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구글), 메타 등 미국의 기술 대기업(빅테크)들이 원자력 발전소에서 직접 전력을 구매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생성 AI발 전력 수요 급증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인데요.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미 전역의 전력 공급원을 찾아다니고 있는 결과입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가장 주목한 대상은 바로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빅테크 기업들이 원자력 발전소의 약 3분의 1을 소유한 기업들과 전력 공급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아마존의 행보에 주목했습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미국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 소유주인 '컨스텔레이션 에너지(CEG)'와 동부 해안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직접 전력을 공급받기 위한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지난 3월 AWS는 펜실베이니아에 위치한 원자력 발전으로 구동되는 데이터 센터를 6억 5000만 달러에 구매한 바 있습니다. 이 데이터 센터는 최대 960 메가와트의 전력을 공급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수십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입니다.👉 무탄소 전력, 원자력 에너지 주목... 10년간 에너지 수요 연평균 2.4% 증가 예상 주목할만한 점은 기업들의 전력 구매 방식에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은 발전소로부터 직접 전력을 공급 이른바 BTM(Behind The Meter) 방식의 거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 방식은 전력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가 에너지를 직접 생성하거나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그간 대부분의 발전소는 전기를 전력망을 통해 판매하는 FTM(Front of The Meter) 방식을 활용해 왔습니다. BTM 방식은 새로운 전력망 인프라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빅테크 기업이 데이터 센터 구축에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전기 요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송배전 비용을 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라고 WSJ은 전했습니다. 미국의 발전 회사인 비스트라(Vistra)는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BTM 방식의 거래 문의가 급증했다"라고 밝혔는데요. 짐 부르케 비스트라 CEO는 "BTM 방식으로 공급 계약을 맺으려는 대부분의 고객들은 '가능하다면 많은 전력을 제공해 달라'라고 요청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빅테크 기업의 핵심 에너지 공급원은 원자력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지난 20년간 과잉 공급에 따른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풍력, 태양광, 천연가스와의 경쟁에서도 뒤처졌는데요. 생성AI 열풍이 원자력 발전을 다시 주목하게 만든 기폭제였습니다. 무탄소 전원인 원자력 에너지를 공급해 데이터센터를 구동하면서도 기후변화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기술 기업들의 관심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이를 반영합니다. WSJ에 따르면 비스트라의 주가는 올해 두 배 이상 상승했습니다. 또 미국 내 14개 원자력 발전소를 소유하고 있으며, 국가 원자력 전력의 5분의 1 이상을 생산하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Constellation Energy, CEG)의 주가는 올해 70% 이상 급등했습니다.조셉 도밍게즈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CEO는 "펜실베이니아에서 일리노이까지의 넓은 지역을 포함해 여전히 전력 과잉 공급 지역이 많다"라고 말했는데요. "데이터센터에 공급할 전력에 여유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습니다. 또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데이터 센터와의 계약을 통해 재허가 비용을 충당하고, 발전소의 수명을 20년 더 연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 출력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추가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미국의 전력 수요 전망은 어땠을까요. 2010년 이후 에너지 효율성 때문에 전력 수요는 비교적 평탄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생성 AI 열풍으로 인한 데이터센터 수요가 늘고 반도체 육성법,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 등으로 인해 제조산업 르네상스를 맞이했습니다. 여기에 난방 수요나 전동화 역시 전력 수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맥킨지, BCG, S&P 글로벌 등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데이터 센터와 관련한 전력 수요가 연평균 13%에서 15%로 증가할 전망입니다. 데이터센터가 집중된 버지니아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PJM 인터커넥션'은 향후 10년 동안 총 전력 수요가 연평균 2.4%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는 1년 전 예측인 1.4% 증가에서 1.0% 포인트 상향된 수치입니다. 현재까지 데이터 센터가 얼마나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할지는 아직 알 수 없는데요. '전력 연구소(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작년에 소비된 전력의 약 4%가 데이터 센터에 의한 것이었다면 오는 2030년까지 4.6%에서 9% 사이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원자력 발전에 의한 전력이 빅테크 기업에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등에 원자력 에너지를 전용하면 다른 고객들의 전기요금이 인상되고 기업들에게 우선 공급되는 '양극화' 현상을 촉발할 것이란 지적이빈다. 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크다고 지적합니다. 펜실베이니아주의 소비자 운동가 패트릭 시세로는 "빅테크 등 대형 에너지 소비자들이 우선권을 갖게 되면 전기 요금과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