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데이터 캔다"...100년 중장비 기업 캐터필러가 CES 기조연설을 하는 이유?

reporter-profile
권순우 2025.11.23 03:07 PDT
"흙에서 데이터 캔다"...100년 중장비 기업 캐터필러가 CES 기조연설을 하는 이유?
캐터필러가 CES2025에서 자율주행 트랙터를 비롯한 혁신기술을 선보였다. (출처 : 캐터필러 )

[CES2026] 캐터필러, CES2026 키노트
‘굴착기 기업’에서 ‘AI 산업 테크 리더’로 변신 선언
AI 자율장비부터 디지털 트윈까지, 미래형 솔루션 총집합
키노트 라인업이 보여주는 CES 2026 방향성: "AI ‘통합’의 경쟁이 시작되는 무대"

중장비와 건설기계로 잘 알려진 기업 캐터필러가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2026 기조연설 무대에 선다. 전통 제조업체가 CES 기조연설자로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는100년 역사의 중공업 기업이 인공지능(AI) 중심의 첨단 기술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CES를 주관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오는 2026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2026에서 조 크리드 캐터필러 CEO가 기조연설자로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CES는 그동안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소비자 기술을 중심으로 혁신을 조명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AI, 양자 컴퓨팅,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을 반영, 건설·광업·에너지 등 AI발 대전환이 이뤄지는 전통산업을 무대 중앙으로 끌어올렸다. '혁신가들이 온다'를 주제로 한 CES2026의 기조연설에 중장비 제조사 CEO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상징적으로 볼 수 있다.

조 크리드 캐터필러 CEO (출처 : CES 웹사이트 )

"굴착기에서 데이터 플랫폼으로"... 100년의 대전환

1925년 설립된 캐터필러는 지난 100년간 굴착기, 광산 트럭, 건설기계로 전 세계 인프라 구축을 이끌어왔다. 글로벌 경제 성장의 물리적 토대를 제공해 온 이 기업의 최근 몇 년간의 변화는 극적이다.

2000년대 초반 IoT 센서와 원격제어 기술을 도입한 이후, 캐터필러는 빠르게 디지털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해왔다. 특히 AI와 머신러닝,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중장비에 접목하며 '스마트 인프라' 시대를 열고 있다.

크리드 CEO는 이번 기조연설에서 '흙에서 데이터로(From Dirt to Data)'라는 슬로건 아래 캐터필러의 디지털 전략을 본격 공개할 예정이다. AI, 머신러닝, 자율주행 기술, 디지털 플랫폼 및 인력 자동화 솔루션을 발표하며 완전히 다른 미래 방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단순히 기계를 만드는 회사에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자율 운영 솔루션을 제공하는 산업 AI 기업으로의 정체성 변화를 선언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인프라 투자 확대(IRA, CHIPS Act)와 리쇼어링(Reshoring)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AI 경쟁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붐과 배터리·광물 수요 증가로 건설·광산·에너지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 선 캐터필러는 이러한 전략적 환경 속에서 CES를 주 무대로 글로벌 시장을 향해 ‘AI 시대의 인프라를 짓는 기업’이라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캐터필러의 변신은 제조업을 비롯한 산업 전반에 큰 시사점을 던진다. 전통 산업도 AI와 디지털 기술을 적극 도입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건설·광산업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 탄소중립, 스마트시티, 공급망 혁신 등 산업 전체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출처 : 캐터필러 )

AI 자율장비부터 디지털 트윈까지, 미래형 솔루션 총집합

CES2026에서 캐터필러의 완전 자율주행 중장비가 주목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광산과 건설 현장에서 무인으로 작동하는 굴착기와 토공 장비 군집이 AI와 컴퓨터 비전 기술로 협업하며, 실시간 위험을 감지하고 안전하게 작업을 수행한다. 이미 상용화된 원격제어 플랫폼 '커맨드(Command)'와 실시간 데이터 시스템 '비전링크(VisionLink)'의 진화된 버전도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트윈 기술도 핵심이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가상 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고, AI 기반 예측 정비로 장비 고장을 사전에 방지하는 솔루션이 공개된다. 현장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친환경 에너지 전환도 빼놓을 수 없다. 순수 전기 및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중장비, 수소 엔진을 탑재한 광산 트럭과 휠로더 등 넷제로 시대에 대응하는 미래형 장비 라인업이 대거 등장할 예정이다.

조 크리드 캐터필러 CEO의 기조연설은 오는 2026년 1월 7일 오전 9시 팔라조 볼룸에서 진행된다.

캐터필러의 실시간 데이터 시스템 비전링크 (출처 : 캐터필러 )

키노트 라인업이 보여주는 CES 2026 방향성: "AI ‘통합’의 경쟁이 시작되는 무대"

“AI는 제품이 아니라 구조다. 그리고 그 구조는 모든 산업을 다시 설계하고 있다.”

CES2026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CES2026은 AI가 산업, 콘텐츠, 공간, 스포츠, 일상까지 재설계하는 총체적 변화의 지도가 공개되는 현장이 될 전망이다.

캐터필러를 포함한 기조연설 라인업에서 이런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우선 키노트 라인업에는 리사 수 AMD 회장 겸 CEO가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번 발표는 'AI 시대의 운영체제(Operating System)는 곧 고성능 컴퓨팅(HPC)'이라는 메시지를 CES가 공식적으로 채택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리사 수는 CES 무대에서 AMD의 전체 포트폴리오인 CPU, GPU, 적응형 연산(Adaptive Computing), AI 소프트웨어, 엣지 기술 등 AI의 전 생태계, 즉 클라우드부터 디바이스까지 연결되는 구조를 제시할 예정이다.

리사 수 회장의 기조연설은 AMD가 GPU와 AI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유일한 선택지' 구도를 깨고 본격적인 경쟁을 예고하는 선언으로도 읽힌다. AMD가 AI 인프라 시장의 진정한 경쟁자로 자리매김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리사 수 회장의 기조연설은 오는 2026년 1월 5일(월) 오후 6시 30분(현지시간) 베네시안 리조트 팔라조 볼룸(Palazzo Ballroom)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리사 수 회장 겸 CEO (출처 : CES )

레노보, CES2026서 "모두를 위한 스마트 AI" 선언

레노버(Lenovo)는 자사의 대표 행사 '테크월드(Tech World)'를 CES2026의 기조연설 무대로 옮겨왔다.

유안칭 양 CEO는 이 자리에서 레노버의 AI 시대의 글로벌 전략 방향을 공개한다. 그는 "AI를 개인, 기업,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전 영역에 적용해 '모두를 위한 스마트 AI 기술(Smarter AI for All)'을 실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CES를 단순한 기술 쇼케이스가 아닌 AI 기반 산업 전략을 검증하는 글로벌 무대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레노버의 기조연설의 가장 큰 특징은 지난해 델타항공이 사용했던 세계 최대 규모의 구형 극장 스피어(Sphere)에서 진행된다는 점이다. 기술의 미래가 '화면'에서 '경험'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몰입형 시각·공간·감각 시스템을 통합한 이 공간을 'AI+스포츠+사용자 맞춤형 경험'의 실험실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레노버는 기조연설 무대를 통해 AI를 개인화된 에이전트(Agent) 형태로 구현하고, 클라우드·온프레미스·엣지를 결합한 기업용 하이브리드 AI 인프라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PC 제조사'에서 'AI 기반 인간 경험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목격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레노버의 CES 2026 기조연설은 내년 1월 6일(화) 오후 5시(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스피어에서 진행된다.

유안칭 양 레노버 CEO (출처 : CES )

야닉 볼로레 하바스 CEO...AI 기반 콘텐츠의 미래전략 선포

글로벌 마케팅 및 콘텐츠 산업의 구조 변화를 상징하는 인물이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다. 주인공은 하바스(Havas)와 비벤디(Vivendi)를 이끄는 야닉 볼로레 CEO다.

야닉 볼로레는 기조연설을 통해 광고·콘텐츠·엔터테인먼트의 미래 전략을 AI 중심으로 재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할 예정이다.

소비자 관심이 분산되는 시대에 AI는 '정확한 타겟팅·개인화·의미 해석'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볼로레 CEO는 하바스가 개발한 AI 기반 전략 플랫폼 '컨버지드.AI(Converged.AI)'를 공개하며, "AI는 데이터를 의미로 전환하고 인간의 창의성과 결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미래의 마케팅·콘텐츠 기업들이 AI 없이는 경쟁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성을 강화하는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하바스의 기조연설은 CES 2026이 '콘텐츠 비즈니스의 미래 운영체제'를 논의하는 장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CES2026은 산업의 미래를 단일 분야의 혁신이 아닌 '산업 간 융합(Convergence)'에서 찾고 있다. 제조+데이터, 마케팅+AI, 콘텐츠+기술, 인프라+디지털 플랫폼 등의 조합을 통해 기존 산업 분류 기준을 넘어 전 분야가 '하이브리드 산업군'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CES2026은 산업의 경계를 재정의하고,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려내는 혁신의 장이 될 것이다.

볼로레 CEO는 1월 6일 화요일 오전 11시, 아리아호텔 마리포사 볼룸(Mariposa Ballroom)에서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다.

야닉 볼로레 CEO (출처 : 하바스 )

회원가입 후 뷰스레터를
주 3회 무료로 받아보세요!

단순 뉴스 서비스가 아닌 세상과 산업의 종합적인 관점(Viewpoints)을 전달드립니다. 뷰스레터는 주 3회(월, 수, 금) 보내드립니다.