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와 물가에 묶인 경제...연준 통제 벗어나는 구조적 위기
미국 경제의 핵심 동력인 이동성과 소비 심리가 동시에 위축되고 있다. 미시건대가 발표한 8월 소비자심리지수는 58.6으로 전월 61.7에서 대폭 하락했다. 이는 4월 이후 첫 하락세로 소비자들의 심려 변화를 시사한다. 더 우려스러운 건 소비자들의 1년 후 단기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4.9%로 급등한 점이다.조사를 주관한 조앤 수 책임자는 "소비자들이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모두 향후 악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소비 심리 악화의 원인을 설명했다. 실제 데이터에 따르면 응답자의 62%가 향후 1년간 실업률 상승을 전망했고 58%는 추가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올해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답해 향후 소비자들의 경기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음을 시사했다.이런 심리 위축은 실물 경제 데이터로도 확인된다. 2023년 이후 최근까지 미국인의 이동률은 7.8%로 1948년 집계 시작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950-60년대 연간 20% 수준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온 추세가 가속화된 결과다.월스트리트저널(WSJ)의 분석에 따르면 주택시장의 경직성이 경제 전반의 움직임을 막고 있다는 주장이다. 2017년 뉴저지에서 3.6% 모기지로 집을 구입한 브랜든과 캐서린 리기 부부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당시엔 이들은 아들 하나뿐이어서 "5-7년 후 더 큰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세 아들을 키우면서도 이사를 포기했다. 현재 금리로 더 큰 집을 사면 월 상환액이 최소 두 배로 뛰기 때문이다. 이런 '황금 수갑' 현상이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중위소득 가구의 주택구입 부담률이 수입의 39%까지 치솟으면서 거래 자체가 얼어붙었고 높은 금리와 주택가격은 이사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결국 필요한 사람이 적절한 집에 살지 못하는 미스매치가 심화되고 있다. 시카고 교외에 사는 밥 러파토 씨는 35년 전 자녀 둘과 함께 이사온 2400평방피트 집에 여전히 살고 있다. 그는 "좋은 학군에 있는 집인데 이제 자녀가 다 자라서 사실 이 동네에서 살 필요는 없다. 이제 우리는 다운 사이징을 해야하는데 다른 가족이 써야 할 집을 내가 막고 있는 셈"이라고 말해 현재 미국 가족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