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인플레’는 시작도 안해...서비스 물가가 먼저 뛴 이유는?
[투자노트] 7월 소비자물가지수 및 자산시장 반응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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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과 다른 신호를 발산했다. 겉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인플레이션이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각) 미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표면적으로 시장 예상에 부합했다. 전체 C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해 예상치와 일치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6월과 동일한 2.7%를 기록했다. 하지만 연준이 주목하는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기 대비 3.1%로 예상치 3.0%를 웃돌았다.
여기서 중요한 변화가 포착됐다. 예상과는 다르게 물가 상승의 주역이 바뀐 것이다. 그동안 관세 때문에 우려가 컸던 상품 가격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상승을 보인 반면, 서비스 가격은 연초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치솟았다. 항공료는 3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고 의료비와 오락비도 상당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의 소비 수요가 예상보다 강하게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 부문은 미국 경제의 약 80%를 차지하는 항목으로 소비 지출에 대한 경기 모멘텀을 보여줄 수 있다. 관세로 인해 수입품 가격 상승을 우려했는데 실제로는 미국인들이 매일 이용하는 서비스 가격이 더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서비스업 인플레이션의 재가속은 단순한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렵다. 특히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에서 평소보다 높은 가격 상승이 관찰되고 있다. 이민자 단속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지면서 임금이 올라 가격도 함께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UBS의 앨런 데트마이스터 수석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조경업과 드라이클리닝, 그리고 미용실과 네일샵 같은 가정 서비스업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주택 거주비도 여전히 물가 상승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서비스업 내 최대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비는 7월에도 0.2% 상승하며 2개월 연속 동일한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준이 특히 주의 깊게 보는 지표인 주택과 에너지를 제외한 핵심 서비스업 가격을 보여주는 슈퍼 코어 인플레이션 지표는 0.5% 상승해 2024년 초 이후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는 미국 경제가 여전히 공급은 부족한데 수요는 계속 유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펜데믹 이후 노동 시장의 구조가 바뀌면서 특정 서비스업에서 일할 사람이 부족해졌고 그 결과 임금이 오르고 서비스 가격도 덩달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