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재권 대표 "AI 산업혁명 본질은 초지능의 산업화"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보더 미디어 더밀크의 손재권 대표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서니베일 소재 드림센터에서 열린 강연에서 인공지능(AI)의 발전상에 대해 이렇게 전망했다. "AI 산업혁명을 '초지능의 산업화'"라고 정의한 손 대표는 "5년 내 GPT는 인간 수준의 텍스트·코드 생성, 장편 영화·게임 제작, 고급 비서 역할, 과학적 발견 수행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샘 알트먼 오픈AI CEO가 언급한 '완만한 특이점'을 인용하면서 "AI 산업혁명의 본질은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 여겨졌던 도구 사용, 사고, 학습, 창의력 일부가 처음으로 자율적으로 기계화되는 데 있다. 이는 생산성의 폭발적 확대와 지식노동 한계 극복, 부가가치 창출 구조의 전면적 재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재권 대표는 이날 'AI 산업혁명과 새로운 실리콘밸리 지형도, 그리고 한국의 선택’을 주제로 강연했다. 강연은 실리콘밸리 지역 과학기술 분야 종사자들의 모임인 ‘베이 지역 K 그룹’ 내 스터디 클럽(Study Club++)과 더밀크 주최로 열렸다. 온,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강연에는 실리콘밸리와 미국 전역, 그리고 한국 등에서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참석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AI의 등장과 일자리의 미래'였다. 최근 빅테크기업들이 대거 몰려있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는 대규모 감원과 AI 인재 경쟁 등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손재권 대표는 이런 현상에 대해 “AI 시대에는 더 이상 전통적인 ‘일자리(job)’라는 개념이 유효하지 않다”며 “일과 자리가 분리되고 있으며, 직무와 업(業)도 갈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직은 구체적인 직무를 의미하지만, 업은 인간의 사명, 즉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목적”이라면서 업에 대한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대표는 AI가 가져올 노동 구조의 변화를 로봇을 빗댄 ‘크롬칼라(Chrome Collar)’라는 신조어로 정의했다. 그는 “블루칼라, 화이트칼라를 넘어 이제 크롬칼라 계급이 등장하고 있다”며 “AI는 눈에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이자 독립적 개체로서 업무를 찾아다니는 새로운 노동 집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AI를 단순한 도구(tool)로 볼 것이 아니라 존재(entity)로 인식해야 한다”며 “인터넷이나 전기와 같은 기반 기술을 넘어 인간의 동료, 멘토, 심지어 선배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손 대표는 이런 이유로 인간성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양에서는 인간을 하나의 객체로 보지만, 동양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인간이라 정의해왔다”며 “AI에 의존하는 삶이 늘어나면서 인간성, 창작물의 주체성, 그리고 관계의 의미를 다시 성찰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AI 시대 인간의 역할은 무엇일까. 손재권 대표는 제프리 힌튼 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인간은 다시 ‘도구를 쓰는 존재’로 돌아가야 한다. 도구를 다루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의력이 발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