 전략적으로 지속된 연구 및 기술 투자가 결실을 보기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웨이모는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 기업이다. 피차이 CEO는 알파벳 CEO도 겸임하고 있다.
실제로 웨이모는 최근 로보택시 서비스를 확장하며 최근 빠르게 성장 중이다. 완전 무인 자율주행차량 기반으로 운영되는 로보택시 운행 건수가 5개월 만에 두 배로 증가, 1000만 회를 돌파했다. 유료 서비스이며 현재는 샌프란시스코, 오스틴, 로스앤젤레스, 피닉스 지역에서만 이용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2009년 구글 내부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로 시작된 웨이모는 약 10년여 만인 2018년 말 상업 자율주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운전석에 안전요원이 탑승하지 않은 완전 자율주행 기반 로보택시 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시작한 건 2020년 말부터였다. 문자 그대로 ‘연구실 프로젝트’가 오랜 기간 투자 끝에 상용화된 사례다. 현재 미국에서 상업용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은 웨이모가 유일하며 마운틴뷰 등으로 서비스 제공 지역을 계속 확장 중이다.
전략①: 연구에서 현실로… 상용화 본격화
흥미로운 건 구글이 이번 I/O 2025에서 웨이모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상용화 사례를 전면에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상용화된 제품 및 서비스의 사용자 반응, 내부 지표, 향후 성장 전망 등이 양호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피차이 CEO는 “많은 프로젝트가 ‘연구’에서 ‘현실’로 이뤄지고 있다”며 “구글은 장기적인 리더십을 강조한다.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으로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년 전에 TPU(텐서처리장치)에 대한 투자를 시작하고, 또 10년간 양자 컴퓨팅에 투자해 온 이유”라며 “AI 분야에서도 구글과 구글 딥마인드가 진행 중인 연구의 깊이와 폭을 보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글은 이번 I/O에서 다수의 AI 프로젝트를 제품으로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프로젝트 스타라인(Project Starline)’으로 불렸던 AI 기반 3D 비디오 기술을 ‘구글 빔(Google Beam)’으로 출시한다고 밝힌 게 대표적이다. 구글 빔은 최첨단 비디오 모델을 사용해 2D 비디오 스트림을 사실적인 3D 경험으로 변환, 상대방이 바로 앞에 앉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화상 회의 플랫폼 ‘구글 미트(Google Meet)’에는 AI 기반 음성 번역 기능을 도입, 실시간으로 서로 다른 언어 사용자 간의 대화가 가능해졌다. 구글 AI 프로, 구글 AI 울트라 사용자에게 먼저 공개한 후 올해 기업용 구글 워크스페이스(Workspace, 구글 드라이브 등 업무용 도구 구독 서비스) 고객에게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I/O 2024에서 처음 선보였던 범용 AI 어시스턴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도 마찬가지다.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고, 음성 기반으로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제미나이 라이브’ 서비스에 통합해 제공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아스트라가 통합되며 음성만으로 스마트폰에서 유튜브 앱을 구동시키는 등 에이전트(agent, 대리인) 기능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피차이 CEO는 “제품 출시에 따라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며 “제미나이에 적용된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실제로 어떻게 사용하는지 확인하고,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좋은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 결과를 통한 지속적 개선)’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전략②: 위기를 기회로… AI 모드로 진화한 검색·쇼핑
두 번째 두드러진 움직임은 검색 부문에서의 적극적인 AI 기능 도입이었다. 구글은 이번 I/O 2025에서 AI 기반의 새로운 검색 방식인 ‘AI 모드(AI Mode)’를 미국 내 모든 사용자에게 제공한다고 밝혔다.
올해 초부터 구글 랩스(Labs)에서 테스트용으로만 제공하던 서비스를 전면 개방한 것이다. AI 모드로 검색하면 고도화된 추론 및 멀티모달(multimodal, 다중 모드) 성능을 활용할 수 있다.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perplexity)처럼 후속 질문을 자동으로 추천해 주며 유용한 관련 웹 링크도 제공한다.
문제는 이렇게 AI 챗봇과 대화를 나누는 방식의 새로운 검색 경험이 구글의 가장 큰 비즈니스 부문인 검색 광고에 악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우려였다. 사용자의 검색 키워드에 따라 검색 결과 상단에 광고 링크를 제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피차이 CEO는 “구글 검색이 제공하는 가치는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찾고 있는 것을 연결해주는 것”이라며 “이것이 핵심 경험이며 AI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했다. AI 모드 역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연결해준다’는 본질 가치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에 구글이 가장 잘하는 것이며 그에 따른 비즈니스 모델 역시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구글은 이번 I/O에서 AI 모드를 공개하며 AI 모드에 추가된 에이전트 기능을 강조했다. 단순히 AI와 채팅으로 텍스트 답변을 얻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마리너(Project Mariner)’ 에이전트 기능이 통합돼 티켓 구매 등 다양한 작업을 요청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새로운 기능은 새로운 쇼핑 경험으로 이어진다. 특정 의상이 나에게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싶다면 자신의 사진을 AI 모드에 업로드하고 AI에 요청하면 된다. 해당 이미지가 구글이 웹 검색으로 찾은 의류 상품에 통합, ‘가상 피팅(fitting, 입어보기)’이 가능한 것이다. 편리한 에이전트 및 AI 쇼핑 경험을 앞세워 검색 부문의 위기를 오히려 새로운 기회로 바꾸려는 시도다.
③스마트 안경 생태계 확장… 모든 기술·플랫폼 갖춰
마지막 세 번째 전략은 강력한 ‘구글 생태계’의 확장이다. 구글 생태계 내 기술 스택 및 인프라를 더 확장하고, 서로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략이 더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모든 영역에 적용 가능한 공통 분모로서 AI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검색 뿐 아니라 AI 모델 및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인프라, 운영 시스템(OS) 및 컨테츠 플랫폼, 칩 제조에 이르기까지 AI와 관련된 거의 모든 기술 및 플랫폼을 갖춘 회사다. 특히 이번 I/O 2025에서는 이를 ‘스마트 안경(Smart Glasses)’ 부문으로 더 공격적으로 확장한다고 발표했다.
피차이 CEO는 “구글은 단순한 광고 회사가 아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우리는 세 번째로 큰 기업용 소프트웨어 회사”라며 “안드로이드 OS와 구글 플레이(앱 마켓) 플랫폼이 있고, 유튜브는 광고 외 구독 서비스도 제공한다. AI 구독 서비스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반독점 문제 이슈를 제기하는 분들이 있는데, 구글은 수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며 혁신 촉진을 위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오픈AI GPT 등 주요 언어 모델 설계에 활용) 등을 오픈 소스로 공개했다”며 “외부 개발자들도 구글이 내부에서 사용하는 동일한 AI 모델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드로이드 에코시스템 사장인 사미르 사마트(Sameer Samat)는 “우리는 스마트 안경 기술이 소비자들이 새로운 사용 사례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팅 플랫폼이라고 믿는다”며 “SF 영화 아이언맨에서 헬멧을 착용하고 AI 비서 자비스와 함께 작업하는 장면이 떠오르는데, 이는 구글이 오랫동안 추구해 온 비전이었다. AI의 발전으로 이 비전이 현실이 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