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어떻게 AI 시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게 됐나?
더그 맥밀런 CEO "AI이 모든 직업을 바꿀 것"... 일자리 재편 예고
'슈퍼 에이전트' 통합 개발... 고객 응대부터, 물류, 재고관리 지원
98% 자동화 유통센터 운영... "AI가 재고, 배송, 팔레트 구성 지원"
"월마트, 소매업 방대한 물리적 난제 AI 적극 도입해 해결"
인공지능(AI)이 문자 그대로 모든 직업을 바꿀 것이다.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
세계 최대 소매업체 월마트의 더그 맥밀런 CEO가 AI 시대 고용의 미래를 이렇게 예고했다. 미국에서만 160만 명을 고용한 월마트의 발언은 AI가 일자리 구조에 미칠 영향을 보여주는 가장 직설적인 평가로 꼽힌다.
맥밀런 CEO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아칸소주 벤턴빌 월마트 본사에서 열린 '오퍼튜이티 서밋'에서 "세상에 AI가 바꾸지 않을 직업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그런 것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출이 늘어도 향후 3년간 전 세계 직원 수를 현재 210만명 수준에서 유지하겠다"며 "직무 구성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민간 고용주가 AI 시대에 맞는 인력 재편을 공식화한 것이다.
실제 월마트가 인공지능(AI)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과 오프라인 운영을 결합한 구조와 방대한 물리적 운영 능력이 AI 전환 과정에서 예상 밖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마트 AX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네 개의 '슈퍼 에이전트' 통합 개발... 고객 응대부터, 물류, 재고관리 지원
월마트는 최근 고객, 상품 기획자, 프로그래머, 제3자 판매자 지원을 담당하는 네 개의 ‘슈퍼 에이전트(super agents)’를 개발해 산재한 AI 도구들을 통합했다. 2만 명 규모의 글로벌 테크팀을 운영하며 디지털·물리적 솔루션을 대부분 자체 개발해온 월마트는 다양한 AI 도구가 난립하면서 내부 혼란을 겪어왔는데, 슈퍼 에이전트는 이를 정리하고 고객 응대부터 물류·재고 관리까지 복잡한 과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AI 전략 강화를 위한 인재 영입도 이어지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 7월 인스타카트 출신 다니엘 댄커를 영입했다. 그는 AI로 공급망과 제품 트렌드를 추적하고, 인력 구성 변화를 논의·결정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사실상 AI를 통한 인력 대체와 재배치를 총괄하는 ‘AI 전환(AX)’을 본격화한 셈이다.
새로운 직무도 등장했다. 지난달 신설된 ‘에이전트 빌더(agent builder)’는 챗봇과 자동화 도구 등 AI 에이전트를 설계·개발·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단순 운영자가 아니라 현장의 문제를 풀어줄 AI 솔루션을 직접 설계하고 배치하는 신규 전문직이다.
98% 자동화 유통센터 운영... "AI가 재고, 배송, 팔레트 구성 지원"
AI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있다. 월마트는 매장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을 구축해 상품 이동을 시뮬레이션하고, 재고를 적시에 진열대에 배치하도록 지원한다. 전국 4700개 매장의 지역 특화 상품 관리와 배송 시간 단축에도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월마트는 지난 4년간 캘리포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지에 첨단 식료품 유통센터를 잇따라 개설했다. 이곳에는 신선 채소와 부패하기 쉬운 식품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자동화 로봇과 AI 시스템이 도입됐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웰포드 유통센터는 98% 자동화율을 자랑한다. 농장과 공급업체에서 들어오는 냉동식품, 유제품, 육류, 델리 제품 등 부패 가능성이 큰 상품을 검토·처리하는 것은 물론, 최적의 온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신선도를 유지하고 매장 배송 준비가 끝난 팔레트를 분류한다.
센터 관계자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AI 알고리즘은 각 컨테이너에 필요한 우유 갤런 수, 양상추 포장 개수 등을 산출하고, 팔레트에 최대한 많은 상품을 담을 수 있는 최적 구성을 제안한다”며 “또 달걀과 같은 가벼운 제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무게 배치까지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AI는 수요 변동에도 대응한다. 예컨대 눈보라가 예보되면 애리조나 매장에 여분의 삽을 자동 배치하도록 하고, 눈이 잦은 메인주 매장에는 불필요한 재고 증가를 막는다.
해외 매장에서도 활용은 확대되고 있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예측 AI로 파인애플과 뿌리채소의 최적 배송 경로를 설계하고 있으며, 멕시코에서는 특정 상품의 과잉 재고 위험을 사전에 파악해 부족한 다른 매장으로 자동 재배치하는 AI 기반 재고 관리 도구를 운영 중이다.
월마트 계열사 샘스클럽은 지난해 자동 영수증 확인 시스템을 도입했다. 현재 미국 120개 매장 출구에는 AI 기반 시스템이 설치돼 고객이 물건을 구입한 뒤 별도의 영수증 확인 절차 없이 곧바로 나갈 수 있다. 출구에 배치된 컴퓨터 비전과 디지털 기술이 카트를 촬영해 담긴 상품을 인식하고, 결제 내역과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이다. 샘스클럽은 “해당 기술 도입 이후 매장 방문객의 이동 속도가 23%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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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AI시대 '의외의 강자' ... "소매업 방대한 물리적 난제 AI로 풀어내"
AI는 지금까지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해온 분야로 주목받아왔다. 하지만 월마트는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았을 뿐, AI 경쟁에서 의외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메타가 디지털 데이터를 다루고, 엔비디아·인텔이 하드웨어와 인프라를 공급하며, 테슬라·아마존이 디지털 지능을 물리적 세계와 연결하는 동안, 월마트는 소매업의 방대한 물리적 난제를 AI로 풀어내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월마트는 전 세계 2만여 개 매장과 210만 명의 직원을 보유한 세계 최대 소매업체다. 매일 수십억 개의 상품을 옮기고 전국 4700개 매장에서 재고를 관리한다. 이처럼 복잡한 물류·재고·매장 운영은 AI 없이는 최적화하기 어려운 영역이고, 월마트는 이를 적극적으로 'AI 실험의 장'으로 활용해왔다.
월마트의 준비는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부문 CEO는 지난 7월 포춘 브레인스토름 테크 콘퍼런스에서 “우리는 매달 수십억 개의 품목을 옮긴다”며 “2015년부터 머신러닝과 자동화 프로젝트를 개발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선제적 투자가 최근 월마트의 AI 활용이 주목받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AI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데이비드 구기나 전자상거래 부문 책임자는 골드만삭스 콘퍼런스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며칠, 몇 주 걸리던 작업을 이제는 몇 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AI는 매장이 지역 특화 상품을 더 적절히 보유하도록 지원하고, 배송 시간을 주문 후 ‘몇 분’ 단위로 단축시키고 있다. 구기나 책임자는 “아직 야구 경기로 치면 3회 초에 해당한다”라며 자동화 여정이 초기 단계임을 시사했다.
결국 월마트가 AI 시대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이유는 단순히 기술을 잘 다뤄서가 아니다. 소매업이라는 산업 특성과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물류 인프라, 그리고 오랜 기간 준비해온 자동화·머신러닝 프로젝트가 AI와 결합하며 빛을 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밀크의 시각: AI고용 충격, 해법은 '재교육'에 있다
AI가 일자리를 대체하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월마트뿐 아니라 글로벌 대기업 CEO들은 잇따라 경고음을 내고 있다.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CEO는 “미국 화이트칼라 초급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수 있다”고 했고, 짐 팔리 포드 CEO 역시 “AI가 화이트칼라의 절반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마존의 앤디 제시 CEO는 “AI 효율성으로 인해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고, 액센추어의 줄리 스위트 CEO는 “AI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은 퇴출하겠다”고까지 밝혔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선택한 전략은 단순 감축이 아니다. 오히려 재교육(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직원들의 변화를 돕고 있다.
월마트는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확대해 직원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샘스클럽 직원들에게 챗GPT 엔터프라이즈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9년 시작한 재교육 프로그램(Upskilling Pledge)로 지금까지 70만 명 이상을 재교육했으며, 2025년까지 200만 명에게 무료 AI 교육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자체 머신러닝 대학(MLU)에서는 기술직 직원에게 심화 과정을 제공하고, 로봇공학 견습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아카데미’를 통해 모든 직원이 AI·클라우드 역량을 기본 소양으로 익히도록 하고, 영업·마케팅·지원 부서 직원들이 신기술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커리어 로테이션 제도를 운영한다. AT&T는 퓨처 레디(Future Ready) 프로그램에 10억 달러를 투입해 네트워크 기술자와 고객센터 직원을 데이터·사이버보안 전문가로 재배치하고 있다.
IBM은 전 직원에게 AI 코어 스킬 트레이닝을 의무화했고, PwC는 2019년부터 30억 달러를 투자해 ‘뉴 월드, 뉴 스킬(New World, New Skills)’ 프로그램을 통해 전 직원의 AI·데이터 활용 역량을 높이고 있다. 액센추어는 TQ(Technology Quotient) 지표를 도입해 AI·블록체인·클라우드 등 기술 역량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기업들의 행보는 한국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단순한 채용 축소 전략은 답이 아니다. 미국 기업들은 인력 감축과 동시에 재교육에 투자하며 인재를 붙잡고 있다. 한국 기업도 AI 시대에 맞는 전환 전략이 없으면 경쟁력 약화와 인재 유출을 피하기 어렵다. 재교육을 위한 투자 규모와 교육 대상에도 차이가 있다. 아마존이나 PWC는 전사적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고, 액센추어는 측정 분야에 집중한 전략적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둘째, 정부·기업·대학 협력 모델이 필요하다. 아마존이나 AT&T처럼 수십억 달러를 투입하는 대규모 재교육은 한국 기업 단독으로 감당하기 어렵다. 정부 차원의 세제 혜택, 교육 인프라, 인증 제도 지원이 필수적이다. 특히 대학과 연계해 기업 맞춤형 직무 전환 프로그램을 공동 개발해야 한다. 직무 전환을 염두한 기업에서 필요한 프로그램을 공동으로 개발, 운영하는 방식이다.
셋째, 소프트 스킬 역량 강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AI가 업무 효율을 높이고 많은 직무를 대체하는 시대일수록 사람만이 가진 소프트 스킬의 가치는 더 커지고 있다. 그중 핵심은 회복탄력성(resilience)과 인간적 연결 능력(human connection)이다.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적응하고 다시 일어서는 힘, 그리고 신뢰와 공감을 바탕으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은 AI가 대신할 수 없는 영역이다. 기업의 재교육 전략은 단순히 기술 역량 학습에 그치지 말고, 이 두 가지 소프트 스킬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AI 고용 충격은 이미 시작됐다. 월마트, 아마존, 포드, 액센추어 같은 거대 기업들이 내놓는 메시지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라 실행 계획이다. 한국도 '고용 숫자' 보다 일자리의 재정의와 문턱은 낮지만 수준을 높인 직무 전환 교육에 전략적으로 투자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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