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애플 비켜’ 구글, 젠틀몬스터와 스마트 안경 만든다… ‘구글 빔·AI 모드’ 혁신

“AI 플랫폼 전환(AI platform shift)의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20일(현지시각) “수십 년간의 연구 결과가 전 세계 개인, 기업, 커뮤니티의 현실이 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 I/O 2025’ 기조연설에서 AI 기술의 발전 및 채택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피차이 CEO는 “제미나이를 활용 중인 개발자 수는 700만 명 이상으로 작년 동기 대비 5배 늘어났고, 구글 클라우드 AI 플랫폼 ‘버텍스 AI(Vertex AI)’에서의 제미나이 사용량은 40배 증가했다”며 “현재 제미나이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monthly active users) 수는 4억 명을 넘었다. 눈에 띄는 성장세와 높은 참여율을 기록 중”이라고 했다.

구글은 이날 새로운 AI 모델, 다양한 AI 기반 기능 업데이트와 도구 및 제품을 선보이며 AI 시대 헤게모니를 계속 주도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피차이 CEO는 이날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2.5 프로’의 추론 성능을 더 강화한 딥 씽크(Deep Think)’ 모드를 공개했다. 이 새로운 모드를 사용하면 복잡한 수학 및 코딩 작업에서 더 뛰어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비동기식(asynchronous) AI 코딩 에이전트(agent, 대리인)인 ‘줄스(Jules)’를 공개한 것도 높은 AI 코딩 수요를 반영한 움직임이다. 최근 실리콘밸리에서는 AI 에이전트 기반 IDE(통합 개발 환경), ‘바이브 코딩(vibe coding, 자연어를 통해 개발자의 직관과 감각을 더 풍성하게 활용하는 개발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는 추세다. 

지난 16일 오픈AI가 자체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Codex)’를 공개했고, 하루 전날인 19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 코파일럿(copilot, 부조종사)’에 새로운 코딩 에이전트를 통합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피차이 CEO의 언급처럼 AI는 이미 새로운 단계에 돌입했다.

코딩 뿐만 아니다. 구글은 이날 새로운 영상 및 이미지 생성 모델인 ‘이마젠4(Imagen 4)’, ‘비오3(Veo 3)’를 출시, 창작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AI 기술로 크리에이터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새로운 AI 기반 영화 제작 도구 ‘플로우(Flow)’도 선보였다.

플로우를 사용하면 제작자가 아이디어를 제한 없이 탐색하고 스토리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는 영화 같은 클립, 장면을 생성할 수 있다.

또한 구글은 음악 생성 모델 ‘리리아2(Lyria 2)’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해 음악가들이 음악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더 제공한다고 밝혔다. 

최첨단 AI 모델 및 새로운 기능을 가장 먼저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도 새롭게 출시했다. ‘구글 AI 울트라(Google AI Ultra)’라는 이름으로 제미나이 최신 모델, 영상 제작 도구 플로, 유튜브 프리미엄, 30테라바이트(TB) 구글 클라우드 용량 등을 묶어 제공한다. 1차 출시는 미국 사용자에게만 해당되며 가격은 월 249.99달러로 책정됐다.

새로운 AI 중심 영상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구글 빔(Google Beam)’도 시선을 끌었다. 구글 빔은 최첨단 비디오 모델을 사용해 2D 비디오 스트림을 사실적인 3D 경험으로 변환해준다.

피차이 CEO는 “구글 빔은 6대의 카메라 배열과 AI를 이용해 비디오 스트림을 병합하고, 3D 라이트필드 디스플레이(lightfield display)에 렌더링해 이용자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구현한다”며 HP와의 협업을 통해 최초의 구글 빔 기기를 올해 말 초기 고객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다양한 작업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유니버설 AI 어시스턴트 구축’을 비전으로 제시하며 관련된 새로운 업데이트도 발표했다. 

비디오 이해, 화면 공유, 기억력 같은 기능을 갖춘 AI 어시스턴트 ‘프로젝트 아스트라(Project Astra)’를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 기능인 ‘제미나이 라이브(Gemini Live)’에 통합한 것이다.  

자연스러운 음성 대화와 이미지 인식 기능이 합쳐지면 제미나이가 더 똑똑하고 강력한 AI 개인 비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지난 12월 초기 연구 프로젝트로 공개됐던 에이전트 기능 ‘프로젝트 마리너(Project Mariner)’는 제미나이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로 제공되며 순차적으로 제미나이 앱에도 통합된다. 제미나이 앱이 웹과 상호 작용하며 이용자의 작업을 대신 수행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아파트를 찾고 있다면 제미나이 앱에 도입되는 에이전트 모드로 질로우(Zillow) 같은 웹사이트에서 조건에 맞는 매물을 찾고, 필터를 조정하며 MCP(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를 통해 해당 매물에 접근, 심지어 방문 일정까지 예약할 수 있다.

구글의 최대 비즈니스 영역인 검색 관련 업데이트도 발표됐다. AI 기반 대화형 인터페이스인 ‘AI 모드(AI Mode)’를 미국 내 모든 구글 사용자에게 확대하고, 이를 검색 정보 요약 기능인 ‘AI 개요(Overview)’에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구글은 또 AI 모드에 쇼핑 기능, 에이전트 기반 결제 기능, 가상 입어보기 기능 등을 결합해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안드로이드 XR 미리보기(preview)는 구글 I/O 2025에서 발표된 다양한 기능, 업데이트 속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스마트폰 이후 보편화할 미래 디바이스 플랫폼에 대한 힌트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구글은 특히 이번 I/O에서 스마트 안경 비즈니스의 대대적인 확장을 예고하며 애플, 메타를 위협했다. 

구글은 10년 이상 삼성전자, 퀄컴과 협업하며 스마트 안경을 연구해 온 역사를 가지고 있다. 삼성이 올해 출시할 계획인 ‘프로젝트 무한’이 그 결과다. 이런 노하우에 놀라운 AI 기능이 더해지며 스마트 안경 시장 공략 준비를 마친 셈이다. 

스마트 안경의 상시 착용을 유도하기 위해 한국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Gentle Monster)’, 미국의 ‘와비파커(Warby Parker)’와 협업한다는 소식도 관심을 끌었다. 레이밴과 협업한 메타처럼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스마트폰과 스마트 안경을 연동하고, 안경에 탑재된 카메라, 마이크, 스피커를 활용하면 주머니를 열지 않고도 앱에 접근할 수 있다. 제미나이 모델과 연결돼 있으므로 사용자의 행동과 맥락을 이해, 중요한 정보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으며 안드로이드 XR 기반 스마트 안경을 착용한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언어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도 가능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