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겸의 직격 “한국에서의 작은 성공도 당신의 착각이다”
[엘캠프 실리콘밸리] 김성겸 라이너 총괄이사 (전 블라인드 공동창업자)
지금 가진 감, 직관, 성공 경험은 단지 출발선일 뿐
진짜 고객과 시장을 만나는 순간부터 진짜 ‘성장’이 시작된다.
[김성겸 총괄 이사의 K스타트업 미국 성공 진출 핵심]
1. “감이 아니라 탐색이다” : 직관 기반의 제품 설계, 미국 시장에서 안통한다
2. “넓게 말고 깊게” : 모든 시장을 다 잡으려 하지 말고 하나의 세그먼트를 정복하라
3. “창업자가 직접 부딪혀야 한다” : 의사결정의 속도가 곧 생존력이다
4. “조직 문화도 제품처럼 현지화돼야 한다” : 글로벌 마인드셋 없는 팀은 발목을 잡는다
5. “한국에서 작은 성공도 착각이다” : 한국에서의 성과는 글로벌 확장의 근거가 아니다
한국에서의 성공 경험이 미국 시장에선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쌓은 작은 성공도 도움이 안될 수 있다.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창업자의 관점과 태도다.김성겸 라이너 총괄이사(전 블라인드 공동창업자)
김성겸 라이너(Liner) 성장사업총괄(Head of Growth)은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Blind)의 공동창업자이자 미국 시장 초기 확장을 이끌었다. 지난 10년 이상 미국 실리콘밸리에 거주하며 직접 고객을 만나고 실패하며 배웠다. 블라인드를 그만두고 라이너에 합류하기 전까지 스스로 '갭 이어'를 두고 미국 진출을 모색하는 약 100개에 달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멘토링했다.
김 총괄이사는 지난 4월 22일(현지시각) 롯데벤처스와 더밀크가 주최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글로벌 사업 진출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엘캠프 실리콘밸리 4기’ 프로그램 연사로 나와 자신이 겪고 배운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했다. 그가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들려준 메시지는 하나다.
“미국 시장은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방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한국 스타트업은 세계에서 '유일 무이'한 환경에서 자란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단일 민족과 언어, 고도로 연결된 관계망은 초기 고객 확보와 피드백 사이클을 극단적으로 빠르게 만든다. 전세계 어디에서도 '한국' 만큼 초집중되고 단일한 언어 민족에 같은 시장 기반을 가진 시장은 없다. 때문에 창업자는 본인의 경험과 직관만으로도 제품을 설계하고, 그 주변의 사람들은 곧바로 시장의 표본이 돼 준다. 직관은 곧 ‘감’이 되고, 몇 번의 성공은 창업자 스스로를 ‘감 좋은 사람’으로 확신시킨다.
그러나 미국은 다르다. 미국은 하나의 국가라기보다 수십 개의 다른 문화와 언어, 규범이 뒤엉킨 거대한 실험실이다.
김 총괄 이사는 “한국에서 내가 만든 제품이 친구들에게 팔리면 성공이지만 미국에선 친구조차 안 보인다”며 "미국 시장은 ‘고객을 다시 찾아야 하는 시장’이다. 그것도 스스로. 이 과정 없이 제품을 이식하려 하면, 아무도 반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에서 많은 스타트업이 미국에 오는데 블라인드가 처음 런칭할 때보다 더 안 좋은 상황으로 많이 온다. 그리고 대부분 한국식으로 일 한다. 미국에서 10년 넘게 살면서 얼마나 많은 한국 회사들을 봤겠나. 그런데 현실적으로 말해서 블라인드만큼 시장에서 인정받고 이용자를 확보한 사례도 별로 없다. 어떻게 보면 확률적으로 지금 1%의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김성겸 라이너 총괄이사(전 블라인드 공동창업자)
미국 시장, ‘모른다’에서 시작하라
김 총괄이사는 “내가 뭘 모르는지도 모른다”는 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진실일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 이미 시장 반응을 얻은 경우, 기존의 성공 공식을 포기하는 일은 더욱 어렵기 때문.
그러나 미국 시장에서의 제품-시장 적합(Product-Market Fit)은 6개월~2년 이상의 고객 인터뷰와 반복 실험 속에서 탄생한다. 더구나 회사를 만들고 서비스를 시작한 '창업자'가 직접 부딪히지 않으면 절대 보이지 않는다. 블라인드의 초기 미국 전략 역시, 특정 세그먼트(예를 들어 아마존 본사 개발자)만을 집요하게 파고든 ‘깊은 침투 전략’이었다. 그 결과 시애틀 아마존 직원의 40%가 블라인드 고객이었을 정도로 깊은 확산을 이뤘다.
이 순간 회사의 고민은 시작된다. 한 분야만 더 깊게 파고들 것인가. 시장을 넓혀서 확산시킬 것인가. 한국에서 낳고 자란, 더구나 한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오거나 대기업에 다녀본적이 있는 등 성공 경험을 가진 창업자는 대부분 후자를 택한다.
김 총괄이사는 “한국에서는 ‘넓게 퍼지는 것’이 성공이지만, 미국에서는 ‘깊이 파는 것’이 성공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온 창업자들은 우리는 전 직장인이 다 쓰는 걸 만들었는데 왜 미국에서 전 직장인에게 못 파냐? 이렇게 된다"며 "미국에 오면 미국에서 통하는 자신만의 플레이북을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실행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총괄이사는 미국의 의료 업계 소셜미디어 '덕시미티'의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에서만 사업하는데 시가총액이 약 15조원(110억달러)에 달한다.
김성겸 총괄이사는 "한국에서 모든 한국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 제품을 가지고 미국의 의료 커뮤니티에 가면 우리는 덕시미티가 있고 우리는 한국 제품은 관련성이 떨어진다. 의사들을 위해서 만들어진 앱이 아니기 때문에 사용하기 어렵다"는 피드백을 받는다. 타깃을 넓히는 순간 수많은 스몰 비즈니스들이 계속 생기고 고객을 놓친다"고 강조했다. ‘넓음보다 깊이’의 전략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제품만이 아니다. 김성겸 총괄이사는 미국 시장에서는 창업자 본인이 직접 움직이지 않으면 제대로 된 전략 수립도, 피봇도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본사는 한국에 두고 미국에 시니어 담당자를 파견하는 방식은 실패 확률이 높다. 제품보다 먼저 바뀌어야 할 것은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와 ‘문화’다.
또 한국 본사 직원들과 미국 시장 사이의 정보 비대칭은 실질적인 실행력을 크게 저해한다. “눈으로 보기 전까진 믿지 않는다”는 인류의 보편적 행동 양식은 시장 진입 전략에 있어 치명적 병목이 될 수 있다.
글로벌 전략 실행에 '중간지'와 '타협'은 없다
그렇다면 한국 스타트업은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김성겸 총괄이사는 명확한 메시지를 전했다.
'슈퍼 앱'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 집중해 완전히 석권하거나 미국 시장을 중심에 두고 초기부터 사운을 건 전사적 승부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중간은 없다. 한국식 문법으로 만든 제품을 미국에 팔면서, 동시에 미국 고객의 니즈를 듣겠다는 양다리 전략’은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 못한 채 리소스를 소진하게 된다.
“한국에서 1조 기업을 만들려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선 특정 직군, 특정 세그먼트 하나로도 10조 기업이 나온다”
이어 미국 시장에 성공하려면 주변 환경부터 바꿔야 하는 ‘인풋’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VC, 동료 창업자, 조직 구성원 등 대부분이 ‘한국식 성공 경험’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이야기한다면 미국에서는 완전히 다른 문법의 대화가 필요하다. 인풋이 다르면 관점이 다르고, 관점이 다르면 전략도 다르다.
김성겸 이사는 “정말 글로벌을 하고 싶다면, 주변 사람부터 바꿔야 한다”며 "미국에 오면 소프트랜딩 한다며 한국 사람만 만나면 안된다. 투자자도 만나면 안된다. 나가서 고객을 만나면서 그 사람들이 실제로 어떤 사람들인지 이해하게 성공의 지름길이다"고 말했다.
생존은 관점의 전환에서 시작된다. 김성겸 총괄 이사의 강연은 단순한 시장 진출 조언이 아니었다. 한국식 직관과 성공 경험에 안주한 창업자에게 보내는 냉정한 경고이자, 글로벌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게임판에 맞춰야 할 플레이어의 자세다.
김성겸 총괄 이사는 끝으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시장에서 진짜 중요한 건 제품이 아니라 창업자의 변화다김성겸 라이너 총괄이사(전 블라인드 공동창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