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선언은 쉽다… 그러나 왜 회의실을 못 넘을까?
지난해 말 국내 중견 제조기업 임원 워크숍에 제조업의 AI 전환(AX)에 대한 강의. 키워드는 ‘챗GPT’였다. 개발·생산·영업·인사 부서 할 것 없이 “이제 우리도 뭔가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런데 구체적인 실행 순서를 묻는 순간 묘한 공기가 흘렀다. “파일럿 프로젝트부터?” “데이터 거버넌스를 먼저 구축해야 하나?” 회의는 이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 논쟁으로 흘렀다. 결국 담당 임원은 “다음 달에 다시 논의하자”며 마무리했다. 하루 종일 열띤 토론이 이어졌지만, 결국 ‘첫 단추’를 꿰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이 장면은 요즘 한국 기업들이 마주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두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위기감이다. 하지만 실제 하려다 보면 정작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막막해 한다. 사내 개발팀은 API 문서를 얘기하고, 현업 부서는 시작 전부터 투자대비 성과(ROI)를 따지며, 보안팀은 데이터 보안과 규제 리스크를 언급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신 AI 기술을 신속히 사내에 도입하겠다”는 선언은 대개 회의실 벽을 넘지 못한다. 실무자들은 회의실에서 나오며 “또 하나의 전시성 프로젝트 아니겠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