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AI 혁명의 주주가 되지 못하는가?
올해 AI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건의 거대 투자가 연이어 발표됐다. 지난 8월, 오픈AI가 83억 달러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3,000억 달러(약 417조원)로 평가받았고, 이어 앤트로픽이 130억 달러(약 18조원) 규모의 시리즈 F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기업가치는 1380억달러(약 254조원)에 달했다. 두 투자 모두 당초 계획보다 빨리, 그리고 더 큰 규모로 성사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창업 10년된 오픈AI의 기업가치는 삼성전자(약 400조원)를 넘었으며 앤트로픽은 스페이스X, 오픈AI, 바이트댄스(틱톡)에 이어 글로벌 비상장기업 가치 4위에 올랐다.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시장경제 역사상 '전례없는 성장'을 증명, 기업가치 폭등을 정당화했다. 오픈AI는 연환산 매출(런레이트)이 130억 달러(18조 1233억원)에 달하고 챗GPT 주간 활성 사용자가 7억 명을 넘어서는 등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입증했다. 앤트로픽도 연 환산매출이 지난 1월 10억달러였는데 8월엔 5배인 50억달러(6조9490억원)을 돌파하며 폭발적 성장세를 증명했다.양사 모두 '톱 티어' 투자자들이 뒤질세라 참여했다. 오픈AI에는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에서 무려 28억달러를 투입하며 주도했고 블랙스톤, TPG 등 거대 사모투자회사들과 A16Z, 세콰이어, 피델리티 등의 전통 VC도 참여했다.특히 앤트로픽의 이번 시리즈F 투자 라운드에 주목받는 사실이 있다. '한 라운드에 등장한 가장 다양한 글로벌 자금 라인업'이라는 평가가 그것이다. 다양한 글로벌 자본이 총집결했다.미국에서는 아이코닉 캐피털, 라이트스피드,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실리콘밸리와 월가를 대표하는 벤처캐피털과 자산운용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캐나다에서는 연기금(온타리오 교사 연금)이, 싱가포르에서는 국부펀드 GIC가, 카타르도 국부펀드(Qatar Investment Authority), 영국에서는 '테슬라'를 발굴한 것으로 유명한 장기 성장투자 전문 투자사 '베일리 기포드(Baillie Gifford)'가 참여했다.여기서 주목할 점은 중동의 카타르, 아시아의 싱가포르, 유럽의 영국 등에서 국부펀드나 연기금 같은 국가 차원의 전략 자본이 참여했다는 사실이다. 오픈AI도 사우디 국부펀드,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전략적 투자한 바 있다.이들이 '투자' 한 것은 '유망 기업'이 아니다. 이들에 대한 투자는 국가 전략자산 투자 및 안보 문제 해결의 성격을 띠며 단기 수익보다는 초장기 기술 패권 확보의 흐름으로 해석된다. 미국 중심의 AI 인프라 생태계가 전 세계 전략 자본을 끌어들이는 구심점이 되었음을 상징한다.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의 화려한 투자자 명단에서 한 가지 공통적으로 아쉬운 점이 눈에 띈다. 바로 규모에 있어 글로벌 수준으로 진입한 한국 자본의 부재다. 한국 자본은 찾아볼 수 없다. 현재 AI 혁명을 이끄는 기업에 한국 자본이 의미있게 투자했다는 소식은 눈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 이것은 투자 기회를 놓친 문제가 아니라 ‘산업혁명’을 이끄는 AI 시대에 한국은 핵심 이해관계자가 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 국민들은 자본의 취약함과 유약함으로 인해 글로벌 AI 혁명의 주주가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왜 한국 자본은 이런 역사적 기회들에서 계속 빠져있을까? 왜 한국 국민들은 글로벌 AI 혁신을 이끄는 기업에 '주권(주주의 권리)'을 행사를 기회를 놓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