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AI 시대를 관통하는 질문…시장 메커니즘은 왜 이기는가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단속 강화를 명분으로 전문직 취업비자(H-1B) 수수료를 10배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기존 1만달러 수준이던 수수료를 10만달러(약 1억5000만원)로 올린 것입니다. 미국 유학생 대졸자 상당수가 이 비자를 통해 취업 후 영주권으로 이어지는 경로를 밟아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외국인 전문 인력 유입을 억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됐습니다.정책의 논리는 단순했습니다.“비싸게 만들면 외국인을 덜 뽑을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은 OPT(졸업 후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기존 비자 보유자를 채용하는 방식으로 대응에 나섰습니다. 핵심은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되는 인력 카테고리’ 였습니다. 기존 H-1B 보유자 재고용, 학생비자 전환, 기타 비이민 취업비자 활용이 대표적입니다. 특히 미국 대학 졸업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 제도는 중요한 완충장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STEM 전공자는 최장 3년간 근무가 가능해,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10만달러를 부담하지 않고도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이후 H-1B로 전환하더라도 면제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봉 전략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최근 추첨 방식에서 ‘고임금 우선’ 구조를 강화하면서, 평균 연봉이 높은 대기업이 당첨 확률에서 유리해졌는데요. 해외 법인을 활용해 인력을 일시적으로 본국이나 제3국으로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오피스가 없는 스타트업에는 사실상 불가능한 선택지입니다. 비용이 상승했다고 해서 채용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재설계하고 있는 것입니다.트럼프 행정부가 간과한 지점은 바로 이 대목입니다. 연방정부 구조조정 과정에서 ‘효율성’을 강조했듯이, 기업 역시 동일한 원칙에 따라 움직입니다. 비용이 올라가면 활동을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낮은 비용 구조를 찾습니다. 그 결과 정책이 의도했던 억제 효과는 제한적인 반면, 인재의 대기업 집중과 글로벌 분산 배치는 오히려 가속화되는 양상입니다.이번 사례는 하나의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줍니다.규제는 항상 존재하지만, 자본은 언제나 효율을 향해 이동한다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