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알아야 할 이번 주 시사 영단어: AI arms r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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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 2023.03.03 19:00 PDT
꼭 알아야 할 이번 주 시사 영단어: AI arms race
(출처 : Gettyimages)

[김선우의 시사 영단어] AI arms race
●쏟아지는 경제와 테크이슈 속 새로운 영어 단어가 쏟아지고 기존 단어도 재해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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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토요일마다 시애틀에서 전해드리는 금주의 시사 영단어

지난해 11월 중순이었습니다. 오픈AI 내부에 다급한 숙제가 떨어졌습니다. 챗봇을 최대한 빨리 내놓으라는 거였어요. 오픈AI 직원들은 어리둥절했어요. 이전 버전의 GPT를 굳이 챗봇의 형태로 내놓을 필요가 없어 보였습니다. 몇 달 전 메타는 블렌더봇(BlenderBot)을 내놓았다가 실패했고 갈락티카라는 인공지능(AI) 프로젝트는 출시 3일 만에 취소된 적이 있었어요. 게다가 GPT-4는 2023년으로 출시가 정해져 있었거든요.

하지만 오픈AI 경영진은 단호했습니다. 오픈AI 직원들은 2020년에 나온 GPT-3을 업데이트해서 GPT-3.5를 기반으로 한 챗봇을 급조했어요. 그리고 2주 뒤 챗GPT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그 이후 약 3개월이 지났어요. 그 사이 모두 알다시피 AI 신세계가 열렸어요.

AI 전문가들은 챗GPT가 사실은 그렇게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하지만 지금 AI와 관련해 세상이 돌아가는 걸 보면 오픈AI의 판단이 옳았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오픈AI가 던진 작은 돌 때문에 실리콘밸리 연못에는 거의 쓰나미급의 파장이 일고 있거든요. 모두가 오픈AI를 따라잡기 위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일찌감치 오픈AI에 투자했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저주받은’ 검색 엔진 빙에 챗GPT를 얹은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AI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했던 구글은 뒤늦게 바드(Bard)를 내놓고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를 쫓고 있습니다. 메타와 스냅도 참전하고 있어요. 심지어 오픈AI를 자기 발로 떠났던 일론 머스크까지 새로운 AI팀을 꾸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옵니다. 중국의 바이두도 이달 챗GPT와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에요.

챗GPT를 이용한 서비스를 내놓는 기업도 늘고 있습니다. 버즈피드는 챗GPT를 이용해 퀴즈를 만들고 리스트를 만든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어요. 인스타카트는 앱에 챗GPT 를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런 AI 전쟁을 미국 언론은 ‘AI arms race’라고 부르고 있어요. Arms race는 군비 확장 경쟁을 뜻하는 말입니다. 냉전 시대 때 미국과 소련의 ‘네가 하면 나도 한다’는 식의 막무가내 군사 경쟁에서 나온 말이에요. 당시 양국의 핵무기 개발 경쟁은 지구 멸망에 대한 시나리오가 나올 만큼 심각했죠. 하지만 이제 arms race는 전쟁뿐 아니라 끊임없이 고조되는 모든 경쟁을 뜻하는 말이 됐습니다.

이런 끊임없이 고조되는 경쟁을 뜻하는 arms race를 우리 말로는 정확하게 번역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의역을 하자면 ‘너 죽고 나 죽자’ 또는 ‘이판사판’의 의미를 지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생성AI가 지금 현재는 수익은 전혀 나지 않고 비용만 듭니다. 오픈AI CEO 샘 알트만은 대화 당 얼마의 비용이 드냐는 머스크의 질문에 '한 자리 수 센트' 수준이라고 트윗을 하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달려드는 건 그만큼 AI는 테크 기업의 생존이 걸린 중요한 분야이기 때문입니다.

경쟁은 좋은 겁니다. 기업들의 경쟁이 우리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다만 오픈AI 알트만 CEO는 최악의 경우 AI가 우리를 모두 죽일 수 있다고 했어요. 머스크는 AI가 핵무기보다 더 무섭다고 했고요. 하지만 지금 현재 AI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습니다. 이 arms race가 좋게 끝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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