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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미국 뉴욕 브루클린. 미니멀한 공간에 들어서자 벽 한쪽에 쓰여 있는 “말하고(Say it), 보고(see it), 해결하라(solve it)”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AI 비서 ‘코파일럿(Copilot)’의 새로운 기능을 공개하는 현장이었다. “당신과 대화할 수 있는 컴퓨터를 만나보세요(Meet the computer you can talk to)”라는 게 MS가 강조한 새로운 기능의 핵심이었다.MS의 PC 운영체제(OS)인 윈도우 11에 코파일럿을 통합, PC에서 음성과 이미지 정보 기반 AI 기능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헤이 코파일럿(Hey, Copilot)’이라고 부르기만 하면 작동하는 PC 속 음성 비서는 컴퓨터와 인간의 상호작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미래를 예고했다.
박원익 2025.10.30 13:36 PDT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빅테크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모든 기업이 매출과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투자 규모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으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가 우려가 변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이제 "얼마를 쓰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회수하느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시장은 각 기업의 수익 모델의 명확성에 따라 극명하게 갈렸다. 실적 발표 직후, 메타는 시간외 거래에서 7% 급락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4% 하락한 반면 알파벳은 6% 상승했다. 발표된 수치를 보면 메타는 전년 대비 26% 증가한 분기 매출 500억 달러에 영업이익 205억 달러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매출 777억 달러에 영업이익 380억 달러로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구글의 알파벳은 매출 1023억 달러, 순이익 3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33% 증가한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차이를 만든 건 자본지출 규모가 아니라 회수 경로였다. 메타는 올해 자본지출 720억 달러를 예고했고 2026년 비용 증가율이 올해(23%)를 "상당히 초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분기 자본지출 349억 달러를 집행하고 향후 2년간 데이터센터 규모를 두 배로 확대한다고 선언했다. 알파벳은 올해 자본지출을 910억~930억 달러로 상향했다.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이 투자가 어떻게 현금흐름으로 전환되는가였다.
크리스 정 2025.10.30 10:38 PDT
AI 산업 경쟁의 지형도를 확정하는 중요한 발표가 나왔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28일(현지시각) 각각 성명을 통해 기업 구조 개편과 파트너십 강화를 발표, 오픈AI의 추가 자금 조달 및 성장을 위한 토대를 확정했다.오픈AI는 브렛 테일러 이사회 의장 명의의 성명에서 복잡했던 기업 지배구조를 변경, 기존 영리 사업 부문을 영리 목적의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 PBC)’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는 기업 구조를 보다 일반적인 형태로 바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AGI(범용인공지능) 개발 자금을 원활하게 조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오픈AI와 MS 양사 간의 파트너십도 새로운 단계에 접어 들었다. 핵심은 MS가 재편된 오픈AI 영리 법인의 지분 27%를 보유하는 것이다.이로써 2023년 11월 샘 알트만 축출 사태로 정점에 달했던 오픈AI 내부 이념 전쟁도 공식적으로 종결됐다. 당시 비영리 부문 이사회가 앞세웠던 ‘안전 우선’ 이상주의와 알트만이 주도한 ‘상업화 우선’ 현실주의 중 알트만 진영의 압도적 승리를 제도적으로 완성한 조치다.👉오픈AI, 창업자 샘 알트만 축출... 오픈AI에 무슨 일이?👉오픈AI-샘 알트만, 5일간의 드라마
박원익 2025.10.28 13:22 PDT
“인간을 대체하는 AI가 아니라 인간의 판단력을 강화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창의력을 자극하고, 인간관계를 심화할 수 있도록 돕는 AI를 만들고 있다.”마이크로소프트가 ‘인간을 위한 AI’ 시대의 개막을 선언했다. 더욱 치열해지는 AI 기술 경쟁 속에서 사용자에게 친근한 AI 동반자(AI Companion), 인간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돕는 ‘감성 AI’를 통해 차별화된 입지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AI CEO는 23일 자사 AI 서비스 ‘코파일럿(Copilot)’의 신기능을 공개하는 라이브 발표 이벤트 ‘코파일럿 가을 출시(Copilot Fall Release)’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인간 중심 AI(Human-centered AI)’라는 새로운 철학을 앞세웠다. AI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오히려 사회적 고립과 정보 조작에 대한 대중의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시점에서, MS는 ‘인간관계 심화’와 ‘신뢰 획득’을 전면에 내세워 기술이 나아갈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AI 인재 블랙홀’ 메타의 배신?… 600명 해고의 진짜 의미
박원익 2025.10.23 14:46 PDT
자산시장이 '버블'로 진입했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경제자문위원회를 이끌었던 제러드 번스타인과 라이언 커밍스는 뉴욕타임즈의 기고를 통해 현재 AI 투자 열풍을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부도산 버블에 이어 21세기의 세 번째 자산 버블로 규정했다. 이들은 현재 금융시장의 과도한 낙관이 경제 전체를 또다시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강력히 경고했다. 실제 금융시장은 그 어느때보다 뜨겁게 폭주중이다. 월가는 가장 큰 수혜자다. 골드만삭스의 딜메이커와 트레이더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블랙록의 운용자산은 단 3개월 만에 1조 달러가 증가해 13조 5000억 달러에 도달했다. 문제는 이 정도 수준의 숫자들은 단순한 금융업계의 호황처럼 보기에는 너무 크고 빠르다는 것이다. 결국 그 이면에는 AI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구조적 위험이 커지고 있다. 특히 블랙록이 현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블랙록이 운용하는 인덱스펀드는 펀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 자금은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AI 관련 기업에 집중 투자되어 있다. 시장이 상승하면 인덱스펀드로 더 많은 돈이 몰려들고 이 돈은 결국 AI 기업으로 흘러간다. 선순환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기강화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버블의 전형적 패턴이다.
크리스 정 2025.10.21 16:41 PDT
국채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지난주 프랑스 정부채권 시장에서 이례적인 현상이 포착됐다. 일부 우량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의 금리가 동일 만기 프랑스 국채 금리보다 낮아진 것이다. BNP파리바에 따르면 현재 약 7%의 프랑스 투자등급 기업채가 프랑스 국채(OAT)보다 낮은 금리로 거래되고 있다.금리, 즉 채권의 수익률이 낮다는 것은 시장이 더 안전하다고 판단한다는 의미다. 수요가 더 몰리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고 반대로 수익률은 떨어진다. 결국 이는 시장이 이제 프랑스 정부보다 프랑스 기업을 더 신뢰한다는 의미다.이것이 단순한 시장의 왜곡일까? 이는 부채의 반격이자 레이 달리오가 경고해온 국가 부채 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믿음이 붕괴되는 신호다. 금융시장을 150년간 지배해온 핵심 전제, 즉 "국가가 보장하는 부채는 안전하다"는 전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 정 2025.09.30 09:13 PDT
AI 산업의 두 거인, 엔비디아와 오픈AI가 역사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단순한 파트너십을 넘어 미국 중심의 최고 AI 기업들의 협력으로 산업 지배력을 강화하는 중대한 이정표로 기록될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22일(현지시각) 오픈AI의 차세대 AI 인프라 구축을 위해 최대 1000억달러(약 139조원)를 투자하고, 최소 10기가와트(GW) 규모의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은 즉각적으로 환호했다. 22일(현지시각)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3.97% 급등한 183.61달러로 마감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박원익 2025.09.22 16:23 PDT
AI 인프라 시장의 압도적 리더인 엔비디아(NVDA)가 선택한 '얀덱스'의 유령 네비우스가 올해에만 180%가 넘게 폭등하며 월가의 천사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체결한 최대 194억 달러 규모의 AI 인프라 공급 계약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을 받고있다. 지난 9월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은 뉴저지 바인랜드 데이터센터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에 전용 GPU 인프라를 공급하는 내용으로 기본 규모 174억 달러에 추가 옵션 20억 달러를 포함한 5년의 장기 계약이다. 이번 계약이 시장의 관심을 받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체 애저 인프라의 확장 대신 전문 AI 인프라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AI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AI 워크로드의 급격한 증가가 기존 범용 클라우드 아키텍처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을 시사한다. 특히 GPU 클러스터 최적화, 전력 효율성, 냉각 시스템 등 AI 특화 인프라 요구사항이 하이퍼스케일러들조차 외부 전문업체에 의존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크리스 정 2025.09.16 09:11 PDT
2025년 2분기 실적 시즌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어도비가 분기 매출 58억7천만 달러로 11% 성장하며 예상치를 뛰어넘었지만 주가는 18% 급락했다. 먼데이닷컴 역시 27% 성장한 2억9900만 달러를 기록했음에도 주가는 29% 폭락했다. 세일즈포스는 98억3000만 달러로 가이던스를 4억 달러나 상향 조정했지만 여전히 18% 하락했다. 공통적인 점인 이들 기업들이 모두 AI 트렌드에 강력한 수혜주로 인식되던 소프트웨어 분야의 대표 기업들이라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실적 호조-주가 급락' 현상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 단순한 기대치 조정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산업 전체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투자자들이 강력한 실적에도 투매를 하는 진짜 이유는 월가 전반에서 제기되는 구조적 우려 때문이다. 최근 투자자들의 공포가 된 한마디, 바로 "AI가 소프트웨어를 잠식한다(AI is eating software)"는 분석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 자체가 뒤바뀌고 있다는 경고다.
크리스 정 2025.08.13 17:46 PDT
시각의 차이란?이번 주 시장에서 우린 몇몇 기업의 좋은 실적과 금 가격의 급등, 그리고 미국 경기의 둔화 조짐을 보았습니다. 어쩌면 단순히 흘려보낼 수 있는 그런 소식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개별적 사건들을 하나의 거대한 구조적 변화의 맥락에서 살펴본다면 우리는 21세기 자본주의가 새로운 생산성 패러다임으로 전환되는 역사적 순간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AI가 드디어 돈 먹는 하마에서 돈 버는 기계로 바뀌었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지난주 밀키스레터에서 언급한 에듀테크 기업 듀오링고는 AI로 개인 맞춤 학습을 제공해 매출이 42% 급증했고, 항공 정비 회사 AAR Corp는 AI 플랫폼으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되어 기관투자자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팔란티어는 AI 운영 플랫폼의 지배자로 거듭나며 매출 1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이 모든 사례가 보여주는 것은 하나입니다. AI 투자가 이제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하지만 시장 전체를 보면 상황은 복잡합니다. 트럼프 정부가 스위스 금괴에 39% 관세를 부과하면서 금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달러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는 가운데 미국이 '달리 외 실물자산'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미국의 경제도 복잡한 신호를 발산합니다. 미국 서비스업은 둔화되고 있고, 고용은 줄어드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게다가 트럼프가 연준 개혁을 예고하면서 통화정책의 독립성도 위협받고 있습니다.핵심은 이것입니다. AI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생산성 향상이 달러 약세, 인플레이션, 경기 둔화라는 거시경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만큼 강력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아니면 기술 혁신과 경제 불안정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시장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1990년대 인터넷 혁명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기술 발전은 빨랐지만 아시아 금융위기가 동시에 터졌습니다. 차이점은 이번에는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정책 수단이 훨씬 제한적이라는 점입니다. 금리는 이미 높고, 정치적 압박도 심합니다.결국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기술 혁신이 실제 돈을 벌기 시작하는 순간과 글로벌 경제 질서가 흔들리는 순간이 동시에 일어나는 상황입니다. 투자자들은 이제 'AI 회사에 투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AI 회사가 언제 수익을 낼 것인가'를 판단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불안정한 거시경제 환경 속에서 해야 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크리스 정 2025.08.11 03:20 PDT
2025년 2분기, AI 트렌드를 주도하는 팔란티어(PLTR)가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분기 매출이 기업 역사상 처음으로 10억 달러(약 1조 3800억원)를 돌파한 것이다. 팔란티어는 4일(현지시각)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 10억 400백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8% 성장했다.가장 주목할 부분은 미국 상업 부문의 폭발적 성장이다. 이 부문의 매출은 3억 6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93%가 급증했다. 반면 전통적 강점이던 정부 부문은 53% 성장에 그쳤다. 팔란티어의 이런 전환은 더 이상 '정부 의존적' 기업이 아님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로 인식됐다.AI 도입으로 인한 수익성의 개선은 더 인상적이다. 일반회계(GAAP) 기준 순이익은 3억 2670만 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144%나 폭증했고 조정 잉여현금흐름은 5억 6900만 달러로 매출의 57%에 달했다. 특히 소프트웨어 기업의 수익성 지표인 '40의 법칙(Rule of 40)' 지표는 성장률(48%)과 영업이익률(46%)가 급성장하며 94%를 기록, 업계 평균인 40~60%를 크게 웃돌았다.팔란티어의 이러한 놀라운 성과의 배경에는 2023년 출시된 인공지능 플랫폼(AIP)이 자리하고 있다. AIP는 단순한 AI 도구가 아니라 기업이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번역기' 역할을 한다. 팔란티어가 공개한 AIP의 사례를 보면 네브라스카 메디슨 병원의 경우 AIP를 도입한 이후 단 1시간 만에 퇴원 라운지 활용률이 21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원 관계자들은 이를 '팔란티어의 시간'이라 부르기 시작하며 기존에 몇 달이 걸리던 작업을 시간 단위로 단축했다. 또 한 제조업체의 경우 2년 반 동안 1만 1000명 이상의 직원이 175개 이상의 업무에 팔란티어를 활용하고 있다. 이 기업은 관세 노출 관리부터 생산 라인 균형 조정까지 AI가 일상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놀라운 생산성의 증가가 가능한 이유는 팔란티어의 핵심 기술인 '온톨로지(Ontology)' 덕분이다. 온톨로지는 복잡한 데이터를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개념으로 변환하고 실제 업무 프로세스와 연결한다. 마치 외국어를 모국어로 번역하듯 AI의 언어를 기업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크리스 정 2025.08.05 14:59 PD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