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핸드폰이 꺼졌습니다
NFT, 왜 하는 거에요?
메타버스는 멀티버스
10년 기술이 만든 호황 끝났나
안녕하세요.
여러분은 갑자기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못한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어제 저녁약속을 가기 위해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을 켰는데 간당간당하던 배터리가 결국 나가버렸습니다. 약속장소를 확인하고 지도앱을 켜서 방향을 알려주는 화살표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데 한순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단체카톡방에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었고, 예전 같으면 공중전화라도 찾아 번호를 외우는 누구에게라도 전화를 걸었을텐데 이젠 공중전화도, 외우는 전화번호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편의점에 가서 충전을 하기엔 약속시간이 코앞이었습니다. 제가 가진 정보는 약속장소가 '압구정역 3번출구' 근처라는 것 뿐이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간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습니다. 그 때 알았습니다. 누군가에게 길을 물어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는걸요. 아무나 붙잡고도 길 묻는게 당연했던 과거의 저는 이젠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부탁하는 게 너무 어려운 사람이 돼있었습니다. 인터넷의 편리함은 누군가와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와 맞바꿨다는 걸 그제야 알았습니다.
NFT, 왜 하는 거에요?
제 스마트폰 배터리가 평소보다 일찍 닳은 이유는 NFT(대체불가토큰) 축제 '헬로NFT!' 행사장에서 영상을 너무 오래 촬영했기 때문인데요. 6월 9일부터 사흘간 개최하는 이번 행사에는 NFT에 진심인 사람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입니다.
8일은 전야제로 서로 얼굴보고 인사하며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자유롭게 공유하는 자리였는데요. 행사장 입구를 들어서는 순간 20대로 돌아가 클럽에 방문한 것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제가 모르는 사이 이미 NFT와 웹3의 물결 속에 몸을 맡기고 춤추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NFT를 사는 이유가 뭔가요?"
제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우클릭하면 언제든 저장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를 왜 비싼 돈을 주고 사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갔거든요. 그런데 어제 행사에서 그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NFT 홀더(NFT를 보유한 사람들을 이렇게 부르더라고요)들은 자신의 명함에 NFT를 새겨넣기도 하고 QR코드를 심어 커뮤니티 사이트로 직접 연결시키는 등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었는데요. 이들이 진짜 즐기고 원하는 건 NFT를 소유함으로써 돈을 버는 게 아니었습니다. 해당 NFT 홀더들이 함께 모여 같은 관심사를 나누고 새로운 일들을 벌리며 그 속에서 서로간의 유대감을 형성해 더 큰 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과정. 그 속에서 얻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커뮤니티의 핵심은 익명성에 기대 무차별 댓글폭격이 가능했던 '무책임한 나'가 아닌 블록체인과 NFT지갑이 증명해주는 '진짜 나'입니다. 기술의 발전 위에 사람들은 보다 진실한 모습으로 타인들과 연결되고 함께하면서 영향력을 키워가고 싶어했습니다. 같은 NFT를 소유한 커뮤니티의 일원이라는 건 곧 '저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이야'라는 신뢰의 증표였고요. 차세대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원하는건 아이러니하게도 커뮤니티, 즉 공동체였습니다.
이번 행사는 오는 11일까지 이어지는데요. 130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박막례 할머니' 채널을 만든 김유라PD가 공동 설립한 NFT 프로젝트부터 탈중앙조직 DAO의 자세한 이야기들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다뤄집니다. 더밀크는 생생한 현장소식을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인데요. 저희와 함께 NFT 시장의 트렌드를 알아보시길 바랍니다.
메타버스는 멀티버스
여전히 '메타버스'에 관심 많으시죠? 메타버스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띄고 있을 지 현 상황에서 완벽하게 아는 건 불가능합니다. 전화선을 뽑아 컴퓨터에 연결해 통신했던 초창기 인터넷 시절에 2022년의 인터넷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죠.
더밀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서 열린 세계 최대 AR/VR 컨퍼런스 'AWE 2022(Augmented World Expo)'에 참석해 메타버스 시대의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메타버스의 심장으로 불리는 유니티의 존 리치티엘로(John Riccitiello) 최고경영자(CEO)는 "메타버스는 단일 세계가 아닌 '멀티버스'가 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여러 웹사이트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메타버스 안에는 별도의 목적지들을 이동하는 형태가 될 것이란 뜻입니다. 래퍼 트래비스 스캇이 포트나이트에서만 콘서트를 열라는 법이 없고, 넷플릭스가 디즈니 버전의 메타버스에서 오픈하지 않을 것처럼 말입니다. 멀티버스 시대의 보다 자세한 전망은 더밀크닷컴에서 확인해주세요.
지난 10년 기술이 만든 호황 끝났나
2022년은 유난히 거대한 변화가 다방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듯 합니다. 웹2.0 시대가 막을 내리고 웹3.0이 성큼 다가왔고 지난 10년을 호령하던 저금리, 저물가 시대도 종말을 고했죠.
변화에 직면한 분야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언제까지고 오를 줄만 알았던, 믿고 사던 빅테크에 대한 기대가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S&P500 지수의 기술주 섹터는 올해 들어 19% 하락했는데요, 이는 지난 2002년 이후 가장 큰 하락폭입니다.
시장은 '매수 기회'라는 기회론과 '기술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신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신중론자들은 금리인상과 함께 기술주 주가가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하는 반면 기회론자들은 빅테크들은 여전히 장기 성장성이 유효해 저점 매수 기회라고 반박하는데요. 과연 어느쪽 의견이 현실이 될까요?
스마트폰 배터리가 떨어져 길거리를 헤매던 저는 결국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길을 물었습니다. 그 분은 흔쾌히 지도앱을 켜서 자세하게 길을 설명해주었는데요. 괜시리 마음이 따뜻해진 전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고 되뇌이며 제시간에 약속장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우리는 많은 변화에 직면해 있습니다. 인터넷도, 빅테크도 과거 10년과 향후 10년은 완전히 다른 모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편리함'보다는 제가 느낀 사람의 '따뜻함'이 어쩌면 미래 성공의 키워드가 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더밀크도 구독자 여러분과의 더 끈끈한 커뮤니티를 이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밀크 송이라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